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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김훈. 참 유명한 작가이다. 내가 김훈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된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칼의 노래』를 읽었다고 해서, 그가 언론의 화제가 되었을 때 즈음이다. 그러나 김훈은 단순히 대통령의 도움으로 뜬 작가는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그는 많은 종류의 문학상을 받았고 또한 기자생활로 다져진 간결한 문장에 우리말의 미를 담뿍 담은 매우 아름다운 문체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껏 김훈의 대표작인 『칼의 노래』도 『현의 노래』도, 최근에 발표한『남한산성』도 읽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문체가 어떻다고 말 할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월탄 박종화의 역사소설과 정호승의 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김훈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문장으로 역사소설을 쓴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에게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동안 딱딱한 틀에 맞춰 이해하고 분석해야 했던 한국 필수 단편 및 장편 소설들을 잠시 접어 두고 김훈의 작품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무엇을 읽을까...’하고 김훈의 책들의 제목을 이리 저리 살피다가 문득 눈에 들어 온 한 제목이 있었다. 개. 그리고 그 옆에 적힌 한 문장.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분명 처음 내가 호기심을 가졌던 그의 역사소설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 제목부터 풍겨오는 거친 숨소리와 땀 냄새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책의 표지에 그려진 김세현의 수묵화도 내가 이 책을 선정하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검은 먹물로 한지 위에 퍼지듯 그려진 조그만 개 한 마리. 이 녀석이 땅에 디디고 있는 발바닥이 자꾸 나를 불렀다.
이 책의 주인공은 진돗개 ‘보리’이다. 보리가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시작은 보리가 태어나는 장면부터이다. 이 첫 장을 읽는 순간 나는 ‘아. 이 진돗개 한 마리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하고 생각했다. 동시에 진돗개 ‘백구’의 이야기도 생각나면서 뻔한 이야기 같은데 다른 책을 읽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 ‘보리’라는 놈이 하는 말들이 너무 예뻐서 계속 읽어야 했다. 물론 이것이 바로 작가 김훈의 문체이겠지만, 엄마의 젖꼭지를 물고는 세상이 고소하다고 말하는 보리가 너무 귀여워서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가끔 동물들이 자기들의 동족, 심지어 자기들의 자식까지 잡아먹는 장면을 본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는 짐승이라고 생각한다. 무식하고 개념 없고 파렴치한 짐승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보리의 어미는 첫째 자식을 잡아먹는다. 그리고는 주인할머니한테 끌려가서 죽도록 매를 맞는다. 그런데 작가는 이것을 개의 방식으로 바라보는데 성공했다. 작가는 어미개의 입장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앞다리가 부러진 채 태어난 맏형이 개의 한 세상을 몸으로 비비면서 살아내야 한다는 일을 엄마는 견딜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엄마는 맏형을 다시 엄마의 따스하고 축축한 몸 속으로 돌려 보내기로 작정했던 거야.’ 작가는 개가 되어 이 글을 썼고 주인공 보리는 나에게 얘기해 주었고, 이 장면을 읽는 순간부터 어느새 나도 개가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보리와 같은 개가 되어 네 발로 뛰고 호기심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면서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보리가 자라면서 어른 개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동안 나도 함께 개가 되는 공부를 했다. 작가는 독자도 책을 읽는 동안은 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리가 나무와 풀과 숲을 배우고 냄새 맡고 뛰는 법을 배우고 이빨이 자라고 수염이 나는 장면들을 보다 자세히 공들여서 묘사해 놓았는가 보다.
한창 개가 되어서 신나게 보리와 함께 돌아다니다가 도 한 장면에서 멈춰 섰다. 바로 보리가 어린 아기인 영수의 똥을 먹는 장면이다. ‘영수는 그 이외의 지저분한 것들은 먹지 않았어. 그래서 영수의 똥은 달고 맑았지. 단맛에, 젖이 삭은 새큼한 맛이 섞여 있었어. 쿠린내가 좀 나기는 했는데, 어른 똥처럼 찌르는 듯한 쿠린내가 아니라 포근히 감싸주는 쿠린내였어. 금방 싸놓은 똥은 따스했고 부드러웠어. 씹지 않아도 저절로 넘어갔어.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을 때처럼 말이야. 나는 똥 무더기 속에 주둥이를 들이박고 혓바닥으로 찍어서 넘겼어.’ 보리는 마치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것처럼 영수의 똥을 핥아먹었다. 이 때 나는 잠깐 인상을 찌푸리며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 후에 사람의 몸 속이 따스함과 축축함과 부드러운 느낌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았다는 보리의 말에 더럽다는 생각이 싸악 사라졌다. 이제 나는 완전히 개가 된 것이었다. 작가의 도움으로 나는 똥개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역시 묘사는 독자를 그 글에 동화 되게 하는 힘이 있나보다.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이지만 짤막하여 더 가까이 쉽게 다가오는 김훈의 문장이다. 가끔은 학교가기 싫어져서 길가에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동물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법하다. 이 아름답고도 쉬운 문장들이 아이들도 쉽게 강아지로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완전히 개가 되는데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다. 바로 서술자인 보리가 ‘개’임을 강조하는 부분들이다. ‘우리 개들은 사람과는 달리 ~게 행동한다.’와 같은 부분들이다. 이런 장면들은 잠깐 잠깐 ‘아. 개들은 저렇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내가 개가 아닌 사람임을 느끼게 한다.
왜 작가는 한 번씩 우리가 사람임을 느끼게 할까? 개의 습성을 보다 자세히 나타내기 위한 작가의 욕심에서 나온 실수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문득문득 내가 개가 아닌 사람이란 것을 느끼면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리보다도 더 애달프게 바라볼 수 있었다. 개가 되어서 사람들의 슬픔을 멀리서 바라보고 불쌍하다고 느끼다가 이 불쌍한 슬픔이 바로 우리의 슬픔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가난한 삶에 허덕이면서도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삶의 터를 빼앗으면서도 보상금하나 제대로 주지 않거나 지금껏 길러온 자기 개를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사람들을 보며 괘씸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다른 것에 눈에 비춰지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독자가 개가 되길 원했지만 진정으로 바란 것은 우리들의 삶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사람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여 멀리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개가 되어 볼 수 있고 또 개의 눈으로 사람들의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보리라는 진돗개 한 마리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나는 이 책을 하나의 성장소설로 보려 한다. 성장소설이라 하면 대게는 사람들이 태어나서 부터의 그들의 삶과 그들이 성숙해 가는 과정에 대해 서술한 것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단지 그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개’일 뿐이다.
나는 성장소설로 『호밀밭의 파수꾼』『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아홉살 인생』등을 읽어 보았는데, 이들 책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시련과 그들이 성숙해지는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었고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해 주었으며 그것으로 내가 성숙해 지는 데에도 도움을 받았다. 주인공이 ‘개’라고 해도 성장소설이 주는 이와 같은 효과는 마찬가지였다. 보리는 내가 읽은 성장소설의 주인공들 중 누구보다도 순수한 주인공이다. 이 눈부신 순수함이 그동안 더덕더덕 때가 묻은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개인 주인공도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운명이었다. 마치 우리들이 아버지 어머니의 품에서 떠나오듯이 말이다. 그러나 보리는 어머니와 헤어질 때도 그 운명을 차분히 받아들였으며 고향을 떠나 바닷가 마을로 갈 때도 그리운 고향을 가슴에 품고 돌아섰다. 나약하게 집착하지 않았다. 도리어 새로이 만날 세상에 마음이 설렜다. 지금도 아버지 어머니의 품속에 숨어서 당당하게 혼자 세상과 맞설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내게 보리의 이 행동은 다른 성장소설에서 사람인 주인공이 자립하는 모습 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보리는 사랑하는 이를 잃는 시련도 겪는다. 사랑하는 흰순이를 자기보다 강한 악돌이에게 빼앗기는 비참한 상황. 그러나 보리는 사랑하였지만 집착하지는 않았고 자신이 악돌이 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약한 존재에서 머무른 것은 아니다. 약함을 인정했지만 부딪혀야 할 때는 용감하게 부딪혔다. 흰순이가 주인에게 잡아먹히는 그 날도 이성은 잃지 않았다. 한 마리의 개로서 완전히 성숙한 것이다. 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한 마리의 개가 성숙하는 모습을 통하여,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하고 반성하게 해 주는 조금 특이한 성장소설이다. 인간과는 다른 존재의 성장에서 새로운 배울 점들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을 찾는다면 앞서 조금 언급했듯이 사건이 너무 진부하다는 것이다. 즉, 어디선가 읽어 본 듯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시골에서 태어난 착한 개가 어떤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게 되고, 나쁜 개와 결투를 하는 따위의 이야기는 흔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읽어 볼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소설에서의 사건은 분명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여기서는 실제 주인공이 겪는 사건보다는 뻔한 사건들 안의 조연격인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인공 보리가 성장의 과정에서 겪는 시련들보다는 보리 주변의 사람들의 삶에서 여운을 느끼게 된다. 즉, 보리 주변의 사람들이 행동하고 겪는 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리 자신이 직접 겪는 사건들은 어떤 것이라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개가 되어 이 글을 쓴 것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 아름다운 소설이다. 주인공이 개고, 이 개의 독한 땀 냄새를 맡으며,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또 딱딱한 발바닥을 따라 아무데나 디디면서 책을 읽는다. 하지만 너무 아름답다. 순수한 개의 모습이 아름답고 애처로운 사람들의 삶이 아름답고 흙냄새 물씬 나는 사계절 자연의 묘사가 아름답다. 동물이 되어보고 싶은 순수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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