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을 읽고 서울 1964년 겨울 줄거리 서울 1964년 겨울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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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을 읽고
상징적으로 겨울은 모든 사람에게 춥고 혹독하며 시련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다. 혹자는 겨울에 대해 남들과 다르게 따뜻하며 보람찬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으나 특징적으로 날씨는 맑고 건조하며 냉랭한 한기를 품고 있는 기간이다. 서울은 그러한 겨울의 혹독함 속에서도 개개인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움직이는 상징적 공간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으로는 4.19 혁명이 일어난 지 불과 4년 이후의 시간이었고 그 혁명 이후로 급진적으로 발달하게 된 산업화, 양극화, 도시화로 개인의 철학과 사상은 점차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해가고 있는 시점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3명, 우리가 중고등학교 교육을 받고 또한 대학교에서 고등교육을 받으면서 한 번쯤은 읽어봤을 이 소설의 주인공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독백처럼 이야기를 풀어가는 ‘나’, 그러한 ‘나’와 동갑내기이면서 대학원생인 ‘안’, 무기력적이며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하는 ‘외판원’. 이들은 세상에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다가 우연찮게 서울의 한 술집에서 만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의아함은 우리가 현재 ‘현대’라는 시간대에서 홀로 생활하며 다닌다는 것은 그리 탐탁지 않은, 어설픈 독립주의의 형용하기 어려운 어색함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나 이들은 각자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 만나게 된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 어느 집단에 속해있을 경우 홀로 떨어져 나와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이 되지만 이들은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자기들만의 시간을 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이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된 이유가 시대적으로 개인주의로 물들어 가고 있었던 시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꿈과 생명력을 상실한 현대인이 존재한 시기로 꼽는 1960년대에 이들의 삶을 세밀하게 표현한 김승옥은 소설을 통해 현실의 격동적 시대 속 또 다른 이면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안’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은 그 둘은 미시적인 사물에 관해 평범한 사람들보다 집착을 넘어설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평화시장 앞의 가로등 중 동쪽으로 여덟 번 째 등은 불이 켜지지 않는다” 라든지 “화신 백화점 육층 창들 중 세 개의 창문에서만 불빛이 나온다” 같은 대화는 그 둘의 사회적 입지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모습의 투영이라 볼 수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는 소재거리들이 그들의 절망적 상황이나 권태적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그리고 그들의 무기력한 대화 속에서 발화점이 되고 있다는 것에서 그들은 사회에 소외적이면서 등한시되는 대표적 인물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 느껴진다. 그 둘이 한창 대화가 오간 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보다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할 때 불을 쬐며 앉아있던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동참을 요구할 때 그들은 짐짓 어렵고 기피하고 싶은 느낌을 받았으나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게 된다. 본인들의 동질감 때문이었을 지 아니면 그 사람 자체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에 안타까워서 그랬을 지 모르나 자신들의 감정을 쉽사리 표현하지 못했다.
그들이 만난 장소, 현재는 많은 생동감과 활력이 살아있는 곳, 같은 시간대- 저녁 7시 이후-의 그곳 모습을 본다면 어떠한 무기력이나 상실감을 찾을 수 없는 장소로 변해버린 그곳에서 어떻게 무기력을 찾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 발걸음을 향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제기동쪽으로 걸어가며 그 분위기를 찾고 있었다. 도로나 보도는 이미 새것으로 단장된 지 오래되었겠지만 아직까지 세월의 흔적처럼 남아있는 분위기는 쉽사리 사라지는 것 같지 않은 듯 했다. 소설 속 세 사람이 포장마차에서 나와 중국집으로 향해 ‘외판원’의 식사를 지켜보고 술을 마시고 그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해 잠시 동안의 방황을 하는 모습에서 소설 속 지성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던 ‘나’와 ‘안’은 어떠한 결정도 쉽사리 내리지 못했고 오히려 무기력한 ‘외판원’의 결정을 수긍하지 못하면서 따르고 있었다. 무기력하지 않은 두 사람이 되려 무기력하게 따라 움직이는 모습에서 당시의 현대인들은 하나의 수단과 도구로써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부품처럼 보이고 있었다. 움직이라 명령하지 않으면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조차 모르는.
‘외판원’의 아내가 투병하다 숨을 거둔 세브란스쪽으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동대문에서 서울의 도심이라 불리는 종로로 발길을 옮겼다. 그들처럼 택시를 타고 움직일 수 없어서 버스를 타고 가장 번화한 거리인 종로2가로 갔다.
이곳에서 어떤 무기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도 정신없이 지나가는 사람, 시끄러운 거리를 마주대할 수 있었다. 오후 7시 이후, 서울의 밤은 현재는 그 어떤 곳보다 휘향찬란한 곳이며 빛 공해가 심하다 할 정도로 밝은 거리와 건물들로 인해 되려 갈 곳을 못정할 것 같았으나 문득 소설의 배경은 1960년대의 서울이고 통행금지가 존재했던 시기임이 생각났다. 어떤 모습이었을지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찮게 동대문의 1960년대 사진을 발견하였다.
사진을 보고 새삼 느낀 것은 ‘정말 갈 곳이 없겠다’ 였다. 당시의 거리에서 일이나 자신의 주어진 업무를 끝낸, 내지는 가슴이 시릴 정도의 고통을 느낀 사람들이 따스함을 찾을 수 있는 곳이 과연 이곳에 있었을 지 의문이었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본다면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비통하고 무기력한 ‘외판원’이 ‘나’와 ‘안’을 쫓아가고자 함은 그 거리와 시대 분위기에서 받고 싶었던 관심과 따스함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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