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시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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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아시다시피
1.부재, 그리고 애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그 만큼의 이별도 가진다.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관계를 가지고 수많은 이별을 하고 다시 또 관계를 가짐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만남과 이별에 대해 그 순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우리는 만남을 기억할 때에는 헤어짐을 통해 생각하며 헤어짐을 기억할 때도 부재를 통해 생각한다. 우리는 부재를 통해, 다시 말해 그 자리에 타인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아차렸을 때 이별을 실감한다. 그 이별에 대처하는 방식을 애도라 말하겠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방식의 애도를 경험한다. 친구와의 이별, 지난 사랑과의 이별, 가족과의 이별,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별을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낸다. 여기 천운영의 「엄마도 아시다시피」에서는 엄마와의 이별(죽음)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엄마를 보내는 아들의 애도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애도의 방식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의 관한 정보를 준다. 그는 어떤 어긋남이 없는 사람으로 지나치게 단정한 인물임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그는 늘 단정하고 준비된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p156. 그는 지난 삼십여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다섯 시에 일어나 머리맡에 놓인 물을 한잔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잠시 앉아 있다 나와서 출근 준비를 하고 구둣주걱을 사용해 구두를 신은 다음 집을 나섰다. 잘 정돈 된 주택가 골목을 산책하듯 걸어내려가 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면 일곱 시 반. 차 한 잔을 타서 책상 앞에 앉아 전날 책갈피를 끼워둔 책을 펼치면 업무시간이 시작되기 오 분 전까지 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형식대로 장례의 절차를 지르고 형제 와 함께 어머니를 향한 애도 역시 ‘지나치게 단정하게’보냈다. 하지만 그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는 어느 날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 느끼기 시작한다. 항상 있던 어머니의 부재를 지금의 삶에서 느낀 것이다. 손수건의 부재를 어머니의 부재로 느낀 그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 고아라고 느낄 정도의 감정을 ‘울음폭죽’통해 그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P156. 하지만 그는 왜 늘 그 자리에 있던 구둣 주걱이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지, 그것이 어떻게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p158. - 손수건은 항상 엄마가 챙겨줫는데. 손수건은……엄마는……
손수건은 매일 아침 어머니가 그의 양복 뒷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서랍장에서 하나 꺼내주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빨아 새벽에 다린 따끈 따끈한 손수건이었다. 그것은 그가 가슴에 손수건을 매달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계속 되어온 어머니의 배웅방식이었다. 포옹처럼 따뜻한
그는 부재를 느끼고 끝나지 않은 울음폭죽을 터뜨린다. 그러다 그가 울음을 멈추며 찾게 된 것은 목소리이다. 약간의 쇳소리를 품은 걸걸한 목소리’ 이 목소리를 통해 ‘그것은 분명 엄마의 목소리였다’라고 말한다. 그는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애도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p162 그는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울었다. 마치 뒤따라오는 사람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봤다가 다시 걸어가길 반복하는 사람처럼, 그는 울음소리를 냈다가 멈추기를 반복해보았다. 울었다가 그쳤다가, 걷다가 뒤돌아봤다가. 그가 울면 엄마도 울었다. 그가 울음을 멈추면 엄마도 울음을 멈추었다. 그는 깨달았다. 뒤따라오는 것이 자신의 그림자였다는 것을. 환청처럼 들리던 엄마의 목소리가 바로 자신의 울음소리였다는 것을 울어서 쉰 목소리가 생전의 엄마 목소리를 닮았다는 것을.
그는 어머니와 닮은 목소리를 통해 부재를 극복하려고 한다. ‘엄마가 생각 날때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며 그리움을 소리로 표현했다. 그는 그렇게 행동함으로서 ‘엄마가 그에게 불러는 노래. 그의 목소리로 부르는 엄마의 노래.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각자 슬픔을 간직한 채 부르는 모자의 노래.’라고 여긴다. 그는 자신만의 부재를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어머니를 애도하는 방식으로 여긴다. 그는 여기서 애도의 방식을 끝내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의 한복을 꺼내 입어보고’ ‘어머니가 발랐던 분홍색 립스틱을 ’ 바르는 것을 통해 그는 엄마 품에 안겨 있다고 여기고, 어머니의 신호라고 받아들인다. 그의 이런 행동은 어머니의 기일날 형제들 앞에서 어머니의 복장을 하고‘ 온 힘을 다해 목구멍에서 엄마를 끌어올린다’ 그는 엄마가 곧 나임으로서 자신만의 애도를 표했다.
3. 서로 다른 애도의 방식
다시 돌아가 천운영의 엄마도 아시다시피는 리얼리즘의 소설로서 이 남자의 행동의 개연성을 부여해 그럴법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엄마의 그늘에 있던 남자의 조금은 과장되고 오바스러운 애도의 방식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어디에선가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더불어 준비된 이별의 순간에서도 우리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애도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들의 들게 한다.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형식과 체계와 틀 속에 감정을 담아내는 법을 배워가고 있지 않는가.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지나치게 단정해진 감정들에 관해 조금의 과장을 보태서 말하고 있다고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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