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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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판소리란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우리의 소리.”라는 답변을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선 판소리란 말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판소리란 “판과 소리.” 판을 벌여서 소리를 내는 그야말로 연극과도 같은 무대의 장과 소리가 하나로 이루어진 판+소리. 이렇게 답변을 얻으니 이만큼 명쾌한 것도 없었다. 우리의 소리라는 답변을 들었을 때는 우리의 소리인 것은 알겠는데 왜 우리의 소리인가?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우리식대로 노래해서 우리의 소리인가? Made in Korea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론 판소리의 의미가 제대로 와닿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판과 소리라는 답변을 듣고 나서부터는 그 의미가 단숨에 내게 훅 다가옴과 동시에 ‘그래서 우리의 소리인 것이다’라는 의미까지 같이 다가온 것이다.
판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관심이 없을 뿐이지. 판소리보다는 대중가요에 대중들은 관심을 쏟는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이름도 ‘대중가요’겠지만, 대중가요는 너무나도 많은 관심 속에 너무나도 많은 노래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끊임없이 생산된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들도 너무나도 많은 가수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끊임없이 생성된다. 판소리는 원래 12마당이 있었으나 현재 전해내려 오는 것은 5마당이다.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적벽가, 수궁가. 이 다섯 가지 이야기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다섯 마당 중에 단 한 마당이라도 완창을 들은 사람 또한 그만큼이나 흔할까? 수많은 가요들의 노래는 수십개든 사람이 기억을 하고 누구나 완곡할 수는 있지만, 다섯 마당 중에 한 마당의 소리를 사람이 가요처럼 그렇게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완창 할 수 있음은 더더욱 힘들다. 이유는 왜 그럴까? 일단 가장 큰 이유로는 대중가요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면에서의 이유가 가장 크고, 다음으로는 소리는 감히 노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것을 배우고, 전수하는 사람은 오늘날에도 존재하고는 있다.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다섯 마당의 판소리의 줄거리를 대략 요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겠으나 앞서 말했듯이 그 이야기를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기에 줄거리 요약은 가볍게 생략하고 그 특징만 말해본다.
먼저 춘향가는 다섯 마당 중에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유명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정도는 누구나 기억하고 대강이라도 소리 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것이다. 춘향가 다음으로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을 가진 소리는 심청가이다. 그래서 ‘소춘향전’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민속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특징을 가진 것으로는 흥보가이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만 떠올려 봐도 왜 민속성이 가장 뛰어나는 지는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적벽가는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의 내용 가운데 ‘적벽대전’ 부분을 중심 서사로 삼아 재구성한 소리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나머지 4마당들과는 다르게 중국 소설을 우리의 소리로 만든 것이니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궁가는 나머지 4마당들이 너무나도 뛰어난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 특별히 남다른 특징이 없어 보일 지도 모르겠으나 학생들은 알 것이다. 교과서에서 수궁가가 실려 있어 어릴 적 재밌게 듣던 토끼와 거북이의 간을 두고 다투던 그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던 충(忠)사상, 유교사상, 권력자의 권위를 이용하여 백성을 한낱 약으로밖에 보질 않는 잘못된 권력자의 권위주의, 그리고 그 속에 서민들의 얼이 담긴 서민의식까지. 판소리의 다섯 마당은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소리들, 그야말로 작품들뿐이다. 본래는 12마당이 전해졌으니 나머지 6마당도 그대로 전승됐었다면 판소리는 본래의 위상보다 훨씬 더한 엄청난 위상을 지녔을 지도 모른다.
가수는 많지만 전승자는 많지가 않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면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지 알 수가 있다.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가수들도 충분히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지는 않는다. 전승자들도 가수들만큼이나 많았음 굳이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지 않기 때문에 전승자가 또 누군가에게 전승을 하고, 그렇게 전승하여 소리의 맥을 잇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된 그들은 그들 자체로 명백히 전통과 역사의 전후가 있다. 감상한 동영상에 의하면 춘향가의 전승자로는 성우향, 심청가의 전승자는 성창순, 흥보가의 전승자로는 박송희, 적벽가의 전승자로는 송순섭이 있고 수궁가의 전승자는 정광수와 박초월이 타계하여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감상한 동영상은 2011년에 제작된 동영상이기 때문에 6년이 지난 지금 2017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내가 동영상을 보고 직접 조사한 바로는 2002년에 춘향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성우향은 2014년 5월 1일에 타계하여 2013년에 신영희(1942~)가 그 맥을 이었다. 1991년에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성창순은 올해 1월 5일에 타계하여 현재는 그녀를 이은자는 없어 보인다. 2002년에 흥보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박송희 또한 올해 2월 19일에 타계하여 역시 현재 그녀를 이은자는 없고, 2002년에 적벽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송순섭은 다행히 아직 타계하지 않아 아직 그 맥을 쥐고 있다. 1964년에 수궁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정광수와 박초월이 타계한 이후 감상한 동영상이 제작된 2011년까지는 수궁가 보유자가 없었으나, 2012년에 남해성이 드디어 그 맥을 이어 현재까지 그 맥을 쥐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승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 전승자들이 타계했단 소식을 듣게 되면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소리는 영원하고 싶으나 그 소리를 낼 수 있는 명창은 사람이고, 사람은 영원하지 않다.
적벽가의 보유자 송순섭 명창은 소리의 본질은 ‘자연’이라고 말했다. 자연소리란 무엇인가부터 보면 자연의 소리는 많다. 물소리, 바람소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사람에게도 소리가 붙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보면 그것은 ‘판소리’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판소리는 곧 자연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나는 산 속에서 소리를 연습하는 송순섭씨의 모습을 보는데 그야말로 자연과 한 데 어우러진다는 것이 이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1시간의 분량을 가진 동영상 속에 다섯 마당을 완창을 전부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짤막하게나마 다섯 마당의 소리를 전부 들을 수는 있었다. 개인적으로 송순섭 명창의 적벽가가 아직까지도 심금을 울리고 있다. 송순섭 명창은 적벽가는 삼국시대의 적벽대전을 소리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소리는 정말 그야말로 박진감이 넘쳐흐른다. 짤막하게 듣는데도 그 박진감에 빠져 소설속의 전쟁이 사실 같고, 그리고 그 전쟁 모습이 절로 그려지더이다. 확실히 남성 소리꾼이어서 그런지 특유의 힘과 위엄이 돋보여 정말 적벽가로는 그가 ‘최고’였다.
듣기 좋은 가요가 만연하고 따라 부르기 쉽기 때문에 판소리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이 불리고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판소리에 관심을 가진 편이기 때문에 판소리를 보면 절로 흥도 나고 같이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판소리는 정말이지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는 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데에 그친다. 만약 나도 소리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국악인을 꿈꿨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소리를 내는 창을 하는 사람이 되려면 정말 목에서 피를 토해야 한다고 한다. 창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다들 목이 쉬어있다. 피를 토하는 아픔을 겪어 그렇게 명창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오늘날의 명창들이 피를 토해내는 제자들을 단 한 명이라도 배출하고 배출하여 그 명창들이 맥을 계속해서 잇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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