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은 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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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삶이란 무엇인가?
[첫 수업]을 시작하며….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토론 전 생각 정리하기
책상은 책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노동을 비롯한 삶 자체는 상호교환적인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지니며, 그 체계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책상은 책상이다’에서의 늙은 남자도 역시 자신의 사회에서 살아간다. 그의 주변의 일정한 흐름은 사회의 일반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늙은 남자는 그러한 틀에서 일종의 일탈을 시작한다. 사회적 약속인 ‘언어’를 자신만의 것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공동체에서 소외된다. 그의 언어는 사회적 언어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측면에서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늙은 남자의 ‘자신만의 일탈’로 볼 수 있다. 그는 공동체의 교환체계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예를 들면 적자생존의 법칙이 존재하는 밀림에서의 동물무리에서 볼 수 있는 듯이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무리에서 벗어난 어린 얼룩말이나 늙은 얼룩말은 머지않아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동물무리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벗어난 개인은 곧 그 사회에서 버림을 받는 것이다. 즉, 이것은 사회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갈릴레이가 그 당시에 배척 받았던 것처럼 늙은 남자의 행위는 곧 ‘사회에 대한 모욕’인 것이다.
하지만 그 일탈행위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도 할 수 있다. 사회를 벗어나려 하는 몸부림을 사회적 관점이 아닌 개인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개인적 관점에서 그것은 최선의, 최상의 행동이다. 그가 사회의 일반성을 탈피하는 것은 곧 앙시앵레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곧 진정한 ‘자아’를 찾아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가 ‘달라져야한다’를 외치는 것을 자아에 대한 갈구로 보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한 초월성과 그 가능성은 곧 사회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늙은 남자의 행위를 무조건적으로 옳은 행위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그의 행위는 ‘사회적 틀을 깨고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가리는 관점은 곧 ‘사회적’과 ‘개인적’특성 중의 하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즉, 그것이 어떠한 행위이든, 중요한 것은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늙은 남자의 주변 환경이 이미 그의 자아에 의한 환경이었다면, 그의 행위는 단순한 놀이에 그쳤을 것이다. 또, 기존의 사회적 패러다임이 그의 자아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었다면 그의 행위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늙은 남자의 행위는 우리 주변의 사물에, 그리고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에 비춰 봤을 때, 무리의 ‘수동적인’또는 ‘무의식적인지’를 깨워줄 수 있다. 주변이 본질, 그리고 ‘나’의 본질에 대해서 되돌아 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토론 후 나의 생각 정리하기
토론을 하기 전에는 「책상은 책상이다」의 늙은 사람을 그저 그가 일반적인 사회의 흐름에 반하여 과감히 일탈을 시도하는 실패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실패자로서 세상에 대한 일탈로 자신만의 언어를 재창조하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니, 늙은 사람은 요즘 현대인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들을 통해서 권태감과 무료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이었던 늙은 노인은 자신의 일상을 탈피해 ‘자아(自我)’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함으로써 ‘자아(自我) 찾기’를 시도하다가 그것이 과해 끝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히게 된 것이다.
늙은 노인의 일탈은 주변 환경에서의 억압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의 행위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과도한 ‘자아(自我)정체성’찾기라 부를 수 있는 자신만의 언어의 창조는 외부와의 소통 단절이라는 폐해를 가져다주었다.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데에 수단으로서 작용하는 ‘언어’를 가지고 일탈을 한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어떻게 사회를 떠나서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허무맹랑함에 웃음이 나올 뿐이다.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사는 인간이 사회를 떠나서 자아를 찾는다는 생각은 자신을 부정하면서 자아를 찾겠다는 말과 같으니 이렇게나 모순 된 말이 있을까. 소위 어떤 이들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연을 맺고 있는 모든 세속적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고립된 상황에 일부러 처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그들을 외로움이란 극도의 감정 상태로 몰아붙이는 불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인간이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삶에 대한 행복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져본다.
그러므로 「책상은 책상이다」의 주인공 늙은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은 늙은사람이 자신의 일상의 지루함이 반복되는 삶에 회의를 느껴 자신만의 언어 창조라는 수단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일탈을 시도를 한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일탈행위를 함으로써 모순되게도 ‘자아(自我)찾기’에 대한 시도가 자신의 정체성마저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니까 늙은 사람의 일생은 처음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 한다는 것에는 행복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지 즐거움의 놀이로 끝났어야 했는데 반해 늙은 사람은 그러한 시도에 너무도 심취한 나머지,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의 맛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은 느끼지는 못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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