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 날다 비평문-현대 인간관계의 근본적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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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날다 비평문-현대 인간관계의 근본적 외로움
1. 들어가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로써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하여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존재로써 명명했다. 어떤 동물이든 집단을 구성하여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러 짐승들이 본능적으로 집단을 유지한다면 인간은 지성과 감성을 지닌 존재로써 공동체를 형성하여 발전과 진화의 과정을 거쳐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인 것일까? 개미라는 곤충의 경우 한 마리가 있을 때의 힘은 나약하지만 여러 마리가 집단을 구성하여 살아간다면 굴을 짓고 자신보다 더 큰 식량을 운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 또한 집단을 구성하였을 때의 영향력이 예상밖의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이 집단을 구성하는 이유는 외로움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지성과 감성이 없었다면 여타 다른 동물과 똑같이 본능에만 충실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문명은 존재 할 수 없을 것이다. 감성으로 인해 서로에게 의지를 하게 되고 대화를 함으로써 배우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 현대 문명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화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대화를 통해 교감을 하고 그리고 기억한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사람과의 대화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것은 기억을 할 수도 없으며 외로움을 극복해내는 것에서도 도움이 되지 못 한다. 물론 잠깐 외로움을 극복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 오는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체와 실체의 대화를 통해서만 인간은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
2. 허상과 허상의 대화. 해마005
화자는 해마005라는 회사에서 해마8이라는 이름을 쓰는 상담원이다. 해마005는 음주 통화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업무를 하는 회사이다. 그러다보니 화자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화자는 그 이야기들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그러나 나는 당신이 내 고객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상담원과 통화를 했던 것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우리는 고객의 이름을 적지 않는다. 목소리를 기억하지 않는다. 잠시 기억이 머물러도 금세 다른 전화벨이 울리면 당신의 기억 위에 또 다른 기억이 덮이기 때문이다.
-P 224
나는 걸려온 전화를 붙들고 우주에 교신을 보내듯이 말한다. 어, 디, 세, 요.
절대 누, 구, 세, 요, 혹은 여, 보, 세, 요, 라고 묻지 않는다. 왜, 요, 라고 묻지 않는다. 그러면 답신이 온다. 이제 나의 ‘당신’이 된다.
-P 225
해마 005에 전화하는 사람들은 취객이거나 혹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잠깐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전화를 건다. 자신과 대화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한 몸짓인 것이다. 그런 상황속에서 화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하지만 실체와 실체의 만남이 아닌 상황에서의 대화는 상대방이 어떤 누구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감정이 드러날 수 없다. 그리고 누구인지 기억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자신의 솔직함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직접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화는 솔직하지 못하다. 그로 인해 기억하지 못하며 기억을 할 필요도 없다.
화자에게 타인들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저 업무일 뿐. 그 외의 이유는 없다. 흥미도 재미도 없는 일이다. 자동적으로 해마005에 연락을 한 취객들의 기억은 폐기처분된다.
그리고 해마005라는 회사는 실체와 실체의 만남을 거부한다. 회사라는 이름하에 업무를 하는 자리에서 실체와 실체의 만남은 바로 실패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왜 해마005는 만남을 실패로써 정의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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