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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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
단군신화에 따르면 곰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내심과 참을성의 결여로 동굴 밖으로 뛰쳐나간 호랑이는 어찌 되었을까?’ 라는 의문으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작가 박진규는 기발하게도 호랑이 또한 여자가 되었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복종한 대가로 여성의 시조가 된 짐승이 곰이었다면 신에게의 복종을 거부하고 스스로 여자가 된 짐승이 바로 호랑이다. 이 ‘호랑아낙’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성들의 거대한 억압체계와 맞선다. 이들은 연산군을 폐위시키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고, 지방 탐관오리의 악행을 고발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으며, 동학혁명 때도 큰 몫을 해냈다.
‘수상한 식모’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 때부터였다. 조선을 지탱하던 신분사회는 몰락했지만 신분사이의 경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이 단단한 신분의 경계를 만들어 놓은 것은 바로 자본이다. 자본은 어떠한 법도보다 더 강력하게 신분사이의 교류를 끊어놓았고, 계급과 계급사이에서 활발히 움직이던 호랑아낙의 움직임은 점점 둔해지다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아예 호랑아낙은 전설로만 남고, 수상한 식모들이란 이름을 지닌 새로운 집단이 발생하게 되었다.
호랑아낙들이 한국사회의 부와 명예를 독식해온 집단에 대해 은밀하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면, 호랑아낙의 정신을 이어받은 수상한 식모들은 의도적으로 부르주아 가정에 잠입하여 식모로써의 본분을 다하는 듯하면서도 슬그머니 그들의 위선을 까발리고, 가정을 해체시키며 파탄을 불러 모은다. 이들은 깃발 대신 식칼을 들고 자못 유쾌한 보복을 통해 짜릿함을 즐기고 있다. 산에서 캐온 독초를 말려 요리에 조금씩 넣는 것은 기본이고 주인집 남편을 유혹하거나 아이들의 귀에 이성을 마비시키고 환각을 만들어내는 작은 쥐를 넣는다거나 하는 비법도 이용된다. 이렇게 박진규가 풀어놓는 호랑아낙과 수상한 식모들의 행각은 그야말로 황당하고 기발하다.
어쨌든 수상한 식모들은 암울하고 획일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흔치 않은 튀는 인물들이었다. 그녀들은 이중의 삶을 살았고, 남의 집 살림을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그 가정을 파괴하는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시켰다.
그러나 결국엔 수상한 식모라는 직함을 너무나 손쉽게 내던지고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일생을 보내기도 했다. 자신들이 부리는 식모를 뻔뻔하게 구박하고 학대하면서 말이다. 수상한 식모들도 결국은 여자이고, 사람이다. 그녀들도 어쩔 수 없이 사랑을 꿈꾸고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길 꿈꾼다. 마치 겉으로는 욕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워 어쩔 줄 몰라 평생을 부르주아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수상한 식모들은 순수했다. 그들 중 누구도 어떤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폼을 잡거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이들을 살인하지는 않았다. 살인과 폭력은 보복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합리화의 꼭지점 일뿐이다. 보복은 좀더 떨어진 자세에서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상대의 무너진 가치관을 비웃는 것이다. 그런 의도로 볼 때 그녀들은 순수하게 보복을 즐겼다.
“미안! 우리들에게 보복은 훈련되어진 생리야.”
“그게 다야?”
“하지만 쩨쩨한 보복을 하는 사람들보단 나은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해.”
“집단적 광기야. 이기적 족속들이고, 타인들에게 피해만 주고.”
“세상 사람들은 다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고 살아. 우리가 살아있다는 자체가 지구한테는 심각한 피해를 안겨주지. 아니, 어차피 우리는 서로 타인들의 정신적인 살점을 뜯어먹으면서 사는 거 아니겠어?”
“당신처럼?”
“나는 최소한 누구를 뜯어먹지는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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