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라쇼몽 싸이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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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과 싸이코
산적 타조마루는 사무라이와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증언했고, 마사코는 자신이 겁탈당한 후,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의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가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무당의 입을 통해 증언하는 사무라이는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 타조마루가 자신을 옹호해줬고,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결했다고 증언했다. 현장을 목격한 나뭇꾼은 마사코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를 부추겨서 결투를 붙여놓고 도망쳤고, 남은 두 남자는 둘다 겁쟁이여서 서로 벌벌 떨면서 칼을 들고 대결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벌어졌다고 했다. 숲속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그 사건과 관련된 몇몇 사람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어지는 이 영화의 철학적 개념은 인식론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살인사건이라는 똑같은 상황을 가지고 연루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사실을 새롭게 각색하여 인식한다. “진실의 상대성”이 이 영화의 초점이며, 아울러 “진정한 진실은 무었인가!”라고 되묻는다. 이런 진실의 왜곡 내지는 상대성을 표현하려 했던 배경은 천황제가 절대적으로 우상시되던 군국주의 시대를 벗어나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가 도입한 서구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하루 만에 신이었던 천황이 인간으로 격하됐던 전후 일본이 처한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있다. 인식의 철학적 고찰은 고대나 중세에서도 신의 인식으로서 행하여지기는 했으나 인간 주체의 인식 문제로서 철학의 중심부문을 차지하게 된 것은 근세에 이르러서이다. 인식(epistemology)은 epistm(지식)＋logos(논리방법론)에서 유래되었다. 다시말해서 지식이 곧 인식이였던 시대로 부터 J.로크의 오성에 의한 인식, D.흄 등의 영국 경험론에 의하여 인식론의 근대적 성격은 더욱 명확하게 되었으며 I.칸트에서 집대성되었다. 칸트의 인식론은 인식을 사실문제로서가 아니라 권리문제로 보았다. 즉, 영화 라쇼몽에서 말하는 살인사건에 대한 각자의 본안판단은 이해관계가 얽힌 유리한 해석으로 인식이 이루어 진다는 칸트적 인식론을 보여준다 하겠다. 실체적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말했다. 이 살인 사건의 전모를 숲은 알고 있고, 숲은 어느 누구도 거짓말 하지 않는 존재란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임엔 틀림없다. 다시말해서 인간의 간사한 이기심으로 인해 사실은 왜곡되어지지만 자연인 숲은 사실 그대로를 간직하고 인식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숲은 인간에게 욕심,이기심을 버리라는 의미를 던져주는것 같다.
“다중인격은 꾸미기가 쉽지 않다. 다중인격의 원인은 유아기때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데 그것이 정신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고 내적인 분노의 감정으로 뭉쳐질 때 어린 상처받은 정신 상태가 숨겨져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다른 인격체를 창조해 고통을 공유한다. 문자 그대로 지울 수 없는 충격은 기억속에서 성인이 되어도 계속된다.“ 영화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의 이중인격 또한 편모 슬하에서 어머니의 부정을 목격, 어머니를 살해했던 유아기때의 지울 수 없는 상처받은 기억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환상 속에서 이중인격을 보이게 된다. 즉, 때때로 자기 자신이 어머니가 되어 행동하고 어머니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게 될 때 어머니 역할을 하는 자신과 본래의 자신이 심하게 다투게 되는 의식이 살인으로 이어지게는 것이다. 영화 싸이코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반페미니즘성이고, 둘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다.
여직원 마리온이 모텔 화장실에서 샤워하는 장면을 노먼이 구멍을 통해 엿보는 장면은 남성의 시각에 여성을 노출시킨 채, ‘보는 것’을 남성의 무의식에 의해 ‘보여지는 것’으로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반사회적 심리를 나타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보는 것’의 시야를 조금더 넓힌다면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눌 수 있다.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보는 것’은 권력을 거머쥔 자의 여유와 포용을 바탕으로 한 만용이 깃들여 있다고 할 수 있고, 반대는 우러러봄이다. 또한 피지배층은 지배층에 의해, 지배층은 피지배층에 의해 상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보여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는 것’은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대에 의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인간 의식의 저변에 깔린 무의식적인 행위의 하나이며, 사람들은 그 무의식의 자의식을 인지하지 않으면 않된다. 두 번째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초기의 심리적 관계가 나중에 성격 발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남자 아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경쟁과 거부를 통해서 어머니에 대한 강한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이것은 성기 제거 공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고 성기를 잃는다는 것을 어머니와의 재결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에 대한 과잉적인 집착의 결과로서 실재적 위험을 거세(去勢)라는 처벌, 자신의 성기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거세공포는 어머니로 부터의 분리를 의미한다. 싸이코의 모자관계는 일반화시키기엔 부적당한 관계이다. 다시 말해 노먼 베이츠는 외아들에다가 아버지없이 성장했다는 특수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것이 그와 그의 어머니 사이에 형성된 왜곡된 모자 관계, 즉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 관계를 정당화해주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를 정신 분석학에서는 ‘오이디푸스적 승리’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이 말은 ”아이가 이성의 부모로부터 대단한 사랑과 관심의 초점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동성의 부모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상황“을 말한다. 이 상황은 ”어머니가 가족의 주도권을 잡고서 아들을 추켜 세우는 반면 남편의 남성다움을 무시“하거나, 혹은 ”소아기 동안에 동성의 부모가 사망하는“경우에 발생한다고 한다. 노먼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라쇼몽에서의 인간은 이해관계에 의해 진실을 왜곡시키는 이기적인 인간이고, 싸이코 에서의 마리온 또한 자신의 이해관계에 의해 돈을 훔치려다 정신분열증에 걸린 노먼 베이츠에 의해 살해를 당한다. 노먼 베이츠 역시 일말의 동정은 있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의해 살인을 한 것이다. 인간은 모든 만물중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스스로 그것을 무너뜨리는 일은 앞으로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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