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법제 이론 흉악범죄 피의자 얼굴 공개 보도에 대한 언론인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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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0일자 중앙일보는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철의 얼굴 사진을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반사회적 흉악범 김수철 얼굴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가해자의 인권보다 공익에 충실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다며 “반사회적 흉악범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범행 증거가 확실한 상황이라면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중앙일보, 2010년 6월 10일) KBS와 MBC SBS 등 방송3사도 저녁 메인뉴스에서 모두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로써 어린이 성폭행 혐의자의 경우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보도하는 관행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2009년과 2010년 흉악범죄 피의자의 얼굴 공개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 계기는 2009년 초 연쇄 살인 용의자 강호순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녀자 연쇄 살해 혐의가 속속 확인되어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찰은 그동안 해오던 대로 강호순의 얼굴을 감추어주었다. 그러자 경찰이 가해자만 보호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먼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2009년 1월 31일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강호순의 얼굴을 신문에 공개했다. SBS가 그날 저녁 8시뉴스에, MBC가 9시 뉴스데스크에 얼굴을 내보낸데 이어 다음날 KBS가 얼굴 공개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강호순의 얼굴은 모든 언론에 공개되기에 이르렀다.(염건령, 2009)
이후 형이 확정되지 않은 흉악범죄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보도는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혐의자 김길태 사건에서 다시 나타났다. 얼굴 공개 과정에서 김길태 사건이 앞의 강호순 사건과 다른 점은 경찰이 김길태를 검거해 압송하면서 김길태의 얼굴이 촬영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점퍼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검거 8일 전에 이미 김길태의 얼굴을 담은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었다. 경찰이 ‘공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언론도 별 고민 없이 더 적극적으로 얼굴 공개 보도를 할 수 있었다.
경찰의 김길태 얼굴 공개는 범죄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 등 신원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던 관행을 5년만에 벗어 던진 것이었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집단 성폭행 사건이 신원 비공개 원칙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일부 경찰관이 피해자인 여성 청소년을 보호하지 못하고 이들의 신원이 대외로 공개되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결과 피해 여학생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에서 국가가 패소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피해자와 피의자, 참고인과 증인 등의 신상 및 인권보호에 대한 국가적 기준이 제시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경찰이 흉악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준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염건령, 2009)
그런데 사실 경찰이 김길태의 얼굴을 공개한 것에 법적인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경찰의 행동이 다분히 국민 감정에 편승한 자의적인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흉악범죄 피의자 얼굴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는 2010년 4월 15일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공표되면서 비로소 마련되었다. 이 법은 8조의2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를 신설해 (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개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결국 유영철(2004) 정남규(2006) 정성현(2008) 강호순(2009) 조두순(2009) 김길태(2010) 김수철(2010)로 이어지는 연쇄 살인범죄나 미성년자 성폭행범죄를 겪으면서 흉악범죄 피의자에 대해 비록 형이 확정되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실명과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려는 태도가 수사당국과 언론에 나타났고 이 같은 경향은 위의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법적인 뒷받침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수사당국과 언론은 김길태나 김수철 사건에 준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데 그간 언론이 윤리적 부담과 법적인 위험에 유의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의 최근의 흐름은 분명 새로운 보도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해 보도하는 데 대해 실제 범죄 사건을 취재하고 있거나 취재해본 언론인, 그리고 편집을 담당하는 언론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언론 자유를 확장하는 보도로 여길까 아니면 인권 무시적인 보도라고 여길까? 본 연구는 최근 언론의 범죄보도에서 뚜렷한 경향으로 드러난 피의자 얼굴 공개 보도에 대해 언론인의 인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 문제가 알권리와 인격권이 충돌할 수 있는 주요 쟁점이면서도 실제 취재와 편집 업무를 담당하는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2. 이론적 논의
1) 범죄보도와 초상권
일반적으로 범죄보도는 “범죄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나아가 범죄의 사회 문화적 여건을 밝히면서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긍정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범죄보도가 공공적 정보로서 사회적으로 일탈된 행위를 경계하고 도덕성을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범죄예방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김경호, 2004) 범죄보도의 이 같은 정의와 기능을 통해 범죄보도가 언론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공공적 성격을 지닌 보도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용규(2001)는 신문 범죄보도가 양적, 내용적, 표현방식에서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연구했는데 그의 연구에 의하면 범죄기사의 80% 이상이 재판 전 단계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도 범죄보도에서만큼은 경찰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출입처 제도 하에 경찰과 검찰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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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동욱(2009)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법리적 검토, 『형사정책연구』
제20권 제2호 통권 제78호, 5~28
고명식(2003) 언론에 의한 초상권의 침해와 사법적인 보호법리, 『언론법연구』 제9호,
97~137
김경호(2004) 범죄보도로 인한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연구: 언론과 수사기관의
책임을 중심으로, 『언론과사회』 제12권 제2호, 88~120
김희수(2009)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의 인권, 『수사연구』 제27권 3호 통권305호, 48~54
박용규(2001) 한국신문 범죄보도의 역사적 변천에 관한 연구 : 범죄기사에 대한 내용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제45권 2호, 156~185
이진국(2003) 언론의 혐의보도와 관련자 신원보호 :내사·수사단계를 중심으로, 『형사법연구』
제19호, 393~412
염건령(2009) 흉악범 얼굴공개의 필요성과 근거, 『수사연구』 제27권 3호 통권305호, 39~47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에 형사피의자도 인권이 보호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내세워 얼굴의 공개를 금지하도록 권고했고 경찰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제정해 인권위의 권고를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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