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의 문화 유행과 연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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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문화, 유행과 연애에 대해서..
1920년대 초반의 문화와 유행은 어떠했을까.? 3.1 운동 이후의 문화 통치, 절망과 퇴폐, 사회주의 운동의 태동 등이 기껏 떠올릴 수 있는 상식이었다. 이광수의 「무정」이며, 동인지「창조」「백조」하는 단편적인 문학사적 사실 외에 실감으로 발언할 수 있는 항목은 거의 없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당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던 문화와 유행에 대해서는 쉽게 떠올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1920년대 초반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연애의 시대’라는 책에서는 그 시대 ‘연애’를 통해서 알아보고 있다. 세계 개조의 목소리가 높던 시절 ‘연애’는 개조론의 대중적 변종이었고, 새로운 가치 ‘행복’에 이르기 위한 중요한 통로였으며, 문화예술문학의 유행을 자극한 주 원천이었다. 숱한 사람이 ‘연애’에 목숨을 걸었다. 사실, 연애를 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연애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와 이어지는 것인데, 유독 역사보다 연애라는 단어에 더욱 흥미와 관심이 가는 이유는, 보통의 민중을 포함해, 정서적이고 감성적으로 다가가게 만드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아직도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연애’는 1920년대에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왔을까.? 또한, 1920년대의 문화와 유행은 어떠했는지. 기생과 여학생을 비교해보면서, 알아보았다.
기생VS여대생
매창불매음(唱不賣淫賣)이란, 노래는 팔지언정 몸은 팔지 않겠다는 옛 기생의 명예를 말한다. 본질적으로 관기였던 조선 시대의 기생은 신분으로 따지자면 천민이었고, 관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나 응해야 했다. 기생은 어디까지나 궁중 연회나 변방 군사들의 위안을 위해 요청된 노비였다. 이러한 기생은 20세기 초 대중적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무대의 히로인이었고, 유행을 선도한 총아였다. 강향란은 여학생들의 단발이 논란거리가 되기 10년 전인 1922년에 벌써 단발을 감행함으로써, 시선을 모았고, 강명화와 이화련문기화 등은 1920년대 초반 정사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각광을 받았다. 이러한 기생들은 여학생들을 보며, 여학생의 복장을 따라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무정」이 발표된 1917년까지만 해도 여학생은 그리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19세기 말 처음 여학교가 생겼을 무렵에는 누구도 학생 모집에 응하려 하지 않았고, 1910년 일제 강점 후에도 거부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거리로 나서고 공적인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여성으로서 낯선 경험이었으므로, 의지할 데 없는 고아라든가 행동 거지가 자유로웠던 기생과 첩실 외에는 갓 열린 학교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현진건의 「까막잡기」에서 보면, 여학생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가히 “탐스럽게 핀 검은 모란화 송이의 동산”이라 표현하였다. 풍성한 머리채 아래 보얀 목덜미가 엿보이는 모습은 검은 모란꽃에 흰 줄기가 달려있는 양 매력적이었다. 여학생의 복장이 대중적으로 각인되기 시작할 무렵, 기생들이 탈바꿈을 하기 시작했다. 기생을 상징했던 붉은 양상도 사라졌고, 비단옷에 저고리 뒷고개를 젖혀 입어 대번에 눈에 띄었던 기생의 모습은 점차 여학생의 외양과 비슷해져갔다. 트레머리에 구두를 신고 수수한 빛깔 저고리에 짧은 치마를 입고 나선다면 기생 신분을 남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이러한 기생의 여학생 복장 탓에 “탕녀와 여학생을 구별하는 경계선이 무너”지는 폐단을 낳았다고 한다. 추업(醜業)하는 여자들이 학생처럼 꾸미고 다닌 탓에 여학생을 보고도 유녀(遊女)로 그릇 알아 으레 힐난을 해대는 지경이라고도 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장면은 이광수의 「무정」에서도 볼 수 있다. 형식을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선형과 영채가 대조를 이루는 것은 여학생과 기생이라는 신분의 차이 때문이다. 결국 기생인 영채는 평양 가는 기차를 탔을 때 머리 모양이며 차림새를 여학생 풍으로 꾸며서, 방학이 되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기생이 여학생을 모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동인의 「눈을 겨우 뜰 때」에 등장하는 당돌한 기생 금패는 “이전에는 삼십 이상의 늙은 여학생들이 많더니 차차 어린 여학생들이 보이게” 된 3.1운동 이후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동시에 여학생들의 풍조가 사치해지는 것을 보았고, 이를 “여학생들이 기생을 본받는다”고 부름으로써 일종 승자의 쾌락을 만끽하였다. 분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머리를 장식하고, 게다가 근대 이전에는 기생들만 들었던 양산을 손에 듦으로써 여학생들은 자칫 기생을 닮아 가는 것처럼도 보였다. 기생과 여학생이 모두 새로운 존재 양식을 개발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같은 교차는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1920년대 초반 기생 수가 3천여 명이었던 데 비해 여자 고등보통학교 학생 수는 총 1천 5백여명, 아직 고보 인가를 얻지 못했던 몇몇 여학교와 일본 유학생 수를 합친다 해도 여학생 총수부터 기생 숫자에 한참 뒤지는 형편이었다. 「무정」의 작가 이광수는 유달리 사회적 징후에 민감했지만, 1910년대에 「무정」의 영채와 선형처럼 기생과 여학생이 경쟁 관계에 놓인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1920년대 전반의 폭발적인 교육열 속에서 또 하나의 거리의 여성인 여학생이 등장하면서, 기생과 여학생이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치게 되었다. 기생과 여학생은 서로를 의식하고 모방하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쳤다.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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