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히로시마》- 인간성의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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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히로시마》 : 인간성의 증발
이 독후감의 서두를 뭐라 뗄까 잠시 생각하던 차에, 문득 <스펙 옵스: 더 라인>(Spec Ops: The Line, 2012)이라는 게임이 생각났다. 진지한 주제를 논하는 지면에서 게임 이야기라니 혹자는 엉뚱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펙 옵스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감정은 《1945 히로시마》가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감정과 일맥상통한다.
스펙 옵스의 주인공은 ‘적’들을 전범으로 여기며 본인의 싸움이 ‘옳은 일’이라고 확신한다. 주인공은 압도적인 규모의 적들을 돌파하고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부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린탄을 사용한다. 백린탄을 맞고 고통스럽게 타들어가며 죽어가는 적들에게 일말의 동정도 보이지 않으며 전진하던 주인공은 자신이 벌인 백린탄 폭격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시신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인지부조화 속에서 주인공은 결국 이 학살의 책임을 적들에게 돌리며 싸움을 계속한다.
스펙 옵스에서 말하는 ‘더 라인’은 인간성의 한계선을 말한다. 전쟁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주된 메시지인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전쟁은 인간이 얼마나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이다. 본인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 충격을 받은 게임 속 인물의 모습은 현실에 비하면 차라리 인간적이다. 일본 본토 공습을 주도한 미 육군 항공대 장성 커티스 르메이(Curtis Emerson LeMay, 1906~1990)는 "무고한 민간인 따위는 없다(There are no innocent civilians)."라는 말을 남기며 민간인 지역 폭격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민간인 공습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부하들에게는 "사실 저 밑에 스즈키 네는 군용 볼트를, 옆집 하루노보 네는 군용 너트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라고 조소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고가 전제되어있는 만큼 원자폭탄 투하 또한 비용과 필요의 문제였지, 죄책감이나 후회의 영역은 되지 못했다.
물론 원자폭탄 투하는 아시아 태평양 전쟁을 종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혹은 현실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광기의 폭주를 멈출 의사가 없었던 일본 군부는 급기야 ‘일억옥쇄’까지 부르짖으며 이른바 본토결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원자폭탄 투하는 강행될지 몰랐던 ‘몰락 작전’과 ‘결호 작전’을 백지화시키면서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시민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명을 구했다고 평가가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맹목적인 반일감정에 휩싸인 한국인들의 역사인식은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일본 제국이라는 전대미문의 해악을 제압하기 위해 폭격기에 오른 승무원들의 영웅적인 이야기는 회자되지만 그들의 폭격에 사망했을, 가족을 잃었을, 불구가 되었을 ‘스즈키’나 ‘하루노보’네 이야기는 가해자의 피해자 행세로 여겨지며 금기시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일본 제국의 죄악을 옹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커티스 르메이 장군의 말처럼 과연 전쟁 중에 무고한 민간인은 없는가? 총력전을 수행함에 있어 민간인은 비록 군인이 아니라 해도 국가에 있어서는 인적자원임이 분명하다. 별로 내키는 발상은 아니지만, 백번 양보해서 군용 볼트를 만들던 스즈키는 일본 제국 타도라는 대의를 위해 폭격을 맞고 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스즈키의 정체성은 단순히 군용 볼트를 만드는 총력전의 작은 톱니바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며 남편일 것이다. 스즈키의 폭사는 일본 제국의 전쟁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기도 했겠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세계가 파괴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으로서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공습을 ‘의로운 살인’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성의 한계선을 끝내 넘어가버린 역사를 직시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스즈키나 하루노보 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1945 히로시마》는 일독해볼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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