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낭만적 사랑과 사회 낭만적 사랑과 사회 감상평 낭만적 사랑과 사회 독서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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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보이지 않는 사회적 권력
낭만적이라는 수식어가 나는 너무 좋다. 책의 제목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보고 낭만적 사랑이 과연 어떤 건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전에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책을 읽고 그녀의 문체와 평범함을 꿰뚫는 통찰력에 매료되었었기에 더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책의 도입부부터 거침없고 솔직한 표현과 스토리는 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나는 단숨에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의 발달로 성에대해 많이 개방적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성적인 것을 드러내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으므로 나에게 이 소설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여주인공 유리라는 여대생을 통해 달라진 성문화와 대한민국 서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 여기에 나온 여주인공의 사랑은 결코 책의 제목인 낭만적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남자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여자에게 관계를 요구한다. 사랑! 피가 한곳으로 몰려 갑갑한 느낌을 해소하고 싶은 몸의 욕망이 도대체 사랑이랑 무슨 관계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여주인공의 이 말 한마디는 내 생각을 전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남자와 여자는 전적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고 같은 여자더라도 모두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 테지만 내가 생각하는 낭만적 사랑이란 사랑이라는 이유로 육체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아껴주고 소중히 다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리타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혼전순결에 동의한다. 언젠가 여대생 반 이상이 남자친구와 경험이 있다는 통계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방학 때가 되면 대학가의 산부인과가 낙태수술을 하는 학생들로 붐비고, 어린 미혼모가 늘어나고, 버려진 아기들도 늘어가고... 이 책의 여주인공의 친구 혜미도 임신을 확인하고는 낙태수술을 결심한다. 한 생명을 책임질만한 능력과 자질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감정과 욕구에 앞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마땅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책의 제목인 낭만적 사랑은 위에서 말했듯 여주인공의 사랑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지만 사회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일부 우리나라의 여성 사회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주인공 유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부자아빠를 둔 친구를 보며 유리는 자신은 친구와 전혀 다른 곳에 있다고 느끼며 혼자 힘으로 이 척박한 세상과 맞서야 한다. 진정으로 강한 여성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결심한다. 내가 볼 때 그녀가 생각하는 척박한 세상이란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자기 자신과 차가 없는 남자애가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강한 여성이 된다는 것은 차가 있는 남자애를 만나 부유한 시댁에 들어가는 것이다. 요즘은 골드 미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들도 자신의 능력으로 멋지게 사는데 스스로 노력할 생각보다 남자 하나에 자신의 인생을 건 여주인공의 가치관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남자를 보는 기준을 차를 가지고 있는지, 사회적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로 판가름하는 그녀는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존재인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들의 단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유리의 개인적 욕망은 실은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본다. 그 속에 사회의 조직과 규범을 생산해내는 남성의 관점과 그 남성적 틀에 갇혀진 채로 그 틀이 요구하는 이미지에 자신을 맞춰가는 유리. 그런 권력 구조 속에서 여성은 남성의 욕망에 대한 소비의 대상으로 인식된 것 같았다. 여주인공 유리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런 남성적 규범에 희생된 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권력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유리의 순결의 증거와 흔적은 전혀 찾지 못했다. 작가는 순결을 실현하려는 순간에 그것이 증명 불가능한 가상의 존재라는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처녀성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 처녀막은 처음부터 실체가 아닌 가상과 기호에 불과한 것이며, 남성적 질서 속에서 철저히 고수되어온 신화에 불과한 것이다.
얄미울 정도로 치밀하고 교활해 보이기까지 하던 유리는 차갑게 돌변한 그의 모습에 진짜 루이비통 백을 선물 받는 것으로 그는 여전히 날 사랑하는 것이라며 불안감을 밀어내보려 노력한다. 그러한 모습은 내게 그리될 줄 알았다는 비난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자아내게 했다. 낭만적 사랑을 통한 혼인이란 애초에 근대적인 산물인 것 같다. 그 이전에는 신분과 집안 간의 이해관계를 통한 결혼이 대부분 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중매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지금의 현실에서 사랑 없이 조건만을 보고 결혼하는 유리의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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