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감상 - 완죤히 새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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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죤히 새됐어
살면서 직면하는 많은 사건들, 일상의 이야기들에서 과연 얼마만큼이 진실일까에 대한 의문을 내게 불러일으킨 연극 완죤히 새됐어. 연극을 떠올리니 이제껏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을 행하였을까, 혹은 진실을 감추며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또한 의문과 질문들로 가득해진다. 과연 진실과 거짓의 기준은 존재할까, 내 인생에 있어 포장된 거짓과 남에게 비춰지는 진실은 얼마 만큼일까. 나는 분명 진실일 것이라 믿고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했던 이야기들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 대가는 어떻게 치러야 하는 걸까.
‘완죤히 새됐어’에서 연극의 초점은 거짓이 진실로 둔갑되는 억울한 현실의 희생자인 이교수에게 맞추어져 있다. 이교수 외의 다른 인물들은 이교수라는 한 인간을 각색된 진실로 둘러싸 사회에서 그의 위치와 가정에서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도와주는 이는 없다. 그를 어둠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뿐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한 현실에 무기력하게 질 수 밖에 없는 이교수는 끝내 짐승 같은 울부짖음으로 슬픔을 표출한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이며, 내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의 진실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꼈다. 그동안 나는 내게 들려오는 많은 이야기들을 두고 그것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판명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고 여겼다. 나는 내용의 진실여부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내 귀에 들리는 소리자체의 진실만을 믿어왔다. 난 이제껏 그것만이 진실이라 여겼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어왔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나.
연극 ‘완죤히 새됐어’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음에 있어서 우리들이 왜 신중해야 하며, 중립적인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준다. 어떠한 이야기를 들음에 있어 사람들의 안일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수용태도가 얼마나 그릇된 것이었는지를 반성토록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 과연 내 인생의 몇 퍼센트가 진실이며 거짓일까,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진실은 얼마쯤 되는 걸까하는 물음. 또한 나는 지금 얼마만큼의 진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이제껏 인생을 살면서 진실만을 말하고 진실만을 행하며 살아왔을까. 혹 다른 이들이 나에 대한 진실을 왜곡된 채 받아들이고,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완죤히 새됐어’는 이렇게 인생에 있어 진실성의 문제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인터넷의 발전을 이끄는 주축인 동시에 익명을 내세워 근거 없는 비방, 욕설을 일삼는 네티즌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낸다. 이교수에 대한 잘못된 오해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게 되고 더 이상 수습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러 버린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의 게시판을 악용하여 이교수에 대한 오해들은 꼬리를 물고 계속 번져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사실여부나 진실성과는 관계없이 그저 어느 단면만을 보고 일방적으로 그를 비난해 버린다. 이러한 사람들의 태도는 현대에 두드러지는데 특히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거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들추어내고 털끝만큼의 잘못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핑계 삼아 그 인물 자체까지 깎아 내리려 하는데서 찾아 볼 수 있다. 대중들은 사실이냐 거짓이냐를 떠나 자신들에게 하나의 흥밋거리를 제공한다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비방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인격이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여긴다. 그렇게 거짓이 진실이 된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것이 당연한 진실이라고만 여긴다. 더 이상 비방의 대상이 되는 인물에게는 그것에 대해 언급할 권리도 없으며, 당연히 변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완죤히 새됐어’의 이교수 또한 게시판을 통해 진실처럼 꾸며진 오해 때문에 결국은 조금씩 궁지로 내몰리고 만 것이다. 사실 표면적으로는 관심에 의한 것이지만 그 이면엔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교수는 궁지로 서서히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는 이교수가 가지고 있는 교수라는 사회적인 위치와도 관련이 있다.
연극 ‘완죤히 새됐어’는 또한 인간관계의 진실성의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낸다. 극에서 이교수는 믿었던 부인과 제자들, 그리고 친한 후배에게까지 버림을 받는다.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인간관계라고 믿었던 이들에게까지 결국은 왜곡된 진실 때문에 버림을 받고 마는 것이다.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여러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공동체적인 생활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하에 우리는 항상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인간관계의 바탕은 진실이라는 조건을 필요로 한다. 연극에서 이교수가 믿었던 이들에게 버림을 받는 것은 이 진실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로 둔갑된 거짓 때문에 진실은 거짓이 되고 거짓은 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다시금 말의 영향력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며, 또한 인간관계에서 진실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필수적인지 깨닫게 해준다.
연극 ‘완죤히 새됐어’를 보면 인물들 간의 인간관계 속에서 여러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지는 개인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파생된 이교수와 장은정과의 관계를 보면 현재 우리들의 인간관계가 실제 얼마나 이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져가고 있으며 피상적인가를 느낄 수 있다. 이교수와 장은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절친하며 서로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진실한 관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들 사이에 개인성, 이기심이 개입하지 않았을 때까지만 하여도 적어도 그들은 서로에게 진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익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그러한 진실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한 사람을 어둠의 구렁텅이로 처넣어 버리고 만다. 인간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진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관계란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이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관계란 사람과 사람, 두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진실이라는 매개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교수와 장은정은 결국 이 진실이 부족했기 때문에 진정한 인간관계를 이룰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교수와 실장의 관계도 흥미롭다. 이교수는 극중에서 자신의 신념을 믿고 사회적인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며, 실장은 재단의 비리를 폭로하려는 이교수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하다 결국 뜻대로 되지 않자 그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는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들은 극의 초반부에는 아주 대립적으로 나타난다. 완강히 실장의 회유와 유혹을 거부하는 이교수는 이 사회에서 몇 남지 않은 진실한 인간들을 대변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가리지 않는 실장은 현대사회의 양심을 잃은 많은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극의 결말부에서 이교수의 울부짖음은 결국 사회에서 자신의 양심을 믿고 진실을 말하려는 자들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진실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여기는 실장은 교묘한 계략으로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만 그 대가로 다른 인간은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까지 버림을 받고 마는 것이다. 이는 비단 극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현재 진실을 말하려는 소수의 사람들은 진실을 덮으려는 다수의 사람들로 인해 희생을 당하고 있으며, 오히려 진실을 말하려는 자들에게 사회가 등을 돌리고 있다. 극중의 이런 인간관계는 현재 우리들의 인간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변함없을 것 같았던 인물의 변화도 흥미 있다. 이교수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진실을 말하려는 인물이지만 결국은 환경의 압박에 자신의 신념을 굽히고 만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현실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이해해주는 척 하는 실장에게 결국 자신의 뜻을 굽히지만 후에 실장은 그런 그를 어리석다 한다. 누구보다 진실하고 어떤 압력에도 흔들림 없을 줄 알았던 사람일지라도 결국 자신에게 위험이 되고 해가 되는 현실 앞에서는 자신을 굽히고 낮추고야 만다. 소위 살기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 이교수는 비록 정반대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소극적으로나마 자신의 신념을 굽히고 심지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실장을 찾아가 이유를 묻는 등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누가 이교수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면 또한 진실의 문제로 이어진다. 진실을 말하려던 이교수,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 이교수를 무너뜨리려는 실장 그리고 진실성이 상실된 인간관계를 빌미로 자신을 이익을 쫒는 장은정. 또한 사진 한 장이라는 단편적인 것을 통해 이교수라는 인간의 진실을 쉽게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부인까지 모든 것이 바로 이 진실의 문제에서 오는 것이다.
‘완죤히 새됐어’는 재단의 비리와 관련된 정치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극의 중간 중간에는 코믹한 인물들의 코믹한 요소들이 첨가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요소들이 오히려 억지웃음을 주는 것은 아닌지, 약간은 내용의 진지함에 해가 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연극이라는 장르가 영화나 TV등의 매체와 같이 일방향이 아닌, 관객과 배우들의 쌍방향적인 소통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러한 요소들이 관객과 배우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오히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조금은 방해를 받았을지라도 연극의 중요한 특성인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으므로 이러한 요소들은 극 속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극은 전체적으로 인생에 있어 진실의 문제에 대해, 그리고 말의 진실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나로 하여금 진실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고 내 인생의, 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얼마만큼이 과연 진실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과연 우리들이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한 어떤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 거짓된 오해였다면 그것은 어떻게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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