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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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원문 1>
“우리 소저가 낭군의 회답한 글을 보고 십분 감격하여 하시며 낭군이 달빛 아래 만나려 하는 것을 전하니 소저가 이르되, ‘남녀가 혼인 전에 서로 봄이 예의가 아닌 줄을 알되 바야흐로 그 사람에게 의탁하려 하며 어이 그 뜻을 순종치 않으리오마는, 밤에 서로 보면 사람의 의심이 있을 것이요 부친이 들으셔도 더욱 그릇 여기실 것이니 밝는 날로 중당(中堂)에서 잠깐 보고 언약을 정하사이다.’ 하시더이다.” 24쪽
위 대목은 양 소유와 진채봉의 혼사 관련 이야기를 다룬 대목이다. 위에서 양 소유와 진채봉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조차 하지 아니한 채로 결혼 논의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들은 서로 시를 주고받는 것뿐이었는데 갑자기 사랑에 빠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대목이다. 오늘날은 ‘첫눈에 반한다’라는 말도 고어(古語)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인데, 직접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서 단순한 만남이 아닌 결혼을 약속하는 양 소유와 진채봉의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비현실적인 <구운몽>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 대목을 보면서 요즘 세상에도 이처럼 운명적으로 통하는 사랑이 있을까하고 생각해보았다. 아직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아직 학창시절을 겪는 학생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남녀 간의 사랑관계는 서로의 계약관계로서 만나는 조건부 만남이 대부분인 것 같다. 연애 문제에 있어서는 서로 누가 더 사랑하느냐보다는 ‘더치페이’라는 주제가 입에 오르내리고, 연인들 사이에서도 사이가 조금만 틀어지면 성폭행이나 강간죄로 고소하는 일도 있다. 또한 ‘결혼’이라 하면 먼저 하는 걱정은 ‘혼수’이고, 또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결혼은 옛날과 다르게 단순한 계약이고 계약은 마음만 먹으면 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혼이 잦아져 이혼 법률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구운몽>은 비록 남자 한 명이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는 오늘날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랑이 주된 내용이라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 대목에서 양 소유와 진채봉이 서로의 어떠한 것도 따지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훗날의 사랑을 약속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들이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다시 말하면,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판타지 혹은 양 소유(성진)의 일대기에서 드러나는 판타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양 소유와 진채봉이 첫눈에 반하는 현실에서 있기 힘든 진정한 의미의 판타지에도 관심을 두고 그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원문 2>
“첩의 근본을 낭군이 벌써 알아 계시니 낭군은 홀로 싫어하는 마음이 없으니이까? 첩이 청므으로 만나서 마땅히 바른대로 아뢸 것이로되 낭군이 두려워할까 하여 거짓신선을 의탁하여 하룻밤 침석을 모시니 첩의 영화가 극하고 마른 뼈가 썩지 아니하더니, 금일에 낭군이 첩의 집을 돌아보고 술을 뿌려 외로운 넋을 위로하니, 첩이 감격함을 이기지 못하여 한번 얼굴을 대하여 사례할지언정 어이 감히 유음(幽音)의 더러운 재질(才質)로 군자를 가까이 하리오? 한번 이 이미 의심하니 어이 감히 가까이 모시리이까?”
생이 가로되,
“귀신을 싫어하는 자는 세속 어리석은 사람이라. 사람이 귀신 되고 귀신이 사람되니 피차를 어이 분변하리오? 나의 정이 이렇듯 하거늘 그대는 차마 어찌 버리리오?” 76쪽
위 대목은 처음엔 선녀로 위장하여 양 소유에게 접근했다가 후에 귀신으로 밝혀진 가춘운과
양 소유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는 장면 중 일부이다. 물론 가춘운은 후에 귀신이 아님이 밝혀지지만, 양 소유는 이때까지만 해도 귀신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양 소유가 귀신과 사랑을 나누고자 한 것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우리 조상들은 귀신과 사랑을 나눌 것을 상상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서양의 고전 예술 작품에서는 귀신과의 로맨스라는 모티프를 가진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것일 수 있지만, 서양의 전통 귀신들은 대부분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좀비나 구울, 늑대인간과 같이 인간의 형상을 한 귀신은 없다. 이런 괴물들과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애초에 상상이 되질 않는다. (물론 최근엔 영화 ‘트와일라잇’과 같이 흡혈귀와의 로맨스를 다룬 것은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귀신인 처녀귀신은 거의 인간에 가깝게 묘사되고, 심지어 원한에 가깝지만 인간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원한을 없애주면 오히려 인간에게 복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렇듯 서양의 귀신은 인간세상을 파괴하는 것만을 일삼는 데 비해 한국의 귀신은 주로 인간과 소통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 조상들은 더 나아가 연애관계까지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본 듯하다. 이를 증명해 주듯이 우리 고전 소설에는 <만복사저포기>나 <이생규장전> 등과 같은 죽은 혼령과의 인연을 다룬 소설들이 있다. 죽은 사람이나 혼령, 귀신을 공포나 기피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기도 했던 선조들의 생각이 새삼 신기하게 다가왔기에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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