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역사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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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4.3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면 제주도에서 일어났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건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4.3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어찌해서 4.3인지 아는 사람도 찾기가 어려울뿐더러 매년 4월 3일이 되어도 제주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날이 무슨 날인지 신경을 쓰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심지어 어느 달력을 찾아보아도 4월 3일 이라는 날밑에 4.3에 대해 작은 글씨라도 쓰여 있는 것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4.3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한국의 근현대상서 6.25다음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온 비극이었고, 아직까지도 정확한 진상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다. 요즘에 들어서도 4.3 희생자의 유골이 발견되듯이 언제 누가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정확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일이다. 아직까지도 유가족들이 그때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4.3은 더욱더 밝혀져야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4월 3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4.3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고 4.3이라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면서도 4.3이 제주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사건이라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과 함께 4.3평화공원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할아버지를 따라 위령제단 뒤쪽의 건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들어서서 보게 된 것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명패들이었다.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명패가 건물 안을 빙 둘러 걸려있었다. 나의 옆에 서계시던 할아버지께서 그중에 3개를 가리키시며 나의 증조할머니와 큰할아버지, 샛할아버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당시에 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 이외에는 할아버지가 더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했었다. 하지만 얼마 뒤 그 세분이 4.3때 돌아가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4.3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니 6월 민주항쟁이니 하는 것만 알고 4.3에 대해 알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4.3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 제주경찰감찰청 정문. 캘리버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관이 경계를 서고 있다(1948. 5)
<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4.3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시 조선은 1945년에 광복을 맞았지만 국가가 반 토막이 나면서 한반도의 3.8선 이북은 소련이, 이남은 미군이 주둔하여 국사(國事)를 처리하였다. 때문에 온 국가가 공산진영과 민주진영(민족진영) 으로 나뉘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념을 내세우던 시기였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자신들 만의 정부를 만들어 남한과의 대화를 단절시키는데 이르게 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만들어 놓은 3.8선을 우리 민족이 고착시키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4.3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제주도가 빨갱이(공산주의자)의 섬이라는 오명을 얻으면서 더욱 정부의 미움을 사면서 학살이 확산된 사건이다.
4.3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의 무장봉기로 시작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을 이르는 말이지만 보편적으로 이 와중에 제주도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이르는 말이다.
4.3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그 이전해인 1947년 3월 1일에 있었던 3.1발포사건도 포함된다. 당시 3.1절 기념행사로 2만에서 3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제주북국민학교(제주북초등학교)로 모이게 된다. 이 기념행사 도중에 관덕정 앞 광장에서 어린 아이가 기마경찰이 탄 말에 치이는 일이 일어난다. 그것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이 기마경찰에게 돌을 던지며 달려들자 경찰들은 민간인을 향해 총을 발포하였고 이로 인해 6명이 숨지고 6명이 총상을 입는 일이 발생한다. 경찰의 총에 맞은 사람들 중에는 아이를 안은 여인과 15세의 소년이 함께 있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경창의 총에 민간인이 희생당한 이 사건에 항의하여 그 해 3월 10일부터 민영, 관영 직장인들이 합동으로 총파업에 들어갔다. 제주도청으로부터 시작된 파업은 관공서와 운수회사, 금융기관 학교로 퍼져나갔고 상점들도 문을 닫았다. 또한 제주출신 경찰관 66명도 파업에 동참하였다. 이 파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총파업이었다. 166개 기관과 단체에서 41,211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등 직장인의 95%가 파업에 참여하였다. 이들이 내세운 조건은 이렇다.
1. 민주경찰 완전 확립을 위하여 무장과 고문을 즉시 폐지할 것.
2. 발포책임자 및 발포경관은 즉시 처벌할 것.
3. 경찰 수뇌부는 인책 사임할 것.
4. 희생자 유가족 및 부상자에 대한 생활을 보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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