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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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타인의 생활을 엿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리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날마다 어떠한 일들에 직면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 아닐까. 나도 물론 그러한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한 사람이 자라는 과정을 그린 소설을 좋아한다. 성장소설을 읽고 나면 뭔가 소설 속 인물이 겪은 성장을 위한 많은 경험들을 나도 함께 겪은 것처럼 뿌듯함이 느껴지곤 한다. 그러한 뿌듯함은 곧 대리 경험을 통해 조금씩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길 바라는 내 마음의 자극이 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현기영의 소설을 과제로 선택하게 된 것도 이 소설이 그가 자라면서 경험한 이야기라는 뼈대에 약간의 허구라는 살을 더하여 쓴 글이라는데 있었다. 무엇보다도 실제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하였기 때문에 자서전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현기영은 ‘한 인간 개체가 어떻게 자연의 한 분자로서 태어나서 성장하는가를 반추해보는 의도에서...’라고 이 소설의 의도를 밝힌바 있다. 이 소설은 그의 표현처럼 저자 자신이 이 세상에 나고 자라온 과정을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기억을 되새김질하여 천천히 떠올려 보는 구조로 펼쳐지고 있다. 그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여 자신도 아버지와 많은 부분 닮아있음을 느끼게 하였으며, 아득해져만 가던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함은 가장 핵심적인 것이 제주도의 대자연과 육지인인 나에게는 다소 어색함이 느껴지는 제주도의 방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소설에는 무엇보다도 자연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제주도라는 지역이 워낙 풍광이 아름답기로 알려져 있으므로 뭐 크게 놀랄 것도 없건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작은 탄성을 지르며 그 풍경을 상상하는데 힘을 쏟았다. 위도상의 차이로 모든 색채가 선명하게 돋보이는 기름진 잎새들의 진초록과 흐드러지게 어울린 협죽도와 칸나의 붉은 꽃 무더기, 숯같이 검은 현무암으로 뒤덮인 해변, 그리고 누가 더 푸르냐를 바다와 내기하며 심연처럼 깊어지는 쪽빛하늘 등. 사실 경험의 기회가 적었으므로 내게는 생소한 의미의 것들이지만 나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그것들을 그려내고 있었다.
현기영은 ‘나를 결정한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고 자연의 몫 또한 컸으니, 부모를 비롯해서 그때까지 내가 겪은 모든 사람과 내가 젖줄대고 자란 대자연, 그 모든 것의 총화가 바로 나라는 존재였던 것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이 문장에는 자신의 고향 제주도에 대한 각별한 그의 애정이 드러난다. 또한 그 당시 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난 것을 지금처럼 ‘태어났다’는 표현 대신 ‘솟아났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생명의 탄생을 대지의 소산으로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제주도인 만큼 제주도의 방언도 소설 속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는데, 현기영은 친절하게도 이해가 힘든 제주도의 말에는 괄호로 설명을 보태어 준다. 사실 제주도의 방언은 충청도나 전라도 등의 지방의 방언과는 달리 매우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서 내게 충분히 신선했다. 그리고 소설의 중반부 이후로 접어들자 이상하게도 제주도의 방언은 나에게 어색함이 아닌 구수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농담으로 ‘왜?’라는 의미의 ‘무시?’라는 제주도의 방언을 사용할 정도로 그것은 내게 친숙한 느낌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이렇게 제주도 고유의 향기를 풍기는 점에서 이 소설은 굉장히 매력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제주도 4.3사태에 대한 내용이 비중 있게 담겨있는데, 비중이 크다는 것을 넘어서서 이 사건은 소설이 끝나는 내내 잊을 만하면 되살려져 다시 떠오른다. 오죽하면 현기영 자신이 앞으로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했을까. 아마도 그만큼 그 사건이 현기영 자신의 삶에 있어서, 그리고 성장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물론 나는 직접적으로 겪어본 바가 없으니 이해가 힘든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충분히 그 당시의 수많은 희생과 참혹함은 느낄 수 있었다. 한라산의 흰 눈 위에 낭자히 뿌려진 붉은 피. 그것은 제주도의 절경을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상상이었다.
4.3 사태가 일어나기 전 동네 개울의 올챙이가 떼죽음을 당하고 나서 그 이듬해에 4.3사태의 발발로 인해 인간들이 떼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해석하자면 터무니없지만 결국 올챙이 떼의 죽음은 더 큰 비극의 암시로 작용했다. 4.3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 친지들을 잃었으며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집까지 잃었다. 그렇게 갑자기 닥친 불행의 희생자들. 그 사건의 진정한 희생자는 죽은 이들이 아니라 바로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그 당시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을까? 얼마나 참담하고 절망적이었을까? 사랑했던 사람들은 죽음을 당하여 떠났는데도,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신과 그러한 현실이 얼마나 미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비록 직접적이진 않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때의 아픔과 고통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쟁을 모르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라온 어린 세대들에게 이 소설은 어떤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엔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한 시절이었다. 물론 소설 속 현기영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다. 그저 남들만큼만 가난하고 남들만큼만 먹고사는 정도였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집과 먹을 것들이 거의 다 타버리고 게다가 흉년까지 맞물리는 바람에 사람들은 더욱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꼭 그 이유가 아니라도 그 시절은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많았던 시절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굶주림이었을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 보릿겨, 밀기울, 말린 고구마와 무거리 등의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것들이 사람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사실 그러한 표현으로는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시골에서 살아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밀기울이나 보릿겨는 별로 들을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대강 짐작으로 사람이 먹기 힘든 것까지 먹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구나 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우리는 배고픔을 모르고 살아온 세대가 아닌가. 지금도 배가 고프면 냉장고 문만 열면 얼마든지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게다가 만족함까지 주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니까 하는 생각을 하니 항상 먹을 것에 투정부리는 내가 그러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현기영의 섬세한 묘사에 빠져들었는데, 비록 화려하고 수사적인 표현들은 아니지만 익살스러우면서 섬세한 표현들이 맘에 들었다. 예를 들어 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그 신새 도깨비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의 순수하고 재미난 상상에 더해진 ‘숨 쉬는 듯한 창호지의 벌룽벌룽 거리는 모습, 말이 코투레 질하듯 투르르 투르르 떨어대는 바람 탄 문풍지’ 등 그의 표현은 이야기들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그는 하늘에서 천둥과 벼락이 치는 것을 하늘에 걸어놓은 커다란 무쇠 솥에서 천둥벼락들이 야물게 구워져서, 탁탁 우르르 탁탁 터지는 것 같았다고 하였는데, 참 재미있고 참신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추상적이거나 어렵지 않은, 비록 화려한 수사는 아니지만 충분히 참신한 그의 표현들이 나는 너무 정겨웠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이 소설에는 어린 시절 작가가 들었던 설화나 이야기들이 종종 삽입되어 있는데, 그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 당시에는 쌀이 비쌌을 뿐더러 보리가 풍년이라 사람들은 보리를 많이 먹었는데, 보리는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소설은 방귀소리 ‘뽀르륵 뽕뽕’과 관련한 큰 이야기에 ‘푸르륵 청청’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콩을 볶아 먹으면서 그와 관련하여 작가는 또 다른 옛 이야기를 떠올린다. 옛날 옛적으로 시작하는 이런 작은 이야기들은 꼭 어릴 적 보았던 전래동화 같은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이런 부분에서 더욱 집중이 되곤 했다. 그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에 다시 주위를 집중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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