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으로 본국 문 소설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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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소설 중 가장 이본이 많은 <조웅전>에는 국문 필사본 241, 방각본 178, 활자본 31, 총 이본수 450편이 있다. 또한, 7언의 삽입 가요가 모두 10여 개 있으며, 그 중에서는 88구나 되는 장편도 있다. 이러한 시를 이용한 소설적 장치는 소설의 문예적 성격을 높여주기도 하고, 연인들 사이의 애정 또한 필연적 연분임을 상기시켜 준다. 또한 이것은 부모의 허락 없이 혼인 관계에 이를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끌어내기 위한 수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유충렬전>
<유충렬전>은 국문 필사본이 273, 방각본이 88, 활자본이 40, 합 391편의 이본이 존재한다. <조웅전>과 함께 조선 후기 군담소설과 영웅소설을 대표하는 작품 중에 하나이다. 군담소설이란 ‘군담(軍談)’, 즉 전쟁이야기가 주된 줄거리가 되는 일련의 소설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임진병자양란 이후 발생하여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한글 소설의 한 유형이다. 군담 소설을 크게 3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유충렬전>은 제2기 군담소설로서 제1기 군담소설에서 보이는 실재한 역사적 사실들을 다룬 <임진록>,<임경업전>과 같은 작품과 달리, 예술적인 환상과 허구에 기초하여 창작된 작품들로서 그 내용으로는 충신과 간신 사이의 갈등이나 본처의 자식과 계모 사이의 갈등, 남녀의 기이하고 신이한 만남과 같은 구성이 많다. 이에 포함되는 <유충렬전>은 주인공과 그 가족의 고행 및 군담을 엮은 영웅소설의 하나이면서 영웅 소설의 구조적 특징을 가장 완벽하게 갖춘 창작 군담 소설로서 손꼽히고 있다.
<유충렬전>에 내용을 살펴보면, 유충렬은 지상계의 모든 갈등을 해결하고 집단적인 공동선(共同善)인 충(忠)이라는 교리를 추구하고,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인물상으로 그려지면서 영웅소설임을 증명해주며, 고귀한 혈통-비정상적인 출생-탁월한 능력-기아-구출자를 만남-다시 위기를 만남-위기를 극복하고 승리의 영웅 구조적 일대기를 따르면서 영웅 소설의 문법에 충실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에서도 영웅 소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유충렬은 국가에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하는 충성의 전형으로서 그려지며, 유충렬과 대립되는 인물인 정한담과 최일귀 또한 간신과 악인의 전형들이다. 소설 속 두 인물은 천상계에서부터 악연의 인연을 맺은 것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영웅소설에서 보이는 선인과 악인 두 축의 대립으로서 이 작품에서도 극명하게 보인다.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유충렬전>의 성공 배경과 같이 연관 지어 살펴보면 대내적 정치 현실과 대외적인 외적의 침입 또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충렬 측과 정한담 측의 대립은 당시 조선시대의 당쟁싸움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입장에서 당시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이항 대립이 <유충렬전>의 선악 대립과 일치한다고 보는 입장에서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분법적 선악관의 이해를 우리의 대립 항이 단순하지 않은 현실에 가져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며, 당시 요동치는 국제 현실 속에서 단 두패로 갈라져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대립만 일삼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또한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끝까지 싸우자는 주전파와 반대파인 주화파의 대립과 호국에 의해 황제의 가족들이 포로가 된 소설 속 내용과 당시 강화도의 함락과 왕실의 인물들이 포로가 된 병자호란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부분에서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이며, 이러한 전쟁에 대한 민중들의 패배의식을 유충렬이 복수를 통해서 앙갚음을 함으로써 민중들의 전쟁에서의 아픔을 달래주는 대리만족의 효과로 작용해 <유충렬전>이 많은 이본을 남기며 당시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을 것이다.
3. <춘향전>
<춘향전>은 우리 고소설가의 보물로서 고소설 그 이상인 소설임에 틀림이 없다. 영화 외에도 희극, 창극, 마당놀이,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각색되어 대중들에게 현재까지도 읽혀지고 있으며, 수백 편에 달하는 이본과 판소리 창본, 그리고 초중고의 교과 교육까지 합쳐서 그 범위가 학문에 수준에 이를 정도이다. <춘향전>을 읽다보면 춘향과 이몽룡의 나이가 16세였다는 것에 대해 지금으로 봐서는 의아해 하지만, 저 시절에는 저 정도면 혼인하거나 인연을 맺기에 딱 알맞은 나이로서 이는 다른 고소설 속에서도 살펴 볼 수 있다.
4. <심청전>
<심청전>은 판소리계 소설로서 거타지, 인신공회, 맹인 득안 등의 전래설화를 창극화한 판소리를 다시 소설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중에 의해 첨삭되기에, 이를 ‘적층성’이라 부른다. 이본 수는 국문 필사본이 144편에, 국문 방각본이 79편, 국문 활자본이 34편, 한문 필사본이 2편이나 된다. 내용상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는 심청이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인당수의 제수(祭需)가 될 때까지이며, 후반은 환생하여 왕비가 되어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가 다시 눈을 떠서 행복하게 살 때까지다.
이는 불교의 인과응보 사상에다 유교의 효, 도교의 신선 사상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작품을 대부분 심청이가 보여주는 효에 측면에다가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고종 때 진주 부사를 지낸 정현석(鄭顯奭)은 <교방가요(敎坊歌謠)>에서 “<심청가>는 눈먼 아비를 위해 몸을 팔았으니 이는 효를 권장한 것이다”라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현대의 학자들은 심청의 효에 대한 성격을 달리 본다. 그 이유는 당시 하층민이 겪어야 했던 가난과 가치관의 소멸로 평범한 의미의 효도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 그려진 모습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소효(小孝)라면 목숨을 버린 것은 대효(大孝)를 어긴 셈이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를 진정한 의미의 효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의 조선사회에서는 집권층에 의해 조선식 성리학을 중심으로 체제를 다지면서, 지배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극단의 효 사상을 내세워 백성들에게 교화시켰다. 이에 심청전 또한 당시의 이러한 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의 못된 가치에 흘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제 몸을 공양미 3백 석에 팔아 인당수의 제물로 바치는 극단적 효의 표본 심청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모를 위해 몸을 파는 매신(賣身)은 이 당시 다른 소설 속에서도 많이 보인다. 그 예로는 <탁영전>,<신단공안>3화, <곽부용전> 등을 들 수 있으며, 극단적인 효로서 엽기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5. <적벽가>
<적벽가>는 판소리계 소설로서, 판소리 열두 마당 중 하나, 또는 동리(桐里) 신재효가 이를 고쳐 지은 판소리의 이름이다. 이 <적벽가>의 완판본은 <화용도>라는 소설인데, 이전에 완판본인 <화용도>는 신재효의 작품인 <적벽가>와는 매우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화용도>가 사건이 주가 되고 인물이 종이 되는 반면, <적벽가>는 인물이 주가 되고 오히려 사건이 종이 되며, 인물의 심리 표현과 행동 묘사에 주력하며 다른 특징을 보인다. 대충의 줄거리는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 삼고 초려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한 조조가 화용도로 도망하여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다가 5백 도부수를 거느린 관운장을 만나 구차스럽게 목숨을 빌어 화용도를 빠져나가는 장면까지이다. 또한 <적벽가>가 분명 <삼국지연의>의 삼고초려, 장판교 대전, 동남풍 비는 것, 적벽 대전, 화용도 패주 등의 삽화를 모태로 하여 지어지긴 했지만, <삼국지연의>에 없는 인물을 등장시키거나 기존의 인물을 변화 시키거나 이름 없는 병사들을 다수 등장시켜 그들의 사연을 토로하게 한 것은 <삼국지연의>와 다른 점이다. 또한 조조를 소심하고 비겁한 인물로 희화하여 매우 희극적인 인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판소리계 소설이 영웅 이야기가 아닌 민중의 이야기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외국 문학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서민 의식을 반영한 좋은 예가 되는 작품이다.
6. <삼국지연의>
나관중의 <삼국지통속연의>는 수많은 속본을 낳았는데, 이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가 부르는 <삼국지>라는 작품이다. 여기서 연의(演義)란 사실을 부연하여 재미나게 썼다는 뜻으로서 역사 소설에서 연의가 붙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삼국지통속연의> 줄여서 <삼국지연의>는 중국에서도 4대 기서로 꼽히는 작품으로서 작품성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삼국지통속연의>가 1569년 이전에 유입되어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1552년∼1560년대 초중반 ‘병자자(丙子字)’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찍은 구리 활자로 찍은 활자본이 발견됨으로써, 당시 왕실과 조정이 중국에서 소설본이 들어올 때부터 큰 관심을 갖고 출판에서 유통까지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대부들 그리고 부녀자나 민간에서도 폭넓게 읽혔다. 그리고 시기가 지나서도 시조나 소설, 속담 등에서도 <삼국지연의>가 도처에 등장할 만큼 우리 소설사뿐만 아니라 문학사에서도 그 영향이 크다. 이 작품이 널리 읽히고 확산된 것은 아마도 충효와 의리를 강조하는 조선의 유교적 지배 이념과 일치되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지연의>에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과 성격이 보이니 이러한 인물들을 보면 소설 읽기의 재미를 더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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