고요 속에 피어나는 자비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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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 속에 피어나는 자비와 사랑 >
피에타란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말한다. 이 피에타 상은 미켈란젤로가 로마에 머물던 시절인 25세 때 프랑스인 추기경의 주문으로 1498년에서 1499년에 제작하였다. 높이는 175센티이며, 로마 산피에트로대성당에 안치되어있다.
이 작품에서 옷이라는 것은 미켈란젤로에게 중요한 사상적 의미를 가지며, 옷으로 감싼다는 것은 하느님에 의해서 보호를 받고, 현실적인 위협으로부터 수호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작품은 피렌체에 있는 다비드상, 로마 산피에트로대성당에 있는 모세상과 더불어 그의 3대 작품으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피에타 상은 한 정신병 환자가 휘두른 망치에 손상을 입고 난 뒤 보수되어 방탄유리 상자 안에 보호되어 있다
나는 피에타 상을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처음 접했다. 소설 속에서 딸은 피에타 상을 보고 잃어버린 엄마를 떠올린다. 항상 넓은 품으로 자식들의 상처를 덮어주고 자식들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피에타 상의 마리아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딸은 그 자리에서 피에타 상 앞에 무릎을 꿇는다. 무엇이 딸을 눈물짓고 무릎까지 꿇게 했을까? 그 질문이 내가 르네상스라는 주제에서 피에타 상을 고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글로 배운 피에타 상을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 나의 느낌은 연인 같다.였다. 그 이유는 여자가 너무 젊어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마리아와 그녀의 아들 그리스도의 조각상이라고 했는데 그러기엔 여자와 남자의 나이차가 거의 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마치 한 여인이 그녀의 연인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 같았다. 미켈란젤로는 이에 대해서 마리아가 순결을 간직한 여성이기 때문에 젊게 그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모는 순결과 영원한 순수의 상징이므로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마리아의 체격이다. 여성이라고 하기엔 체격이 상당히 좋다. 성인 남자를 안고 있는데도 그 무게에 눌리거나 힘겨워 보이지 않는다. 특히 풍성하게 표현 된 마리아의 하체 때문에 품에 안겨있는 그리스도가 매우 편안해 보인다. 또한 예수를 받치고 있는 마리아의 손도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나는 이것이 어머니라는 존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의도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아이 일 때도 어른이 됐을 때도 어머니의 품은 늘 넓고 포근하다. 그리스도에게도 어머니는 그런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지만 상처받은 몸을 보듬어 주고 치료해 주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리스도 에게도 크나큰 존재일 것이라는 것이다.
인물들의 전체적인 비례 다음으로는 조각의 표현에 주목했다. 첫 번째는 조각의 재질에서 받은 느낌이다. 재질이 대리석이라 그런지 이 피에타 상은 유난히 매끄러워 보인다. 마치 참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질반질 윤이 난다. 그 때문에 그리스도의 피부도 탱탱해 보인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몸이라기엔 피부가 너무 좋아 보였다. 손가락으로 그리스도의 피부를 누르면 튕겨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성스러움이 부각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리스도가 받은 고통을 표현하기엔 부적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옷 주름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리아의 목 주변에서부터 전체적으로 옷에 주름이 많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부드럽게 묘사되어 있다. 하체로 가면 치마의 풍성함을 더해주는 데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목한 부분은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표정이다. 내가 이 조각상에서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마리아의 표정을 보면 한마디로 고요라고 하고 싶다. 슬픔이 북받치는 상황이지만 표정은 요동치지 않는다. 절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담담하고 평온한 표정이다. 오히려 살짝 미소를 띠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스도의 표정도 평온하긴 마찬가지이다. 고통 받고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의 품에서 편안히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다.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신음 소리가 들릴 것 같지는 않다. 대신 그리스도가 꿈을 꾸고 있을 것만 같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작품들에서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표정은 이렇지 않다. 절규하고 눈물 흘린다. 모든 죄를 짊어진 자와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비참하게 그린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고통에 가득 찬 비명소리가 메아리친다. 하지만 피에타 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그것이 그리스도의 고통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슬픔은 표면적인 것이다. 그 슬픔의 원인은 인간을 구원하고 죄를 사하여 주는 것이다. 즉 자비와 사랑이 그 본질이라는 것이다. 표면에 드러나는 슬픔과 부정적인 것들로 작품을 도배하지 않고 본질적인 자비와 사랑을 평온한 표정 속에서, 울부짖음이나 비명 소리가 없는 고요 속에서 나타낸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에서 딸이 피에타 상 앞에 무릎 꿇은 이유도 어떤 고통이라도 가슴에 머금고 자식들을 보듬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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