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 등록일 / 수정일
  • 페이지 / 형식
  • 자료평가
  • 구매가격
  • 2016.07.15 / 2016.07.15
  • 4페이지 / fileicon hwp (아래아한글2002)
  • 평가한 분이 없습니다. (구매금액의 3%지급)
  • 800원
다운로드장바구니
Naver Naver로그인 Kakao Kakao로그인
최대 20페이지까지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자료평가하면 구매금액의 3%지급!
이전큰이미지 다음큰이미지
본문내용
아주 오래된 농담
즐겁게 읽고 싶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을 읽고 싶었다. 두세 줄씩 되는 복문을 즐겨 쓰는 작가라도, 칠순이 넘어 뭔가 얘기가 통할까 싶은 작가라도 나는 박완서 -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다 - 를 좋아한다. 그의 복문에는 꼬질한 삶의 때나 추리가 필요한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맑은 영혼에서 나오는 신선한 언어들이 살아있는 물고기마냥 펄떡거린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고갈되지 않는 영혼의 샘물을 지닌 총명한 사람이라 부르고 싶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에 생일 선물로 받은 책 한 권은 당시 방송사에서 펼치던 책 읽기 캠페인이 선정한 그의 장편소설이었다. 그 작품을 통해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자전적이며 솔직한 글에 매력을 느꼈다.
이왕 이렇게 시작한 김에 작가 예찬부터 실컷 해야겠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있어 작가를 무시할 수 없다. 좋아하는 반찬에 손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소설을 추천하라니 먼저 당연히 ‘이 작가의 글이라서 좋다’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정말로 오랜만에 그가 최근에 낸 장편소설을 집어 들었다. 변명하자면 고등학생 때에는 입시준비로 한가하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소설까지 찾아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국어국문학과 학생으로서 다시 찾은 그의 글은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 읽은 그의 작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만을 기억하던 나는 다소 참여적 작품인 <아주 오래된 농담>을 만났을 때 낯설었다. 자본주의, 아니 돈 이야기라고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첫 장을 넘긴 다는 것, 책 속으로 푹 빠질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싶다. 정말로 작가 예찬을 시작하겠다. 박완서 문학의 백미는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어 소름끼칠 정도로 예리하게 그 단면을 싹둑 잘라내어 인간들이 갖고 있는 온갖 거짓과 가슴 아플 정도로 소중한 진실들을 드러내 보여주는 데 있다. 요즘 작가들의 발랄한 상상력과 색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익숙한 등장인물들에 의해, 일상에서 아무런 거리감 없이 순식간에 그의 소설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그만의 파란만장한 삶 또한 그의 작품세계에 큰 원천이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 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처절한 아픔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전쟁의 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비인간적 일상사까지도 이제는 그의 가슴 속에서 수만 번 정화되어서 박완서 문학의 거대한 봉우리 하나하나로 솟아나 있다.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아픔도, 일상의 사소한 삐그덕거림 마저도 모두다 문학이 되어 나오는 그의 신기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밝게 활활 타오른다. 그리고 내가 읽은 이 작품은 박완서의 작가 인생 30년 만에 열다섯 번째로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그가 ‘아직도 소설 쓰는 고통을 즐길만한’ 사람이라 자신을 칭한 것을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글이 써지지 않으면 군것질을 한다는 소녀 적인 감성과 무서우리 만큼 예리한 칠순 노인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이다. 나는 주로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고 고르는 편인데, 결국 작품을 읽는 목적은 작가와 독자가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인데 박완서는 만날 만 한 작가라는 말이다.
먼저 작품 자체를 도마 위에 올려보자.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정하고 장편소설을 손에 든다. 그만큼 장편소설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실패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초반에 숨 가쁠 정도의 속도로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끝낸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 숨을 고르면서 젊은 작가들조차 구사하기 힘든 세련된 화법으로 대사 위주의 이야기 전개에 돌입한다. 이번 장편의 빼어난 미덕중의 하나는 군더더기 없이 정곡을 찌르는 대사의 감칠맛이다. 박완서 작품의 매력중의 하나로 대사 위주의 이야기 전개를 꼽고 싶다. 한 인물이 한 페이지는 물론 서너 페이지까지도 쉬지 않고 이야기 한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것처럼, 내가 작품 속 인물과 직접 마주앉아 그의 조근조근하거나 직설적인 말투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처럼 느끼게 하는 대사처리는 쉬이 책장을 넘기게 하며 이야기 자체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게 한다.
다음으로 전체적인 이야기와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자칭 재벌인 Y그룹의 장남 송경호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들의 권력과 돈을 둘러싼 암투, 죽음의 소외와 맞물려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겹쳐진다.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자 심영빈의 매제인 송경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와 심영빈의 결혼생활과 일탈, 현금과의 불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자 심영빈은 의학박사라는 직업을 제외하고는 심약하고 별 볼 것 없는 남자이다. 동생 영묘의 결혼 이후 집안의 미묘한 어려움과 그에게 주어지는 고민은 끊이지 않았고, 우연이기도 하고 필연적이기도 한 초등학교 친구 현금과의 불륜은 끔찍한 환경에의 도피처였다. 피안의 세계와 같은 도피처인 이혼녀 친구에게 무너지는 정직한 가장과 정직한 오빠. 심영빈의 두 얼굴이다. 그의 가족으로는 열여섯 살 차이 나는 여동생과 그런 동생이 태어났을 때 재수 없다고 말한 형, 그리고 비록 미망인이 되며 낳은 딸을 부끄러워 하긴 했지만 삼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 남에게 떵떵거릴 수 있을 만큼 - 돈 잘 벌고 높은 자리에 앉히고 싶어 했던 어머니가 있다. 부족하고 문제투성이인 모습, 아는 것만큼 바르게 살고 있지만은 않은 것 까지도 일상생활에 충분히 존재할 만 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인물의 이야기이기에 독자들은 더욱 공감하고 자기 일 마냥 인상도 써 가면서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불륜이라는 소재가 들어간 것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종교라든가, 미친듯이 정신을 쏟을 수가 있는 무엇이 있다든가 그 대상이 무엇이든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피할 언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침 이 이야기 속에서는 자본주의와 가부장 적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고, 그 둘을 미묘하게 대립시킬 수 있으면서 충분히 비도덕적인 소재로 이혼녀와의 불륜을 담은 것이다. 심영빈은 현금을 만날 때 마음 설레어했고, 꽃을 준비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진한 스킨십을 하기도 했다. 독자들이 ‘의사로서 어떻게 저렇게 까지 할 수 있나’ 보다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그럴 수 있지’ 하는 공감에 손을 더 많이 들어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송씨가(家) 사람들 ─ 경호 조모와 경호의 부모인 송 회장 내외. 경호 아래에 두 형제. 송씨 가의 맏며느리가 된 영묘는 오빠에게 몇 번이나 그 집은 좀 이상해, 우리 집하고 많이 달라. 그렇지만 우리 집이 옳고 그 집이 틀린 건 아닐거야. 서로 다를 뿐이지. 라고 이야기한다. 재벌 Y그룹을 거느린 송씨 가는 가족의 질서까지도 무지막지한 자본의 논리로 지켜지고 있었다. 암에 걸린 큰아들의 치료에 있어서도 돈과 권력의 과시가 앞서는 아버지 송 회장의 속물성은, 아들의 장례식을 찍은 장편의 비디오에서 극에 달한다. 어떠한 인사가 참여했으며, 장례식이 얼마나 화려하고 성공적으로 치러졌는가를 과시하는 대목에 이르면, 우리 삶의 치부를 보는 것 같아 끔찍해진다. 결국 아들에게 병명을 숨긴 것도 아들의 여린 마음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실상은 유산에 대한 그의 결정권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였음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혈통에 대한 집착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송씨 일가의 가부장권과 이를 계승하기 위한 집착은 병적일 정도였다. 송씨 일가의 혈통에 대한 집착이 가족에 대한 애정이냐 돈의 계승에 대한 집착이냐를 따지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본의 증식 욕망은 이들의 욕망구조 전체를 완연히 지배하고 있어서 가족의 번영, 혈통의 증식 방식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의 쇠퇴는 돈의 힘으로 대체되고, 소멸은 돈의 계승으로 보상된다. 개체가 사라진 돈의 계승만이 존재하는 삶의 방식에 휘둘리면서 송경호는 육체의 죽음보다 먼저 정신의 소멸을 겪는 인물이 되고 만다.
재벌가의 돈 노름 이기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인 삶과 죽음을 그들의 이야기에 담아내었기에 읽는 동안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자신의 삶이 죽음으로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었던 송경호의 모습은 어린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과 같이 그저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도 가르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그에게 결정권을 주질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면 그가 살아온 서른 남짓한 생(生)은 무엇이었나. 단지 몸에 암세포를 지녔을 뿐인데 그 죄로, 재벌가의 유망주인 큰 아들로 살아온 이때까지의 삶은 무엇이었는가 말이다. 허무로, 허무로 치달아 조용히 눈 뜬 죽음을 맞이한 그의 모습이 서러웠다. 송경호의 아내인 영묘역시 무능했다. 시집 식구들의 손에 놀아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었던, 독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여자라는 것, 며느리라는 자신의 모습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을 제한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발전적인 해결을 이루지 못했다. 영빈이 방황하는 사이 어딘가 모르는 자신의 부족함을 아들 출산으로 메우고자 하는 아내 수경의 모습도 있다. 그의 사랑과 시집에서 인정받기 위해 눈물겨운 낙태를 이겨낸 독한 여자.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의 사랑과 애정이 얼마나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주인공들은, 자본화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렇게 밋밋하지 않을 만큼 평범하고, 각자의 삶의 때를 벗기지 못한 솔직하고 어설픈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며시 풀어내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자본주의(작가의 말대로 돈 이야기), 그리고 가부장적 사회. 그런 사회를 향해 작가는 완전한 비판만이 아니라 동정까지도 같이 불러 일으켰다. 이 소설이 읽혀야만 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았던 것 같다. 인물과 호흡하며 그 전개에 공감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끝까지 읽을 수 있고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아니, 나는 그렇게 읽었다. 그래서 이렇게 추천하고 싶다.
자기 자신이면서도 나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그대로 살게 될 때가 있다. 유쾌하지 않은 그런 기분이 느껴질 때, 운명이라고 순순히
자료평가
    아직 평가한 내용이 없습니다.
회원 추천자료
  • [독후감]아주오래된농담을읽고
  •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고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들을 대부분 싫어한다. 내가 말하는 부분이 상대에게 다른 방향으로 접수되어도 억울하고, 상대가 나에게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충분히 설명을 안해주고 앞에 주어 잘라먹고 말하는 것도 무척 화가 난다. 한번 이야기해서 끝날 것을 몇 번의 신경전과 말다툼 후에서야 풀어지는 것을 보면, 지름길을 알고선도 빙 돌아온 기분이들어서 진이 빠지고 대화하기가 싫어지는 경우도 종종있다. 물론, 내가 너가

  • 아주 오래된 농담
  • 아주 오래된 농담 의사 심 영 빈. .【한국 소설에도 수 십만 명? 아니 수 백만 명의 주인공들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 하고, 중년 남자를 뽑아 소개를 한다는 나의 검은 속을 살펴보고 싶다. 아니 오래 전 부터 나는 이 의사 선생을 왜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벌써 세 번 이상 심영빈 부 분만을 읽고 있는 나를 보아도 알 수가 있다. 그저 모르는 척 했을 뿐. 지금부터 바로 나 ‘유순복’이 바라 본 중견 남자를 회상 할 것이다. 영빈을 내 남편, 어리시절 의

  • 독후감 - 아주 오래된 농담
  • 아주 오래된 농담1. 들어가며나는 ‘박완서’라 하면 그녀의 주름진 얼굴과 함께 『나목』, 「엄마의 말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등의 수많은 소설제목이 떠오른다. 이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여성작가의 대들보, 또 우여곡절한 우리의 역사를 직접 체험한 작가로 현실에 대한 모습,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픔들을 ‘가족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는 작가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과제를 위해 할머니의 이야기처

  • [철학의 이해] 영화 - 개와 늑대사이의 시간을 보고....
  • 아주 오래된 농담!’ 어떤 글이 었냐 하면은 내가 좋아하는 불문학자의 글에서 읽은 건데 불란서 사람들은 해가지고 사물의 윤곽이 흐려질 무렵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대멋있지?? 집에서 기르는 친숙한 개가 늑대처럼 낮설어 보이는 섬뜩한 시간이라는 뜻이라나봐 나는 그 반대야. 낯설고 적대적이던 사물들이 거짓말처럼 부드럽고 친숙해지는 게 바로 이 시간이야 아주 오래된 농담 책에서 이 말이 가슴에 닿았던 말들이었다. 그래

  • 사회과학 현대사회에서 뒤틀려버린 인간의 존엄성
  • 현대사회에서 뒤틀려버린 인간의 존엄성-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성 현실-Ⅰ. 서론Ⅱ. 본론1) 자본주의의 속물성 비판2) 가부장제사회 내의 여성현실 폭로Ⅲ. 결론Ⅰ. 서론농담은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들어서 즐거운 것을 말한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즐겁다니 상당히 모순적이면서도 우리의 허울뿐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박완서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은 자본주의의 속물성과 가부장제 내

사업자등록번호 220-06-55095 대표.신현웅 주소.서울시 서초구 방배로10길 18, 402호 대표전화.02-539-9392
개인정보책임자.박정아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17-서울서초-1806호 이메일 help@reportshop.co.kr
copyright (c) 2003 reoprtshop. steel All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