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 스크린 속에 비춰진 인간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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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에 비춰진 인간의 심리
드라마나 영화는 남녀노소가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오락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 드라마는 또래 친구들에 비하여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가뜩이나 우리 인생이란 것이 복잡하여 생각하고 고민할 것도 많을 텐데 그것도 모자라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놓고 울고 짜는 드라마가 어쩐지 마음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보는 데 쏟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영화는 다르다. 우선 보고 싶은 것을 골라 다른 사람과 함께 간다는 자체가 단순히 드라마만 보는 것과는 달리 흥미를 끈다. 또 단 한편으로 승부하여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담고 있는 메시지가 한층 강렬하고 극본 구성, 화면처리나 연기의 질이 드라마와는 격이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영화는 곧 나의 좋은 친구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나에게 있어 무료함을 달래 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기분전환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삶에 있어서 가슴 깊이 새겨둘 만한 교훈을 깨닫게 해 준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심리학과 공통점을 지닌다. 영화는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입장에서 볼 때 우선 관객을 항상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관객의 심리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모든 영화는 그 영화를 만든 감독 자신의 성격과 인생관, 심리가 녹아들어 가게 마련이다. 즉 한사람의 심리를 영화를 통해 살펴볼 수가 있다. 더구나 영화는 일정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살아 있는 심리학의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내외 상업영화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여 심리학 현상이나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Maslow의 욕구5단계설이나 죄수의 딜레마 모델 같은 약간은 딱딱한 이론을 자연스럽게 도입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 대한 심리학적 지식과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안목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영화 “강원도의 힘”은 프로이드의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를 대입하여 분석한다. 금붕어 숫자와 후진하는 차에 상권의 아들이 칠 뻔한 장면 따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그 상징적 의미로 파악한다. 이 책을 읽고 심리학의 관점과 기법이 영화 곳곳에 녹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샤론스톤의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도 배울 바가 많다. 우선 이 책도 지적하였지만 제목이 기가 막히다. Basic을 기본적이 아닌 원초적으로 번역하여 영화제목을 원초적 본능이라 정한 것은 샤론 스톤이라는 배우 캐릭터 및 그 영화의 내용과 맞아 떨어지고 흥행에도 큰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된다. 관객의 심리를 영화수입업자는 정확히 읽은 것이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사람의 본능은 삶의 본능(Eros)과 죽음의 본능(Thanatos)으로 대별되는 데 이 영화는 삶의 본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섹스와 죽음의 본능을 대표하는 폭력을 교묘하게 버무려 놓았다. 샤론스톤이 경찰서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장면은 관음증 심리를, 정사는 가학과 피학의 Sadism/Masochism을, 정사를 나눈 남자들을 송곳으로 찔러 죽이는 것은 폭력적 본능을 나타낸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하여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자신들의 이런 다양한 본능을 대리충족 할 수 있는 것이다.
“히트(Heat)”는 리더의 스타일을 비교하여 제시한다. 냉철하지만 인간미를 겸비한 도둑 닐과 일만 아는 형사반장 빈센트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성격이나 리더로서의 행동양식이 판이하다. 빈센트는 일 중독자로 가족에도 무관심하고 별다른 취미도 없다. 반면에 닐은 비록 도둑일지언정 지적이고 부하들에게도 애정을 가지고 있다. 빈센트는 이른바 과제중심의 리더이고 닐은 인간관계 중심의 리더라 볼 수 있는 데 관객들은 경찰관 빈센트보다 악당 닐에게 심정적으로 호감을 느낄 수가 있다. 바로 닐의 인간적인 면모 때문이다. “감수성 훈련(유동수 지음)”에서 대화를 사실지향적 대화와 관계지향적 대화로 나누어 서로 접근을 달리 할 것을 권하고 있는 데 이와 맥락이 같다고 볼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히딩크나 지금의 아드보카드 감독을 보면 뛰어난 축구 전략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인간관계 중심의 탁월한 용병술이 돋보인다.
“정글 피버(Jungle Fever)”는 미국사회의 흑.백간 인종갈등을 그린다. 우리나라의 지역 편견이나 전 세계적인 여성편견 또는 남성편견, 인종 편견, 종교편견은 대표적인 내집단편애(Intergroup Favortisim)이다. 상대적인 존재인 인간의 본능 상 이런 편애를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다거나 이를 고정된 불가변의 진리로 믿고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려는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군사학교 소년들을 태우고 가던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여 무인도에 표류한 후 이들이 겪는 이야기를 그린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의 심리적 코드는 집단심리다. 인간의 사회적 행위는 그 구성원인 개인의 심리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군중심리(구스타프 르 봉)”에서 보는 것처럼 군중 속에서 개인은 몰개인화(Deindividuation)하여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쉽게 행한다. 오늘날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상대팀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옛날 로마의 검투장에서 로마시민들이 보였던 행위나 중세의 마녀 사냥, 히틀러의 대중 선동, 공산당의 인민재판은 이런 집단심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심리학의 관점으로 이러한 집단심리의 발현 모습을 예견하려면 직업이나 학력 등 구성원의 속성은 물론 그 집단 자체가 처한 주변의 상황적 여건을 살피고, 그로 인한 역동성의 강도와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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