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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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시나리오
나는 소설의 목적을 재미라고 생각한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비록 현실의 재연이고 허구와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선은 재미가 있어야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시켜 책을 읽을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고 작가의 글을 쓴 목적을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재미있는 책을 즐겨 보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는 위인전이나 추리소설을 즐겨보았고 나이를 먹어서는 무협지나 판타지에 빠져 들었다. 군에 가서는 자서전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소개 하려는 책은 군대 시절에 읽은 김진명의 ‘제 3의 시나리오’라는 소설이다.
사실 김진명의 소설은 그 전에도 읽어볼 기회가 많이 있었다. ‘무궁화 꽃이~’를 비롯해서 ‘하늘이여~’등이 그것이다. 어릴 때는 그저 재미로만 보았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소설들은 상당히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역사의 중심이 된 내용이 많이 있었고 세계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적 위치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등의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정도 배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런 소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위의 여러 열강들이 있고 나라도 분단되어 있고 이러한 현실 앞에서 김진명의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서 말했듯이 나는 재미있는 소설을 진짜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런 김진명의 소설은 나의 구미에 딱 맞는 좋은 소설이다. 우선 재미있고 나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준다. 그리고 통쾌하다. 이렇게 김진명의 소설들은 나에게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알려준 한국소설의 시초라고 하겠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외국의 소설들을 주로 봐왔고 우리나라의 소설은 단편소설들을 주로 읽어왔다. 그것도 교과서에 나오거나 선생님들이 추천하시는 그런 책들 말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김진명의 소설을 접하면서 우리 현대소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군대에 가서 군대도서관 사서의 추천에 ‘제 3의 시나리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살해당한 이정서라는 소설가의 죽음을 조사하는 장민하 검사와 탈북자인 도청기의 권위자 김정한 박사, 조국을 사랑하는 미래라는 여성과 준이라는 청년 북한에서 탈북하다가 아내가 죽고 아이와 함께 나온 강민철 중좌를 중심으로 이끌어지는 소설인 ‘제 3의 시나리오’는 매우 현실적이다. 이는 작가의 철저한 사전 연구와 배경지식에 대한 완벽한 탐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이 소설을 본다면 진실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이 소설은 현실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감이 있을 뿐 그것이 현실은 아니다. 그저 작가의 상상에 의해 구성되고 창작 되어진 것일 뿐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소설의 작가인 김진명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머리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것이 글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소설의 한 축이 되는 베이징에서 살해된 소설가 이정서의 죽음을 수사하던 장민하 검사는 그가 남긴 미완성의 소설 한 편을 발견한다. 한국을 떠난 뒤 일주일만에 뉴욕과 평양을 거쳐서 베이징에서 살해당한 소설가의 죽음에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한편 장검사는 국회의원의 간통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도록 협박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시기에 터지 국정원 도청사건 담당검사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수사를 포기하면서 크게 절망 하게 된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힘은 바로 미국이었다. 그들의 사주에 의해 이라크에 대한 문제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는 등의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준이라는 청년과 미래라는 여성이 김정한이라는 사람을 도와주고 그것을 계기로 소설가 이정서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의문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방을 이용해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를 도청하게 되고 미국의 지도층들의 음모라는 놀라는 사실을 접하면서 이 사실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큰 역할을 한다. 다른 주인공인 북한의 강철민 중좌는 북한 탈출을 시도하다가 아내가 죽고 천신만고 끝에 아이와 탈출하지만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붙잡혀 아이를 볼모로 김정일 암살이라는 특명을 받게 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장민하 검사를 통해 아이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은 죽게 된다.
앞의 세 가지 이야기가 적절하고 유기적으로 엮어놓은 것이 바로 ‘제 3의 시나리오’다.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있고 그들은 서로를 모르기도 하고 알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들은 비록 알지 못하겠지만 그러한 주인공들의 움직임들이 어울려서 미국의 음모를 파헤치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김진명의 소설에 많이 나오고 있다. ‘무궁화 꽃이~’에서도 기자와 경찰 등의 여러 계층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하늘이여~’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미루어보면 작가는 현실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여러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하나의 유기적인 형태로 생각하는 것 같다. 대개 다른 소설들을 보면 어떤 주인공이 있고 그들이 시련을 겪거나 아픔을 겪은 뒤 헤피 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나거나 아니면 슬프게 끝나는 등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진명의 작품들은 이러한 통념을 깨고 여러 주인공과 보조적인 인물들을 내세워서 그들 중 하나라도 실패하거나 어긋난 행위를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를 현실속에서 찾고 있다. 이것은 다른 작가들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김진명이 다른 작가들과 다른 점은 좀 더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김진명 외에 또 다른 작가도 이런 시도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한국 소설의 작가들은 분명 김진명과는 다르다. 다시 말하면 김진명이 현실을 연구해서 그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면 다른 작가들은 그저 재해석하고 재창조할 따름인 것 같다. 이런 결과로 볼 때 김진명의 소설이 대중적인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분명히 알지만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현실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원하는 것 같다. 우선 나 역시 그런 독자중의 한 사람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자신이 그러한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고 비록 이상향은 아니지만 살아가고픈 욕구가 마구 솟아나는 그런 세상을 김진명은 만들어낸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렇게 살고 싶다. 당당한 조국에서 살아가고 싶다. 이러한 세계관이 매우 잘 드러나 있는 소설이 바로 김진명의 소설인 것이다. 북한을 이라크에 파병하자는 의견을 낼 수 있고 감히 세계의 최 강대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을 도청할 생각을 하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제 3의 시나리오’에는 그려져 있다. 비록 ‘무궁화 꽃이~’에 비하면 약간은 부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독자들을 열광시키는 작가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이러한 소설을 그저 상업주의에 물든 작품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소설이 재미있다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사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진명의 소설은 거의 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지금도 잘 팔리고 있는 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김진명의 소설은 재미있는 책이다. 김진명이라는 작가를 작가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민족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모습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이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까지 작가를 중심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작품은 그저 작품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다. 괜히 작품에 작품외의 것을 도입시키고자 한다면 그 소설은 소설로서의 맛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체로서의 작품을 먼저 즐기고 그것이 즐거웠다면 그 작품은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김진명 외에도 은희경, 이외수, 공지영등의 기라성 같은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들의 명패만을 보고 작품을 고른다면 그것은 진정한 독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책의 내용을 읽는 것이지 작가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를 보는 것이라면 독서보다는 작가의 팬 싸인회나 출판사에 찾아가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독서라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고 책을 읽는데 있어서 책의 내용을 봐야지 그 외의 것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나는 군대에서 김진명의 ‘제 3의 시나리오’라는 소설을 보고 그의 다른 소설들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다. 김진명이라는 작가를 본 것이 아니라 그 소설의 이야기성과 재미를 본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소설인 ‘코리아 닷컴’을 읽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가즈오의 나라’, ‘살수’등을 볼 예정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섭렵하고 나서 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그에 대한 감상을 되새겨 봐야겠다. 앞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나는 무협지와 판타지도 좋아한다. 재미있다는 이유 한 가지만으로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말초적이고 쾌락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이란 재미를 찾는 종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항상 일만 하며 살 수 도 없는 것이고 취미생활을 즐긴다면 그것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 역시 재미를 가장 상위단계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 나의 기본 방침이다. 이러한 재미있는 작품들은 나에게 독서의 재미를 일깨워 주고 또 독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내가 독서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제 3의 시나리오’ 이 소설은 나에게 무한한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재미를 혼자서만 갖고 싶지 않다. 따라서 나는 이 소설을 동료 학우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재미있는 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빠져들 것이다.
이렇듯이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하는데 나는 ‘제 3의 시나리오’를 가장 강력하게 추천한다. 물론 ‘무궁화 꽃이~’등도 재미있지만 발표된 시기도 너무 오래 되었고 추천하는 작품보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짙기 때문에 거부감이 일어날 수 도 있다. 그러나 내가 추천하고자 하는 이 소설은 그런 면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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