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학, 독일어]피아노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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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와 종속의 관계, 대리만족과 집착에 대한 고찰적인 소설이다. 인간은 지배하거나 지배당하거나, 종속 시키거나 종속당하거나,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라도 가지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인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이러한 지배와 종속에 대한 문제가 항상 관계의 밑바닥에 있는 것이 보이는데, ‘돈’으로 이러한 관계가 결정지어지는 사회적인 관계에 상반하여, 가족 친구관계에서는 다른 요소로 인해 이러한 관계가 결정지어진다. 이것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지 않을 때 우리는 ‘정상적인’관계 라고 하므로, 표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부모와 자식사이에서도 자칫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지배하고자 하거나 다른 요망을 채우지 못하는 데 대한 대리 만족적인 대상으로 자식을 볼 때 그런 심리적인 파장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이 잘 표현된 이야기이다.
피아니스트로 성공하는데 실패하고 음악원 피아노 선생이 된 삼십대 중반의 에리카는 어머니에게 여전히 ‘내 아이’로 불리며, 어머니의 ‘팔루스(남근)’로서 어머니가 지닌 나르시시즘을 만족시켜 준다. 죽음만이 오직 이 둘을 갈라놓을 수 있을 정도로 두 모녀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에리카의 아버지를 정신병원으로 옮겨가는 운송차가 푸줏간 차라는 설정도 이 모녀에게서 칼로 잘라내듯이 남성적 팔루스가 제거된다는 인상을 뚜렷이 해주고 있다. 에리카는 남편을 잃은 어머니에게 팔루스를 대신해 주어야 했고 남의 성행위를 관찰하는 ‘관음주의자’가 되어 실명한 아버지의 눈을 대신한다. 어머니는 딸의 생활 전체를 통제하면서 에리카가 ‘대중과 구별되는 천재'라는 논리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삶에 적대적인 외톨이가 되도록 교육한다. 딸이 예쁘게 꾸미고 남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어머니는 에리카가 옷, 구두, 장신구 따위를 사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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