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 종법과 중앙집권은 나라家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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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나라 19대 임금 반경 이후, 정착농경과 인구의 증가, 잉여의 확대에 따른 사회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정부의 중앙통제가 강화되었다. 이 때 혈연에 기초하여 농토와 인구를 경영하던 씨족장들은 각 지방의 일급행정장관의 역할을 하였으며 귀족의 家들은 제사 주관, 토지 경영, 갈등 해결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실질적인 생활공간인 家가 기초적인 정치단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②주나라의 중앙집권 체제- 봉건제, 분봉, 종법, 服규정
은왕조를 무너뜨리고 세운 주나라는 혈연관계에 기초한 ‘봉건제’를 실시하였다. 봉건체제는 天下, 國, 家로 크게 나뉘어 천자는 天下를 소유하고 천자에게 부여받은 토지, 國은 제후들이 다스리고 그 밑에 대부들이 家를 다스리는 형식이다. 또한 주나라 주공는 은나라 후기부터 실시되었던 분봉과 종법을 이어받아 권력의 조직화하였다. 분봉은 천자가 봉국이라는 기초 정치 단위 자격을 부여해주고 그 봉국은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천자에게 조회에 참여함으로써 충성을 맹세하게 한 제도였다. 이 분봉을 유지하기 위해 종법은 필수였다. 종법은 장자에게 권력, 재산을 물려주는 제도이다. 봉건제 자체가 상하위계 질서가 뚜렷하였고 이런 봉건제의 유지를 위해 가부장적 질서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종법 질서에 순응하여 세워진 봉국들은 노, 연, 채, 제, 축, 계, 진, 기, 송나라가 있다.
주황실은 이런 봉국들이 상호 견제하도록 하여 봉건적 질서를 유지시키고자 했다. 친인척 제후들은 주왕실 땅 주변에 두고 다른 성씨들을 교차하여 두어 세력을 크게 늘리지 못하도록 하였다. 또한 천자와 신하 사이에 가족적 유대관계를 강조하여 조회하도록 하였다. 만약 이를 수행하지 못했다면 봉지를 회수하는 책봉이나, 천자의 전속군대, 다른 제후국의 연합국이 정벌하는 제제를 통해 봉국들을 압박하였다.
주공은 ‘服’ 규정으로 중앙집권체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복종하다’ 라는 뜻을 가진 服은 세금과 병역, 정치교화를 중심으로 총 5개의 단위로 나뉘었다. 왕의 거처와 가까운 순서대로 전복, 후복, 수복, 요복, 황복으로 나열되었으며 각 복은 사방 500리 차이가 난다. 그 중, 오랑캐가 살고 죄인을 유배 보내는 지역인 요복과 황무지 지역인 황복은 왕의 교화가 덜 미치는 지역이였다. 오복 규정으로 당시 영토를 범위를 추측해보면 사방 2500리에 달한다. 천자가 다스리는 사방 2500리의 광대한 지역을 중국사람들은 天下라고 인식 했을 것이다.
이 모든 체제들은 중앙집권체제를 완성시키고자 한 주공의 치밀한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주공은 봉건, 봉분, 종법, 오복 제도로 사방 2500리 지역라는 광활한 영토를 중앙에 집중시켰고 천자의 거처를 중심에 두고 천자의 문화적, 윤리적 교화를 주변국들 또한 따르게 하였다 이런 오랜 중국의 중앙집권적 관념은 오늘까지도 중국의 문화우월주의, 중화사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천하 관념의 등장과 변천
천하는 天之下, ‘하늘 아래’ 라는 뜻으로 공간을 특정할 수 없는 관념이다. 하지만 이 모호한 관념인 천하는 은나라 때, 천자가 하늘을 대신해 다스리는 지역을 뜻하게 되면서 정치적의미를 띠게 되었다.
고대 중국에서 말한 ‘천하’의 의미를 더 살펴보기 위해 오늘 날 천하와 비슷하게 통용되는 우주와세계라는 용어의 연원을 찾아 볼 필요성이 있다.
우주라는 말은 중국 사상사에서 쓰이는 용어로 전국시대<尸子>라는 책의 기록에 따르면, 우주에서 宇는 천지사방을 뜻하고 宙는 고금왕래를 뜻한다. <장자> 경상초편에서도 우주의 의미가 기록 되어있다. 경상초편에서 실체가 있으나 특정한 위치가 없는 것을 宇라고 보았고 길이는 있으나 근본이 되는 기점이 없는 것을 宙라고 보았다. 즉, 宇는 거대한 공간과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무궁무진한 움직임을 뜻하고 宙는 인생과 자연이 영원히 이어지는 시간을 뜻한다. 이러한 우주의 개념은 ‘하늘과 땅이 어우러져 만물을 생성한다’ 는 천지의 개념과도 일치한다.
‘세계’는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이후 사용된 용어로 천하보다 늦게 나타났다. <능엄경>을 보면, 世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의미하고 界는 동서남북, 상하 공간의 경계를 말한다. 세계는 범어lokadh(a-)를 번역한 말이였지만 이미 그 이전에 世는 30년을 의미하는 시간단위였다. 世는 世世로 중첩하여 자연계와 구분되는 생명계의 유한성을 뜻하였다. 중국인들은 현실세계 속에서 시간변화를 바탕으로 한 공간의식과 각 공간 영역마다 속성을 달리한다는 불교의 사상을 바탕으로 공간층인 界를 世와 결합시켜 世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른 세계와 구분되는 공간을 세계로 부른 것으로 이 점에서 세계는 모든 공간을 포괄하는 우주 관념보다 정치적영역을 뜻하는 천하 쪽과 의미가 더 가깝다.
정리하자면, 고대 ’천하’는 ‘우주’, ‘천지’, ‘세계’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 공간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조화와 질서, 국제 질서가 통용되는 정치 영역을 뜻하기도 하였다. 인간세상의 각종 질서와 관련한 정치적 의미가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앞서 언급한 중국 사상사와 철학에서 말하는 우주,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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