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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에 대하여
“해고 칼바람 속 노동자 살 처분 짐승과 뭐가 다른가요?” 김진숙 전국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지난 6일 새벽 한진 중공업 조선소 크래인 위에 홀로 올라갔다. 햇수로 3년째 접어든 한진 중공업 정리해고 시도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 중공업 뿐만 아니다. GM대우, 발레오 노동조합 역시 노동자 “강제 살 처분”에 의해 고초를 겪고 있다. 이처럼 물질적인 번영과 정치적 사회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인류는 어느 시기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를 체험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은 현대사회속의 인간 소외의 위기이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자아를 실현하는 자율적 인격이 되지못하고, 자기 자신을 자기가 아닌 자신의 자주성과 개성을 상실하고 큰 기계의 부속품처럼 대체 가능한 부속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자연을 지배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기계와 기술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그의 대표작 ‘모던 타임즈’에서 현대 기술 문명 속에서 인간이 처한 운명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기계화되어 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채플린은 나사조이는 일에 급급해 부품을 따라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기계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기계 속으로 들어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다른 부속품과 맞물려 돌아가는 채플린의 모습은 인간이 기계화되고 부속품으로 전락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날 하나의 짐승을 살 처분 하듯 해고되는 노동자들의 모습 역시 부속품으로 전락된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영화와 현실 속 모두 인간을 기계화하고, 생산성을 인간의 행복과 건강 우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채플린은 반복되는 노동에 의해 정신마저 잃어가고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간다. 이 역시 반복되는 출퇴근과 일상에 치여 자신에게 행복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이다. 이처럼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이 사회조직으로부터 소외되고, 기계와 기술에 의해서 소외되었다. 현대인은 인격적 유대를 갖는 공동체를 상실하였고, 개개인이 분자화 된 대중으로서 군중 속에서도 고독하게 소외된 인간이 되었다. 현대인은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잃고 다수라고 하는 익명의 권위 및 메커니즘에 무조건 순응하는 동조적 인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시간이라는 개념이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를 벗어나서 그 당시 근대화와 산업화의 중점은 짧은 시간 안에 얼마만큼 작업을 할 수 있는 지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을 옥죄는 사슬이 되어버렸고, 현대사회 역시 시간이라는 사슬에 옥죄여 살아가고 있다. 채플린은 영화 속 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비틀어버린다. 반복되는 노동으로 일이 중단되었음에도 채플린은 반복적인 행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 이러한 행동은 근대화가 가져온 비인간화를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시간이라는 사슬에 옥죄이는 현대인들 역시 이처럼 비인간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일까.
그렇다면, 현대 산업사회에서 이와 같은 인간소외의 현상 또는 비인간화 현상이 야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학자들은 산업사회의 조직이 합리화, 표준화, 거대화, 집중화의 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합리화가 대규모 조직운영에 있어서 능률면으로 보아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지나치게 목적이나 경제성만을 추구 할 때는 인간의 본질이 상실되는 소외를 초래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자율적인 존재로써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목적을 전도 한 채 생산과정에 얽매여 인간의 개성을 상실하고 점점소외 외어 가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채플린은 자율적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삶보다, 감옥 속에서의 삶을 행복해한다. 현대인은 표준화된 문화 양식 속에서 살고 있으므로 개성과 인간의 본질을 잃어가는 것이다. 산업사회는 거대화의 경향을 가짐으로써 인간을 더욱 소외시키는 것이다. 기계화 되어가는 우리의 삶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획일화되고 기계화되어가는 현대인들도 반복되는 일상이 사라진다면 과연 초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감옥에서 나온 찰리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서로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찰리는 공장에 일자리를 다시 구하지만, 곧 공장은 문을 닫고 만다. 찰리와 소녀는 겨우 음식점에 취업해서 그들의 끼를 발산하지만 결국 다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연속은 영화의 시작에서 보았듯이 시계와 톱니바퀴의 회전과 같은 끝없는 악순환의 연속, 가난한 소시민들에게 그것 바로 소외를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마지막에 길게 뻗은 도로위에서 고아 소녀와 희망을 찾아 떠나는 장면이 있다. 우리 또한 이제 소외로 부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사회의 조직 원리를 새로운 방향, 새로운 철학에 입각하여 조정, 개선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다원화의 가치관이 정립되어 표준화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야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체성을 되찾고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인간존중의 훌륭한 문화를 지녔으며 위대한 역사를 창조할 국민으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 단순한 생산 활동을 하는 노동자가 아닌, 자아를 찾아 실현하는 창조적 활동을 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 인격이 되어 사랑과 인간성이 존중되고 노동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주의적 공동체를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21세기와 더불어 우리의 삶의 질 또한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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