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언 차이의 경영으로의 초대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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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의경영으로의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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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언 - “차이의 경영으로의 초대” 를 읽고)
근대 산업혁명 이후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그리고 그 변화의 가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수록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 할 환경 또한 끊임없이, 더욱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흔히들 21세기를 후기산업사회, 혹은 ‘지식경제 시대’ 라고 부른다. 현대 과학 문명의 총아인 IT(정보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은 지금까지 문서로만 처리되어 오던 모든 형태의 정보들의 습득, 처리, 분배 등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앞으로의 사회를 과거 20세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의 시대, 즉 지식경제의 시대라 부른다. 이러한 변화된 사회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해결책으로 작가는 기업의 구성원인 사람에 대한 태도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작가는 다가오는 지식경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껏 단순히 기업의 이익창출활동의 하나의 구성품으로만 여겨지던 인간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하고, 획일화된 방법으로 기업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이 아닌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해주고, 각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개발하는 과정 속에서 더 나은 미래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후기산업사회는 열린 공간을 바탕으로 조직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무너지고 있고, 급속한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 모순과 패러독스,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특정지어진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새로운 지식의 창조와 학습 능력을 키워 나갈 수밖에 없다. 기업 조직의 형태는 수직적 계층 구조에서 수평화된 네트워크 조직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p.18)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기타 다른 자원들처럼 어떤 하나의 방식으로 정의되어 지고 그 방식에 의해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말그대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적자원관리 측면에선 이러한 사람 개개인의 특징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고 성과급으로 대표되는 각종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사람을 하나의 도구로서 평가되고 관리되어지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로 인해 끊임없이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어져 왔다. 이러한 특징을 작가는 프랑스의 철학자인 질 들루즈의 ‘라이좀 (Rhizome)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사물을 대하거나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종종 그 해당 사물들을 단순화시켜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현실의 복잡성을 어떤 도표나 도식을 통해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간략하게 만들어 이해하려 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 감정들, 우연찮게 발생하는 사건들, 복잡하게 변하는 분위기 등, 단순히 도표나 합리적 도식 속으로 간단하게 변화시킬 수 없는 무수한 감성적이거나 내면적인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들루즈의 사상을 빌려 지금껏 우리 마음대로 단순화된 모습만을 중요시하던 우리의 관심사를 이런 미세하고도 복잡한 현실로 돌릴 것은 요구한다. 마치 우리가 나무는 간단한 도식으로 그릴 수 있고 또 이보다는 훨씬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그 아래의 뿌리도 그림으로 표현이 가능할지라도 뿌리 아래의 라이좀처럼 땅 속에서 서로 경계마저도 모호한 모습은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이 불가능하듯이, 사람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적이거나 내면적인 모습들은 역시 간단한 다이어그램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맥락에서 “반드시 합리적으로만 생각하는 ‘모범생’보다는 융통성과 창조성과 협조성을 가진 ‘라이좀’ 같은 인간상, 즉 쉽게 변화되고 연결되고 개방된 환경을 좋아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감성적이면서 동시에 합리성을 포함한 이성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p.66)고 주장한다.
좀 더 나아가 작가는 ‘라이좀 시스템 사고(Rhizomatic Systems Thinking)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라이좀처럼 자연의 일부이며, 조직 내 담화를 일으키는 힘의 원천으로서 ’차이‘를 생성하는 욕망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는 사고”(p.64)라고 표현하면서 “따라서 인간은 담화를 일으키는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존재이며, 라이좀이 땅 속에서 상호 연결되면서 자라나듯이 인간들도 상호 작용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담화를 통해서 지식 창조와 학습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 단순히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어떤 부속품이라기보다는 구성원 각자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이런 상호 작용을 통해 결론적으론 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작가는 ’차이‘라는 개념과 같이 ’시스템 사고‘, ’문제틀 짜기‘ 등의 개념 등을 인용하고 있다.
우선 사람이 다른 기업 보유 자원들과는 다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작가는 들루즈의 “차이”라는 개념을 인용하였다. “‘차이’란 들루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플라톤의 이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데에서 시작된다.”(p.18)고 말하면서 “차이란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변화의 잠재력이며 이러한 변화의 잠재력을 우리 현실 내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승화시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하였다. 세상엔 어느 누구도 똑같은 사람이 없고, 이는 곧 다양성, 혹은 차이를 만들어내며 이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중시하여 더 나은 변화로 승화시키자는 주장이다. 들루즈가 제시한 차이의 개념은 플라톤에서 데카르트로 이어지는 이원적인 사유체계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차이에 의한 사고란 이분법적인 사유에서 탈피하여 긍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변화를 일으키는 잠재력이며, 이를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생존을 위한 자연의 법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의 개념을 기업 경영적 측면에 적용해 본다면, 경영자는 미리 예정된 합리적인 경영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조직을 즉흥적인 연극 무대로서 인식하고 조직 내·외의 상황이 변해감에 따라서 구성원들이 다같이 참여하여 지식을 창조하고 학습하는 즉흥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즉 지금껏 유지되어 온 수직적인 조직체계를 벗어나 상호 작용이 용이한 수평적이고 평등한 조직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작가가 말한 ‘즉흥적인 드라마 경영’이란 조직을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학습 장소로서의 연극 무대, 또는 극장으로 간주하며, 경영자는 연출가로서 드라마의 주제를 선정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고객이나 이해 관계자들은 관객으로서 연출가와 배우가 혼연일체가 되어 만들어낸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평론가가 된다. 다시 말하면 즉흥적인 드라마 경영에서는 어느 기업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 즉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는 것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의미하는 차이의 경영을 추구하는 시스템 사고에 근거하여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차이를 만들어 내고, 이러한 차이는 조직변화 뿐만 아니라 장차 미래의 기업의 더 나은 모습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가가 강조하는 경영학적 방법으로는 우선 ‘시스템적 사고’를 들 수 있다. "시스템 사고는 전체에 의한 사고(Holism)이며, 다원적인 사고(Pluralism)이며, 또 담화에 의한 지식 창조와 학습과정이다.“라고 표현한다. 좀 더 자세하게 작가의 주장을 살펴보면 ”시스템 사고란 어떤 현상을 부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이며, 어떤 현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다원적인 시작이며, 전체적이고 다원적인 시각을 담론화하여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통해서 지식을 창조하고 학습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체에 의한 사고는 ‘필수 다양성의 원칙(Law of Requisite Variety)에 의거하여 필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곧 미래의 조직의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얘기한다. 이를 확보키 위해 작가가 든 예시로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스태포드 비어(Stafford Beer)교수에 의해 개발된 자생시스템모델(VSM)을 들 수 있다. 이 모델은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에 복합적인 체계성을 부여해 모델링하는 방법으로서, 잡다한 사건들과 의미들을 일관된 도표로 정리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가게 해 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인간의 의도 또는 가치 판단과는 독립적으로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자의식’에 기초하여 구성원들의 의도대로 조직의 전략과 목표가 설정되고 운영되기는 어렵다.”(p.46). 이를 통해 작가는 기업의 경영이 어떤 객관적 구조나 도식화된 모델에만 치우쳐서는 곤란하며, 기업,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관계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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