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길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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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문학세상-1] 너무 길었던 하루
무관심이여, 너는 얼마나 거룩한가. 연탄재와 먼지와 지친 얼굴들의 행진 속에서 사랑없이 바라보는 거리여,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 노혜경 "상뚜스“중에서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미처 다 지우지 못한 좌판을 쓸어안고 울고 있었다. 깨어진 화분에 대궁이가 꺾인 민들레꽃이 길바닥으로 흙을 쏟고 있었다. 이 5월에 아직도 민들레라니?
중앙대 입구였고, 나는 회사 일로 심부름을 가던 중이었고, 머리가 길어서 거추장스러웠고,
경찰이 나를 향해 최루탄을 쏘았다. 나는 콧물을 뚝뚝 흘리며 할머니에게서 남은 나물거리들을 다 샀다. 민들레 화분도 샀다. 나물을 가득 쑤셔넣은 가방을 경찰이 낚아채갔다. 이게 다 웬 쓰레기야라고 저희들끼리 하는 말이 먼 나라 말처럼 들려왔다.1981년 봄, 대학을 졸업하고, 막 태어난 병아리처럼 깃털까지 촉촉한 모습으로 나는 서울로 올라갔다. 실천문학사의 제 1호 사원이 된 것이다.그때까지 닭장 속에서만 꼬꼬댁거린 병아리 시인 지망생이던나는 실천문학이 뭘 하는 곳인지, 자유실천 문인협회가 어떤 사람들의 모임인지도 구체적으로 몰랐었다. 정말 우연히, 그곳과 나는 서로 만났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왔다.
조금만 몸피에 눈만 커다란 소녀였다. 광주 한빛 서점이라는 곳의 임시 사장이라 했다. 서점을 경영하던 오빠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을 닫으려 한다고, 그동안 밀린 책대금을 갚을 수가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사무실 안에는 이상스레 침울한 분위기가 맴돌았고, 그녀는 더 이상 별다른 말이 없이 큰 눈에서 눈물만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랬다. 나는 내 눈앞에서 광주의 희생자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시신조차 실종되어 버린 몇 백 명의 그들 가운데 두 명의,어린 여동생을 보았던 것이다.80년 5월 나의 애인은 순천 진주간 국도에서 전라도쪽을 향해 총을 겨눈 채 날밤을 새고 있었고, 멀리 부산에서 나는 폭도들이 경계를 넘어올까봐,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칠까봐 떠느라고 밤잠을 설쳤었다. 우리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이 상황을 꾸며낸 적 없는데, 우리는 진심으로 두려웠는데, 누가 우리에게 죄의 굴레를 씌웠단 말인가.
그날 나는 혀를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내가 무슨 시를 쓴단 말인가? 5월의 하늘이 아름답다고? 나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 내 곁에 있으니 행복하다고? “등따시고” 배부르니 세상에 바랄 것이 없다고? 아니면, 바람,별,구름,솜사탕이라고?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고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살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더 이상의 통속은 싫었다. 나는 아무 것도 감당할 수 없었다. 숨쉬는 것도 싫었고, 누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싫었다. 사랑니가 부러졌고 기관지에서 피가 흘렀다. 회사 앞 상가건물 3층에 임시로 들어앉은 성당의 텅텅 빈 성전에서 이름도 모르는 신부님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나는 기절할 듯이 울었다. 세상은 쓰레기더미에 깔려 있었고, 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이미 죽어버렸다. 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이 먼 거리를 나는 도대체 어떻게 가야 할까.
그리고 1981년 5월 그 길었던 날, 나는 길에서 길을 잃었다. 지금껏 나를 버려두고 제갈길을 가기 바쁘던 우주의 좌표가, 나를 향해 똑바로 꽂혀왔다. 이 시간, 이 공간에 너는 못 박힌 거야,알 겠어? 지금부터 너는 진짜로 죽으러 가는 거라구.
오, 그런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어디 있는가. 세상은 왜 이렇게 갑자기 캄캄한가.
나는 할머니에게서 산 민들레 화분을 미친 듯이 껴안고, 중앙대가 있던 흑석동에서 서초동 실천문학사까지의 먼 길을 걸어서 갔다. 무관심이여, 5월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들이여,오 안돼, 절대고 그럴 순 없어. 손톱 밑에 새카만 물이 들었다. 그렇게 그 5월은 가고, 나는 길도 말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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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문학세상-1] 너무 길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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