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자전 인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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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자전’ 인물비평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아마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알고 있듯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춘향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고전 소설 <춘향전>의 내용인 춘향이의 굳은 정절과 권선징악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어 오늘날 영화, 뮤지컬, 판소리 등등 여러 장르에서 다뤄지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영화 <방자전>을 통해 기존<춘향전>의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비틀어 원작에서는 거의 비중이 없었던 방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해석 했다. <춘향전>과 <방자전>속 등장인물의 관계와 성격, 스토리를 비교해서 현대사회를 비판해 보려고 한다.
원작에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절을 지키는 ‘일편단심 민들레’같은 춘향이의 모습과는 달리, 영화 <방자전>에서의 춘향이는 현대화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뛰어난 지략과 미모를 겸비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야망으로 가득 찬 춘향은 몸소 남자를 둘씩이나 유혹하고 그 둘의 사이를 경쟁하게 만들어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또 이몽룡과 방자로부터 약조를 받아내는 것으로 모자라 그것을 문서화 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준다. 이몽룡이 과거시험을 위해 서울로 떠난 빈자리를 자신만을 바라보는 방자로 채워 두고, 다시 돌아온 이몽룡과 거짓 미담을 꾸며 그와 서울로 갈 생각도 한다. 이몽룡 또한 원작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춘향이를 평생의 반려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이 즐기고 싶은 상대로 보고, 심지어 거짓 미담을 꾸미기도 한다. 또 동기인 변학도를 거짓 미담의 피해자로 만들어 출세를 노리는 비열함도 보여준다. 그리고 원작에서 이몽룡의 노비로, 거의 비중이 없는 캐릭터로 나오는 방자는 <방자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연을 벗어나 주연으로 재탄생 되었다. 방자는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 물에 떠내려가는 춘향이의 신발을 건져오는 터프함. 거기에 야심한 밤에 춘향이의 처소에 잠입하는 대담함까지 갖춘, 노비라는 신분 빼고는 완벽한 남자로 그려진다. 노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자는 이몽룡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주인인 이몽룡의 여자를 취함으로써 ‘꿈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낱 노비가 양반의 경쟁자로, 또 그 경쟁에서 승리하는 모습은 원작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금의 위치보다 좀 더 높은 곳을 지향하는 춘향과 이몽룡. 사람이라면 당연한 심리이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그 곳을 향한다. 영화 속에서 춘향은 진실한 마음의 방자를 뒤로하고 신분상승을 위해 이몽룡과 손을 잡는다. 이는 요즘 현대 사회의 연애나 결혼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에는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권력자, 피 권력자, 어떠한 방식으로 분류하든지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보다는 더 풍요롭게 살기를 원하고 그 방법 중 하나가 결혼이다. 예전에는 사랑이 결혼의 첫 번째 전제 조건이었다면 현대에는 돈이나 권력이 첫째가 되었다는 것이고, 춘향이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그녀가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돈과 권력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엄밀히 말해 부정이나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신분상승을 위해 거짓미담을 꾸미는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몽룡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장원급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지위를 위해 춘향이와는 거짓미담을 꾸미고 그 이야기에 변학도를 희생자로 만든다. 여기서 이몽룡은 더 높은 곳으로 가기위한 자신의 야망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야망을 옳은 방법으로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직설적으로 말해 사기(詐欺)를 쳐서 이루려는데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일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보험금 사기, 보이스 피싱 등 각종 사기꾼과 그 방법이 신문과 뉴스에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몽룡이 마패를 돈으로 사듯, 직위를 돈으로 사고 각종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러한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듯이 이몽룡 또한 벌을 받아 마땅하다. 영화 속 춘향이와 이몽룡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는 현대사회에 그릇된 결혼문화와 부정부패를 보여줌으로써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영화 속 방자는 미천한 신분을 제외하고, 겉모습이나 그의 내면은 거의 완벽한 남자로 그려지고 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라고 했던가. 그는 주인이자 양반인 이몽룡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춘향이를 얻는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장원급제를 하고 돌아온 이몽룡이 춘향이와 손을 잡고 거짓을 꾸민다. 이몽룡이 없는 동안 춘향이를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해온 방자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자는 절벽에서 떨어져 정신이 나간 춘향이를 보살핀다. 절대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방자. 이런 이유에서 감독은 방자를 주연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방자를 통해 사랑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그것을 이용하려드는 현대 사회를 비판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는 더럽고 추악한 이야기를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으로 써 줄 것을 부탁한다.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짓밟아버린 그들의 추태를 들춰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싸고 그들을 아름답게 포장해 준다. 우리 주위에서는 경쟁상대의 약점을 들춰내 그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비난을 받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방자의 행동을 통해 이러한 현대 사회의 행동을 비판 하고 그를 본받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방자를 뒤로하고 사랑을 가장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춘향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거짓을 꾸며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이몽룡, 이들은 영화 제목처럼 방자하기 짝이 없다. 이는 그릇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그나마 방자의 헌신적인 사랑과 상대의 잘못을 감싸주는 모습에서 한 가닥 희망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분명 춘향이와 이몽룡이 비판을 받고 방자의 행동은 옳고 칭찬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과연 옳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성춘향, 이몽룡, 방자라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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