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연구] 신구 기독교 수용기 한국종교의 지형과 신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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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신구 기독교 수용기 한국종교의 지형과 신비주의
Ⅰ. 서론
우리는 지금까지 신비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특징이나 정의는 물론 여러 종교에서의 신비주의 전통을 확인하였고 특히 기독교 신비주의 역사를 처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살폈보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신비주의에 관한 논의들을 재고하고 좀더 명쾌하게 신비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핵심적인 준거 명제를 가지고 다시 살피는 일의 유효성과 한계 등을 검토해보려는 시도였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커다란 두 가지 명제를 설정하였다. 첫째는 신비주의 나름의 목표도달에 있어서의 이니시어티브가 속해있는 부분이 어디인가 하는 점으로 판명되는 인효론적 이해이고, 둘째는 신비주의 구현 과정이 전개되는 무대 내지는 장으로서의 독특한 시공에 대한 인식으로서 역사에 대한 비역사적 이해이다. 그러나 이 두 기준 각각의 적용문제는 물론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 해석은 전혀 달라질 수 있으며, 눈에 보이는 현상적 차원과 실제 역사의 리얼리티 문제도 더욱 심도있게 고찰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기준에 대한 설정이나 적용에 있어서 신비주의 전체 스펙트럼을 다 아우르기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목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이 두 개의 명제를 포기하지 않고 가 보고자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관점의 스코프를 한국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이동시켜 다시 우리의 명제에 대한 유효성과 타당성 또는 제한성 등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좀 더 세부적으로 가톨릭과 개신교의 수용 시기 한국종교의 지형을 살피고 그것과 신비주의의 관계를 고찰해 본다. 우선 한국에 가톨릭과 개신교가 각각 수용된 시점은 거의 정확하게 일백년의 시차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의 거리에서 발견되는 한국종교지형의 모습은 한국의 역사 자체의 변화와 함께 맛물려 크게 달라지고 있다. 또한 초기 신자들의 계층 문제에 대한 부분에서 비교적 명확게 신구교 수용자들의 구분이 가능하며, 이들의 학문적이고 종교적인 배경에서 한국종교의 지형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가톨릭과 개신교는 한국 선교과정에서 비교적 독립적이면서 별도의 선교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일부러 이 둘의 관계를 붙여놓지 않고 각각의 역사를 비교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일종의 선교정책이라는 차원에서 선교 대상지에 대한 종교지형 분석의 유형이 서로 같든지 다르든지 내용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개 이러한 점을 근거로 신구 기독교 수용기 한국종교의 지형과 신비주의의 관계를 서로 각각 구분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신구 기독교 수용기 한국종교의 지형
1. 신구교 수용기 한국종교지형의 의미
한국의 종교지형을 살피기에 앞서 한국의 행정구역 상 구분이 갖고 있는 의미를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지역 구분은 단순한 행정구역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 고대시대로부터의 역사와 함께 한국의 문화 단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이라는 땅에서 생멸했던 왕조의 정치적 차원에서의 차별성을 훨씬 뛰어 넘는 고유한 지역성으로서의 문화적 패턴 내지는 서로 다른 유형의 생활방식 바로 그 위에 한국의 종교지형이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연구는 본 발제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한국의 지역문제는 통일신라 시대로 소급되는 장구한 역사를 거쳐왔다. 오늘날의 행정구역은 특히 고려 말에 이미 형성되어왔으며 그것은 그대로 조선의 역사를 거쳐 이어지고 있다. 김종혁, “조선시대 행정구역의 변동과 복원,”「문화 역사 지리」(제15권 제2호, 2003), 100.
그러한 지역의 구분은 다양한 조건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중에서 생활양식의 기저에 영향을 미치는 산천, 즉 자연환경과 그 환경 안에 터전을 잡고 있는 인구 및 경지, 즉 생활환경이 경계의 기준으로 중요하였다. 자연환경은 흔히 지세로 이해할 수 있는데, 결국 산줄기와 물줄기가 대세를 결정한다. 크게 이러한 구분은 해안지역에서는 대하천이, 내륙지역에서는 산줄기가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김종혁, “조선시대 행정구역의 변동과 복원,” 117.
이러한 일반적인 지형도와 종교지형의 구도는 서로 상당히 다를 것이겠지만 한국 행정구역의 역사가 이처럼 유구한 만큼 한국의 종교지형 역시 오랜 역사를 거치며 형성된 것으로 그 강약의 차이가 있을 뿐 시대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전체 종교적 지형에는 커다란 단절 내지 격변 같은 것은 왕조의 변화 이외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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