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동양의학의 관계 유교와 사상의학 체질의학 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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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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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와 동양의학의 관계
- 유교와 사상의학(체질의학)의 관계 -
의학은 몸에 관한 가장 직접적인 지식이다. 일반적으로 의학에서는 몸을 자연적인 대상으로 취급하므로 자연의 질서는 인간의 몸에서도 그대로 실현된다. 그것은 서양의학뿐 아니라 흔히 서양의학과는 대립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여겨지는 한의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학이 자연과학을 통해 몸을 설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에서도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음양오행론이 몸의 생리적, 병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어느 경우에도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 사이 간의 거리감은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서도 인간의 자연적 측면인 생리적 질서와 인간 행위의 규범인 윤리적 질서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것은 이원론의 전제 위에 서 있는 서양의학의 경우는 말할 나위도 없고, 유기체론의 입장을 취하는 한의학에서도 그러하다. 한의학을 비롯한 유기체론은 생명체와 다른 자연적 대상들, 그리고 환경과의 존재론적 연결은 인정하지만, 존재의 질서가 가치의 질서와 일치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특히 심오한 자연주의이며,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의 사상 중 의학과 가장 가까이 있다고 인정되는 도교에서는 가치에 대한 상대주의를 통해 세계를 탈 가치화 시키고 존재의 질서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 간의 거리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사상의학 또는 체질의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과거의 의학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인간을 획일적으로 간주하고, 더욱이 질병도 획일적으로 생각하여 사람 개개인의 체질적인 특성은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해왔다. 이것은 질병의 예방이나 효과적 치료에 큰 장애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진이나 약물의 부작용과 같은 여러 가지 폐단을 낳았다. 체질에 따라서 허약한 장기가 다르고 병의 진전이 다르고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면 마땅히 평소의 건강법도 사람마다 달라져야 하며, 같은 병이라도 치료법도 달라져야 하고 사용하는 약물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서 사상의학, 즉 체질의학의 중요성이 있다.
사상의학은 사람을 4개의 체질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분류의 기준은 장부들 사이의 관계이다. 먼저 태양인은 폐가 크고 간이 작은 사람을 말하고, 태음인은 간이 크고 폐가 작은 사람을 말한다. 또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은 사람을 소양인이라 하고,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사람을 소양인이라 하고,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사람을 태음인이라고 한다. 이 네 가지 체질의 분포 이율에 대해 만 명 중 약 절반인 5천명이 태음인으로 그 수가 가장 많고, 다음이 소양인으로 3천명, 그리고 소음인은 2천 명 정도로 본다. 태양인은 그 수가 가장 적어 만 명 중에 10명 미만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통계를 낸 이는 이제마라는 유학자이자 의학자인데, 사람을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증상에 대해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시킬 경우 치료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겨남을 발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그는 문제는 증상이 아니라 각 개인의 체질임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사람의 체질을 4가지로 분류하기 이르렀다. 특히 동의수세보원은 다른 의학서들처럼 증상이나 부위에 따라 치료법을 서술하는 체제를 택하지 않고, 체질에 따라 증상을 파악하여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상의학을 분류하는 방법을 알아보면 태극적 방법, 양의(음양)적 방법, 사심신물(事心身物)의 사상적 방법의 3가지가 있다.
사람을 보기만 하여도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구별이 이루어지는 것은 태극적인 방법이다. 태극적 방법이란, 모든 물건이 어떤 모양이 있다면 그 모양을 형성하기 위한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그 물과 성질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어서, 이것으로 그 물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물과 성질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모든 현상은 그 모양을 봐서 그 모양의 형상을 가지고 그 속에 어떤 성질이 있다고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가장 차원이 높은 방법인 것이다. 수신정기(修身正己)하여 지인(知人)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눈에 형(形)과 심(心)을 관찰하여 체질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인데, 일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구별능력이 없다면 구체적으로 신(身)과 심(心) 두 가지로 나누어서 보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소위 양의(음양)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신을 본다는 것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폐가 안 좋은데 골격은 목덜미 보위가 발달하고 허리부위가 작다고 하자. 우리의 몸을 상초 곧 폐요, 그 다음이 중상초 즉 비요, 그 아래가 중하초 곧 간이요, 맨 아래가 하초 곧 신이다. 폐대간소니까 태양인 체질에 마음을 보는 방법이 있다. 가령 탐심이 많다고 하면 그 사람은 태음인이다. 저 사람은 비심이 많으니 태양인이다. 이와 같은 것이 구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육체와 정신 두 가지를 가지고 보는 방법이 양의(음양)적 방법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심신물(事心身物)의 사상적 방법이다. 사는 인사(人事)를 말하는데, 태양인은 다른 사람과 사교하는 데 소통을 잘하고, 소양인은 외부의 일을 꾸리고 추진하는 데 능하다. 태음인은 아무 곳에서나 쉽게 정착하는 재간과 집안 내부의 일에 능하며, 마지막으로 소음인은 사람을 조직하는 데 능하다. 물, 즉 환경적 요인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물과 물질적 환경에 구애 받는 정도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그리하여 체질별로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태양인은 술(酒), 소양인은 색(色), 태음인은 재물, 소음인은 권세를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심과 신은 체질마다 고유하게 나타나는 체질병증을 분석하는 체질병증론의 방법이다.
물론 체질에 대한 논의는 이제마에 의해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서양의학에서도 체질론은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 설을 받아들인 갈렌이 이미 수립한 바 있고, 또 20세기에 들어서는 크레치메가 체형설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서양의학뿐 아니라 한의학에서도 체질에 대한 개념은 일찍부터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서양의 체질론은 그 이후로 별다른 발전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마의 체질의학, 즉 사상의학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의 의학이 갖는 강한 유교적 색채와 윤리적 성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체질의 분류는 물론 체질의 차이가 생기는 필연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나아가 선천적으로 체질적 특성을 타고난 인간들의 건강과 질병, 심지어는 수양의 태도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언행과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또한 몸의 건강을 얻고 무병장수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해준다. 유교의 윤리적 측면이 의술의 실천이라는 사회적 맥락이 아니라, 어떤 의학이론과 내적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나타나는 경우는 사상의학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동아시아 사람들의 정신적 세계를 지배하는 사상으로 유교, 불교, 도교를 드는데, 이들 세 사상이 의학과 맺는 관계는 매우 다르다. 먼저 의학과 가장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도교인데, 이는 도교에서 추구하는 바를 고려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질병에 걸린 이후에 치료하기보다는 질병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예방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치료를 위주로 하는 의학의 입장보다 예방(양생)을 위주로 하는 도교적 입장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불교와 의학의 관계는 또 다른 양상이다. 불교의 의례나 독경을 통한 종교적 방법이 불교적 치료활동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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