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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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고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과 제비꽃 향이 나는 마시멜로, 빨아먹으면 10초마다 색깔이 바뀌는 맛있는 사탕, 아무리 오래 씹어도 단물이 빠지지 않는 껌. 그리고 초콜릿으로 지어진 집에서 영원히 녹지 않는 초콜릿을 마음껏 먹으며 달콤함을 만끽하는 것.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았음직한 달콤하고 기막힌 상상이다. 진한 고동색의 작은 직사각형에서 어쩜 그리 단맛이 나고 향은 또 어찌나 은은하고 풍부한지, 어른도 거부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을 아이들인들 지나칠 수 있을까? 여기서 문제는 거부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이라는 것이다. 유혹이란 그렇다. ‘쓴’ 유혹은 없어도 ‘달콤한’ 유혹은 있는 법이다. 그런데 하물며 달짝지근한 초콜릿이다. 결국 유혹은 욕망을 낳고, 욕망은 욕심을 낳는다. 이에 더하여 5장의 ‘황금티켓’이란 한정된 수량의 옵션으로 초콜릿에 대한 조바심과 욕망은 더욱 깊어만 가고, 바로 이런 초콜릿에 의해 달콤한 유혹에 매혹되어 과하게 부린 욕망의 결말, 혹은 욕심 부린 것에 대한 대가와 응징이 드러나고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쯤에서 제목에 대한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 왜 하필이면 ‘초콜릿’인가? 아이들을 상대로 그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가령 ‘장난감’공장 도 가희 적당할 것인데 말이다. 이는 ‘초콜릿’이라는 것이 누구나 좋아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측면에서의 의미도 있을 것이지만, 초콜릿의 달콤 쌉쌀한 이중적인 의미를 염두하고 지어진 것일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발한 상상을 꿈꾸며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 초콜릿으로 하여금 일어나는 신기하고, 유쾌하고, 통쾌한 모험을 시작해 보자.
초콜릿, 정확히 말하면 5장의 황금티켓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만난 5명의 기막힌 꼬마들은 가지각색의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다. 황금티켓의 첫 번째 당첨자는 초콜릿과 단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식탐의 대명사! 욕심 많은 아우구스트 쿨룹이다 첫 번째 당첨자답게 초콜릿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로 먹는 양을 생각하면 황금티켓을 첫 번째로 얻은 것이 이상스럽지 않다. 무슨 물건이건 일단 먹어보는 것이 특징이 아이이다. 두 번째 당첨자는 부잣집 딸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라도 해야 하는, 물불 못 가리는 떼쟁이 제멋대로양 버루카다. 버루카는 황금티켓을 갖고 싶어서 부자인 아버지를 졸라 몇 십만 개의 웡카 초콜릿을 매입하여 황금티켓을 구입한 행운의 주인공이다. 세 번째 당첨자역시 남다른 꼬마인데, 승부욕이 아주 강한, 껌 씹기 대회에 남다른 일가견이 있는, 호기심이 많은 바이올렛이다. 엄마랑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지나친 자신감에 찬 미묘한 얼굴표정까지 엄마를 빼다 박은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네 번째 당첨자는 텔레비전을 달고 사는 마이크 티비. 어리지만 남달리 박식한 지식으로 필요이상으로 넘치는 지식과 잘난 체를 일삼아하고, 깨부수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로 확률을 따져 초콜릿 하나만을 사서 황금티켓을 발견했다고 하는 꽤 영악한 아이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당첨자는 우리의 주인공 찰리. 미안하지만 찰리에겐 화목한 가정이 있다는 것 밖에는 내세울 것이라곤 없다. 그저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아이라는 것, 그렇기에 초콜릿은 일 년에 한번 밖에 먹을 수 없고, 운 좋게 마지막 황금티켓을 발견했다는 정도이며 범상치 않게 표현 되어있다. 이런 5명의 기막힌 꼬마들에 유유히 대적할만한 뻔뻔한 그가 있었으니, 초콜릿 공장의 주인, 5개의 황금티켓을 발매하여 5명의 아이를 초콜릿 공장으로 초대한 장본인 바로, 작고 수다스러운 윌리 웡카이다.
골든 티켓을 받아 초콜렛 공장 방문의 기회를 얻은 다섯 아이의 캐릭터는 원작과 미묘하게 차이를 보인다. 껌씹기를 좋아하는 소녀는, 모든 것에 이기려는 승부욕이 강하다는 설정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TV를 좋아하는 소년은 폭력적인 것에 중독되었다는 설정이 더해졌다. 이 두 부분은 원작 동화에는 결핍된 현대 아동들의 문제점을 새로이 추가한 부분이다. 또한 승부욕 강한 소녀의 캐릭터를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 다섯 명중 한명에게 특별상이 수여된다는 설정이 원작과는 다르게 들어가 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는 물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리는 듯 한 경쾌함이 있다. 워낙 원작이 기발한 상상력으로 단단히 구축된 탓도 있으며 여기에 뭔가 특별한 연출과 효과의 합세로 재기발랄함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 부분에 주목하여 볼 필요가 있다. 즉, 이러한 이중적 아이러니와 상반된 것들의 공존이 영화를 볼 때 눈여겨보아야 할 볼거리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고, 또한 영화 의도의 깊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키워드를 발견 할 수 있다. 영화에는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놀랍고도 신기한 환상의 세계를 선사하기도하고, 마른하늘의 날벼락과 같이 예측 불가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선사하여,‘왜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는, 그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상의 초콜릿 공장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으나 원작은 독자에게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그 속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경쾌함과 친절함 속에 냉소적 비난의 시각도 곳곳에 숨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의 윌리 웡카에게는 원작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냉소적 성격이 추가된다. 또 등장인물에서도 알게 모르게 상반된 인물들의 충돌의 미학이 담겨있다. 차가움으로 대변되는 윌리 웡카와 따뜻함으로 대변되는 찰리의 캐릭터 공존이 그것이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초콜릿공장 견학을 관객들로 하여금 쉴 새 없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경쾌함은 난쟁이 인간 움파룸파족이다. 여기에서 거론하는 이유는 개별적인 캐릭터 자체로서 뿜어내는 아우라 보다는 영화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끌고, 유지시켜 주는 요소로서 그 역할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먼저 이들은 생김새부터가 남달라서 행동 하나하나에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의 더 큰 역할은 윌리 웡카가 버릇없는 아이 하나하나를 응징할 때 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독창적이고도 짜 맞추어 진 듯 한 단일한 율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쾌한 노래로 영화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경쾌하고 흥겹게 유지시켜 준다. 또한 이때 불리는 노래는 욕심 많고,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응징하는데 더없이 유쾌하고 통쾌하며, 아이들도 노래로 만들어진 간접 교훈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경쾌함은 화려하고 동화적인 세트에 있다. 동화책의 한 부분을 떼어와 재현해 놓은 듯 한 초콜릿 공장 안의 배경 자체에서 경쾌함이 우러나온다. 영화의 초반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은, 초콜릿 강이 흐르고 뭐든 먹을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초콜릿 강 주변의 산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만큼,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경쾌함의 요소이다. 또한 공장 견학의 명목으로 장소를 옮게 다니는 것은, 오색 사탕처럼 각각 맛이 다른 공간의 세트들로 구성되어, 관객들의 눈요기를 시켜준 또 하나의 경쾌함이다. 이런 느낌이 영화전반에 깔리면서, 모든 요소들과 맞물려 통통 튀는 듯 한 경쾌한 분위기는 시종일관 지속 된다. 이러한 경쾌함이 냉소적인 성향을 포장하면서,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동화적인 신비로운 세계를 선사하게 된다.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동화 속 경쾌함 속에서 윌리를 통해 실현되는 짜릿한 비틀린 유머가 전달된다. 이로 하여금 어른과 아이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더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원작에서는 윌리 웡카를 단순히 세계에서 최고로 큰 초콜릿 공장을 만든 사람, 아이들을 좋아하고 천진난만함이 간직된 어른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윌리 웡카는 위의 사실에 한 가지 특기할만한 사항이 덧붙여진다. 바로 어린나이에 초콜릿을 입에 대지도 못하게 한 의사 아버지를 둔 유년시절의 환경이 그것이다. 친구들은 다 먹는 달콤한 초콜릿을 아버지 때문에 먹어보지도 못한 윌리. 그런 아버지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독립을 해 줄곧 혼자 살아왔다. 아버지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초콜릿을 먹지 못하고 자란 어린 시절 한을 풀기 위해서인지 세상에서 가장 큰 초콜릿 공장을 짓고서 말이다. 그리고 바깥출입도 거의 하지 않으며 소외된 삶을 살아온 캐릭터로서, 영화 속의 윌리는 원작에서 보다 풍성하게 덧붙여진 환경을 가지고 있다. 재창조한 영화 속 윌리 웡카는 큰 공장을 운영하면서 강한 척 하지만, 소외된 삶을 살았고, 어렸을 적 아버지를 끔찍하고 진절머리 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버리지 못하는, 그렇기 때문에 애정 결핍을 엿보이기도 하는 강해보이지만 약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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