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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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오래 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시,
서정이 살아나는 꿈의 세상을 그린 시
- 손택수
시는 모름지기 세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 시가 세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시를 쓰는 시인이 세상을 관심 어린 눈으로 바라 본 후 써야함과 동시에 시를 읽는 독자가 시를 읽은 후 세상 살아가는데 감흥이 일어 시가 주는 교훈을 지키며 살거나 하는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대의 시는 얼마나 세상을 담고 있을까? 한 때 서정윤의 시에 미친 적이 있었다. 스물 살 때에 처음 만난 그의 ‘홀로서기’는 내 마음에 품고 있던 고독과 외로움이 잘 표현 된 듯해 그 시들을 삼킬 듯이 읽고 또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짙은 종교적 색채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으로 시를 읽지 않은지 오래였다. 그 후 이정하 시인이나 류시화 등 여러 시인의 사랑 노래 같은 시를 내 첫사랑을 만날 즈음 편지에 옮겨 적으면서 가슴이 설레었던 적도 있다. 서정윤의 시에 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이다. 그 때는 김남조의 ‘너를 위하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랑 노래가 내 마음을 대신 불러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 사랑 노래는 오래지 않아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내가 아는 한의(비록 좁은 시야를 가졌지만) 현대시는 한 시인이 일부 계층의 서정을 울리고 미소 짓게 할 뿐 시가 담당해야할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얼마간 시를 먹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도서관에서 매월 출판되는 어떤 도서(제목이 기억나지 않음. <문학사상>이든가)를 읽다 손택수 시인의 시를 접하게 되었다. 그냥 그대로 이야기가 담겨진 그 시 속에서 아련한 향수가 풍겨져 나왔다. 시에 대한 목마름을 해갈(解渴)해 주기에 충분한 시를 읽고 감탄을 연발했다. 뛰어난 수사가 펼쳐진 것은 아니지만 남다른 표현들. 대상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면 쓰여 지지 않았을 표현들, 세상에 관심이 없다면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가 숨 쉬고 있었다.
현대는 부족한 것이 없는 ‘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 천지다. 하지만 손택수 시인의 시를 읽으면, 아니 만나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제 작품을 하나씩 보면서 손택수 시인의 시에 담긴 오래 된 이야기를 듣고, 서정이 살아나는 꿈의 세상 그림을 구경하려 한다.
할머니는 사람의 콧구멍 속에 쥐 두 마리가 살고 있다고 했다.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진 동생의 얼굴에 연필 수염을 그려놓고 키득대고 있노라면, 에그 망할 놈, 나갔던 혼쥐가 딴 구멍으로 들어가겠구나 혼쭐을 내시곤 가만가만 아기가 깨지 않게 수염을 지워주곤 하였다. 한 마리는 상할아버지 수염처럼 희고, 또 한 마리는 내 머리카락처럼 검다는 쥐 한쌍. 월남에 갔던 만식이 삼촌의 넋이 나가버린 것도 돌아오지 않는 혼쥐 때문이라고 했다. 불침번을 서며 졸던 삼촌의 콧구멍 속으로 들숨 날숨 따라 들어오던 쥐 한 마리가 폭격소리에 깜짝 놀라 밀림 속으로 줄행랑을 쳐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행기만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한 마리를 찾아 귀를 막고 마루 밑 쥐구멍 속으로 숨어들던 삼촌, 내 콧구멍 속 혼쥐란 놈들이 달아나버리면 어떡하나 누가 잠든 내 얼굴에 가면을 씌워놓은 사이 고 새까만 눈을 두리번거리다 딴 구멍을 찾아가버리면 어떡하나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있었는데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쥐가 나는 것이었다. 꿈속에도 달아난 혼쥐 생각에 다리가 뻣뻣이 굳어오는 것이었다.
-‘혼쥐 이야기’전문, 시집 <목련전차> -
이 시를 읽으면 한 편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착각에 빠진다. 어린 시절 자는 사람의 얼굴에 변화가 생기면 나갔던 혼이 찾아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이야기는 누구나 들었을 법한 친근함을 준다. 하지만 단지 친근함을 준다고 해서 시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전해오던 전설 혹은 설화가 살아나는 것 외에도 이 시에는 현실을 그려내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현실을 그려낸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많은 병사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 아래로 가라앉고 있지만 아직도 월남전에 참전했던, 그곳에서 몹쓸 병이나 추억을 안고 온 이들이 ‘만식이 삼촌’이 곳곳을 지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손익과 관계가 없기에 생각지도 않는 그들은 누구를 위해 ‘혼’을 버리고 왔던 것일까. 시인은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지긋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수한 설화처럼 차츰 희미해지는 이야기 속에 ‘우리’의 바로 ‘현대인’의 자리를 만들어준 이가 있노라고. ‘만식이 삼촌’이 있었노라고 이야기한다. ‘혼쥐’라는 전통적 소재를 통해 어린 날의 추억을 들려주고 마는 것이라 아련한 추억에만 젖어서는 안 된다. ‘혼쥐’를 찾아 마루 밑에 숨어드는 그이, 그만큼 무서운 댓가를 치르고 일구어준 우리 삶의 터전을 삭막하게 꾸려 나가서는 안 된다는 부드러운 경고 메시지이다.
이런 시적 경고는 다음 시에서도 드러난다.
외갓집을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여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에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쓰는가/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고 마실을 가는가/ 들은 바는 없지만, 그 지엄하신 신조대로라면/ 변변찮은 살림살이에도 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 그릇의 따순 공기밥이어야 한다/ 그것도 꾹꾹 눌러 퍼담은 고봉밥이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십년 만에 찾은 외갓집/ 상보처럼 덮여 있는 양철대문 앞에 서니/ 시장기부터 몰려온다 나도/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출출하겠는가/ 마실간 주인 대신 집이/ 쥐여주는 숟가락을 들고 문을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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