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전상인 - 편의점 사회학 - 프렌차이즈, 양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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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인 - 편의점 사회학
우리가 알고 있는 편의점의 확산은 미국의 세븐 일레븐의 프랜차이즈 체인 도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별도의 광고비용 없이 본사의 브랜드를 빌려서 높은 수준의 인지도와 영업 방식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던 프랜차이즈 체인은 많은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맹점과 본사의 팽팽한 긴장감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는데, 위험 손실이 줄어드는 만큼 본사의 장악력은 높아 질 수밖에 없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 이익 보증 제도와 이익 배분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근원적인 약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세븐 일레븐은 소매 유통업으로써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동아시아 국가의 유난히 빠른 성장 속도와 20세기 후반 냉전 시대의 미국의 경제나 문화가 미친 영향력으로 인해 일본으로도 수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89년 중반에 편의점이 도입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982년 이미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있었다. 그러나 낮은 국민 소득이나 영업시간에서도 큰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등 당시 국민들의 생활패턴과는 맞지 않았던 편의점은 진출한지 2년 만에 철수한다. 이후 1980년대에는 비록 정치적으로는 군부 권위주의적 시대였지만 ‘3저 호황’을 통해 국민 소득이 크게 늘면서 해방된 문화적 욕구가 정치적 억압을 보상했다. 이처럼 문화적 개방과 심미적 소비 욕구를 통해 편의점이 급성장 할 수 있었고, 1992년 등장한 드라마 ‘질투’는 최초의 트랜디 드라마로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쿨한’ 소비욕구를 불러 일으켰고, 이는 결정적이었다.
인구 대비 편의점 밀도로 미국과 일본, 대만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이 되면서 국민 점포가 된 편의점에서도 명암이 존재했다. 권력에 의한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갑’과 ‘을’이 편의점에 나타난 것이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편의점이 지배적이고, 그것의 대부분을 재벌 내지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반대로 가맹점 점주는 사정이 크게 다른데 편의점은 이른바 ‘스몰 비즈니스’의 전형으로 5000만 원 정도의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본부에서 맞춤형 현장 경영 지도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퇴직이나 실직 후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중년 세대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창업 조건을 갖춘 것이 바로 편의점인 것이다. 그러나 위약금이나 본사의 각종 요구 등 현실에서는 본사가 갑이고 점주가 을인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대부분의 고객 눈에는 편의점 가맹주가 ‘갑’처럼 비춰지기 쉽다. 저자가 예시로 든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도 주인공은 편의점 점주를 비호감이라 생각하고 그들은 노력한 것 이상으로 벌어온 사람들이라 단정 짓지만 실제로 2013년 한 해에만 점주 4명이 운영 문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편의점 밖에서는 본사가 ‘갑’이고 점주가 ‘을’이라면 편의점 안에서는 점주가 ‘갑’이고 임시직, 즉 우리가 알바생이라 부르는 파트타이머가 ‘을’이다. 이들도 엄연히 최저시급의 적용을 받지만 편의점 알바생이 실제로 다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산재, 고용, 건강,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중 단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무려 86.9%에 달했다(2013년 기준). 임금 수준만 열악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수시로 CCTV로 감시를 받으며 편의점 내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 점주가 누군가의 아버지라면 알바생들은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야 할 때다.
최근 한 항공사의 ‘땅콩 리턴’으로 갑의 횡포라는 말이 다시 급부상 되었다. 승무원이 서비스 규정을 어겼다며 조 부사장에게 혼이 났고, 이를 지켜보던 사무장에게 관련 규정을 물었지만 자신의 지적이 잘못됐다는 사실에 당황해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이다. 문제는 사무장을 하차시키기 위해 항공기를 다시 후진시켰고, 이로 인해 도착이 예정시간보다 늦어져 애꿎은 승객 250여명까지 피해를 본 것이다. 그 외에도 2007년 30대 대리가 설계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50대 수주업체 이사의 얼굴에 서류철을 집어던진 일이나, 2013년 비행기 내에서 라면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무원에게 책으로 폭행을 행사한 일까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갑의 횡포’는 우리의 주위에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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