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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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개개인이 생각과 사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아이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고 나의 패러다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아이들이 보일 때 화가 나거나 때로는 무능한 교사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틀에 박힌 사고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불행하게 만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소수의 1%를 읽어 주는 넓은 시야를 가진 교사가 되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는 교사로서 학생 지도를 시작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제 6개월 차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이기 때문인지, 우리 교육 현장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인수 학급에서 어떻게 학습자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할 것인지는 늘 고민이었다. 수업에 집중하는 상위권 소수의 학생에게 초점을 맞춘 수업이 돼야 할지, 중간 수준의 학생들에게 맞추어야 할지, 수업을 듣게 하는 것조차 어려운 하위권 학생들에게 맞추어야 할지 가늠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평소 내가 주로 하던 고민을 뒤집기라도 하듯 구성원 수가 적거나 인습적 지혜로 인해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집단들을 분석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내가 읽으려 했던 메가 트렌드가 아니라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서 사고를 풀어가는 것이다.
10대 뜨개질족, 30대 비디오 게임족, 40대 늦깍이 게이족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직업과 나이, 세대와 성별의 기준을 뛰어넘은 새로운 트렌드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은 개인의 작은 트렌드, 틈새그룹의 열성적인 취향이 비즈니스와 경제, 사회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사회는 더욱 마이크로 트렌디한 사회가 된다면 내가 수십 명의 학생을 하나의 덩어리로 뭉뚱그리려 했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인수 학급의 다양한 학생들을 다양한 개성대로 가르칠 방법을 생각하는 데서 사고를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교사’라는 이름보다 ‘학생’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 몇 달 되지 않았으며 그것도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일하는 데조차도 허둥대며 정신없이 달려 온 몇 달이기 때문이다. 그 몇 달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실망과 낙담에 빠져 있던 시간이 행복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았다. ‘나는 왜 선배 선생님들처럼 하지 못할까? 나는 왜 내가 보아 왔던 훌륭한 선생님들처럼 하지 못할까?’하는 생각이 나를 불행한 교사로 만들지 않아 왔나 생각이 든다. 전임 선생님의 방식을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낙담을 거듭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은 내가 스스로 트렌드 세터가 되지 못하면 제대로 아이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나만의 수업 방식을 만드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며 그런 나를 스스로 긍정하는 것이 나를 행복한 교사로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것부터가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교사로서 능력을 넓혀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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