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법 제정 치인 논평과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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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논평과 명예훼손
1) 문제제기
정치권 내 상호비방과 막말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상대에게 조금이라고 틈이 보인다고 판단되면 독기가 물씬 풍기는 단어들도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가끔 듣기 민망한 육두문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막말이나 비방정치가 자신들의 사명인 듯, 또 막말을 잘 해야 국민들로부터 능력 있는 정치가로 인정받는 듯 착각하는지 정치권 내 막말 경쟁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국민의 대표, 지도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하기엔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언어 오염은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정치 불신을 가중 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다간 막말 풍토가 한국정치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 잡을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당 내 언어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자,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자정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 선진당 소속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연구단체인 ‘일치를 위한 정치 포럼’ 은 2009년 상반기(2009년1월~7월6일) 동안 3당의 대변인 논평들을 모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 막말사례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결과는 “정치권내 상호비방과 막말만 가득하다는 것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내 주는 것이며, 이것이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였다 『 일치를 위한 정치 운동이 한국 정치발전에 미치는 영향 』,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정책연구보고서. 2009
대변인 논평들을 통해 나온 근거 없는 비방 또는 인신 공격성 발언들이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주진우 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1년 자신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장전형 전 민주당 부 대변인에 대해 명예훼손을 제기했고, 2004년 서울고법 민사5부는 장대변인에게 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당인의 정치적 논평에서 어느 정도의 수사적 과장은 용인될 수 있지만, 믿을 만한 근거 없이 상대 정치인을 비난했다면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당간의 근거 없는 비방이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취하 하거나, 아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채 정쟁이 마무리 된다. 명예훼손 소송 제기논란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디펜스 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막말이나 근거 없는 비방 등이 상대방 흠집 내기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 특히 대변인들 입에서 나오는 논평들은 주로 개인적 차원이 아닌 공적 영역에 속한 것들이어서 ‘국민의 알 권리’라든가 ‘표현의 자유’측면에서 더 제어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더욱이 정당 대변인들이나 논평에서 거론하는 상대방 당사자도 공인에 속하는 정치인이어서 비교적 현실적 악의 규명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명예훼손 소송에서 최근 판결들은 공인의 정치적 표현에 관해 진실성이나 상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더라도 ‘엄격하게 입증해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증부담 완화의 법리가 채택되고 있는데, 이러한 법리가 일관되고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되고 있다(이승선, 2005)
역사적으로 명예훼손 법제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주요한 수단중의 하나였다.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법원 역시 특히 공인의 경우 개인의 명예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했을 때 대개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들어주었다. 설사 논평내용이 허위일 지라도 국민들의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의혹 제기가 “악의적 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제까지의 판결경향이다.
정당 대변인의 공식적인 정치적 논평은 최대한 보장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리는 정치권내 막말 풍조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는 소지가 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본 연구는 한국 정치권 내 막말풍조가 심각한 수위에 다다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치권내 상호비방과 인신 공격풍조가 결국은 한국정치의 수준과 질은 물론 정치나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 대표, 지도자라는 정치인들이 정당의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악용하거나 남발 하는 건 아닌지, 또 공적인 영역이라는 명목 하에 언어오염을 선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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