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영화 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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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영화 글러브
사회에서 장애인을 가진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편견이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은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에 비해 무언가를 할 수 없거나, 아니면 잘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행히도, 장애인들 스스로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경우 또한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남들보다 조금 더 힘이 많이 들고 때때로 좀 더 멀리 돌아가야 할 때도 있지만 그들도 비장애인들만큼의, 때로는 그 이상으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그 사실을 보여준 것이 바로 영화 ‘글러브’이다.
글러브의 스토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다. 음주폭행으로 물의를 빚게 된 프로야구 선수 김상남은 거의 타의에 의해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학교인 충주 성심학교의 야구부 코치로 가게 된다. 처음에는 심드렁하고 의욕 없는 모습을 보이며 독설을 내뱉기를 서슴지 않는 그는 곧 열심히 노력하는 야구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고등학교 시절 열정을 가지고 야구에 매달렸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아이들을 정성을 다해 가르치게 된다. 크고 작은 위기를 만나기도 하지만 잘 극복해낸 성심학교 야구부는 마침내 봉황대기 전국 고등학교 야구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강팀 군산상고를 만나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지만 아쉽게도 지게 되고 봉황대기 1승이라는 그들의 꿈은 좌절된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에 상대팀은 물론 관중들 모두가 박수를 보내고, 얼마 뒤 김상남이 일본 프로 야구 구단 입단 테스트를 위해 떠나는 공항에서 야구부와 교감 선생님, 나 선생님이 함께 애정 어린 훈훈한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렇듯 간단한 스토리이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변화는 가벼이 여길 만하지 않다. 인물들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 영화의 중심인물인 김상남의 변화이다. 그는 수차례의 음주 폭행 사건으로 인해 성심학교로 귀양 아닌 귀양을 가게 되지만, 영화 초반에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인 철수가 어떻게든 그의 제명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그는 모든 일에 심드렁하고 삐딱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성심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야구부 아이들이 정성을 모아 준비한 선물들을 무시하는가 하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제대로 야구를 할 수 있겠냐며 차라리 재미로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서슴지 않는다. 기대감에 부풀어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건성으로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력하기를 그치지 않는 야구부 아이들의 모습과 친구의 충고, 그리고 남몰래 투구 연습을 하는 명재의 모습을 보며 과거 야구에 매달렸던 자신의 열정을 떠올린 그는 아이들을 거칠지만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 역시 커져간다. 때로는 무섭게 아이들을 다그치며 일반인도 소화해내기 힘든 훈련을 시키기도 하지만 너희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너희들을 무시하는 팀들을 깨부수라고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처음에 청각장애인들이 무슨 야구를 하느냐라고 비아냥거리던 부정적인 김상남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너희도 비장애인 야구부만큼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니 더 잘 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김상남이 된 것이다. 이렇듯 성심학교 야구부를 통해 장애학생들에 대한 인식을 바꾼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그 자신도 변화한다. 영화의 마지막, 일본으로 떠나는 그의 소식을 담은 신문에는 2군도 괜찮다라는 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또한 그는 공항에 찾아와 사인을 해달라고 공을 내미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한다. 초반의 겸손하지 못하다 못해 오만하고 삐딱한 김상남 대신 겸손하고 성실한, 그리고 인간적인 김상남이 된 것이다.
둘째는 성심학교 야구부 아이들이다. 이들은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모였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공 맞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방향을 잡지 못해 공을 놓치기도 하고, 서로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활하고 빠른 팀플레이를 하지도 못한다. 경기 중 부상당한 하나뿐인 투수가 야구부를 탈퇴하는 위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김상남을 만나 지옥 훈련을 해나가며 그들은 야구 실력은 물론 자신감을 키워나간다. 은연중에 비장애인 야구부보다 잘 하기는 힘들 것이다, 라고 생각하던 약한 모습들을 모두 잊는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힘들긴 하지만 자신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야구부 아이들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자신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투지까지 키워나간다. 또한 힘든 훈련 중에 협동심과 희생정신을 배우게 된다. 그 동안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다른 대우를 받아온 그들에게 부족했던 바로 그것을 말이다. 그 결과 32:0, 속수무책으로 졌던 군산공고를 상대로 12회 연장까지 경기를 끌어나가는 놀라운 발전을 보여준다. 비록 그들이 세웠던 목표인 1승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자신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든든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셋째는 선생님들과 학교 아이들과 상대 팀과 같은 주변 인물들이다. 성심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야구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학습 분위기를 해치고, 몸도 성치 않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겠느냐, 라고 말하기도 한다. 야구부의 전폭적인 서포터인 나 선생님도 거칠게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김상남에게 우리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므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따진다. 야구부에 대한 시각은 다르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야구부 아이들을 비장애인들보다 더 수동적이고, 더 특별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야구부 아이들이 비장애인 야구부 못지않은 혹독한 훈련을 받고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들도 비장애인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야구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교장 선생님 역시 야구부를 지켜주고 그 경기 출전을 허락해주며,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구부가 아닌 다른 학생들도 야구부로 말미암아 활기를 찾고, 자발적으로 모여 야구부를 위한 응원단을 만들고 응원 연습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과 두 번의 경기를 가지는 군산상고 야구부 학생들은 장애를 가진 그들을 얕잡아보고 비웃기도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한 성심학교 야구부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이렇듯 글러브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비장애인에 비해 어딘가가 부족하다거나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똑같이, 때로는 더욱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좀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한다. 물론 이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결말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꾸었으면 변화한 인물들의 모습을 더 부각시킬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바뀐 학생들이 후에 어떻게 되었을지 그 후일담을 좀 더 알려줬으면 어땠을까(영화에서는 실업팀 설립을 건립하는 정도의 암시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장애인들도 그저 조금 더 힘이 들 뿐,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름대로의 감동과 재미 속에 잘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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