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감상문 김정하의 기록물관리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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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의 기록물관리학 개론
기록은 우리의 생활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더군다나 기록이 가지고 있는 자료적이거나 역사적인 가치는 매우 막중하다. 그러나 그 기록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은 대부분 기록이 사라지고 난 후의 일이다. 가까운 예로, 고구려나 신라, 백제의 역사서는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고대사를 연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자료의 폭은 굉장히 좁다. 그 기록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면, 고대사는 상당히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왕조실록이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가치를 인식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 완전히 제 모습을 가진 채 남아 있는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간접적으로만 과거에 대해서 알 수 있으니까. 문명의 발생 조건 중의 하나가 문자라는 것의 발명이었던 것을, 인간이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축복으로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만약에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지 못하였다면, 역사를 연구할 자료라는 게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살았었고, 죽어갔다는 가장 구체적인 흔적인 유물과 유적 외에는 없다시피 했을 테니 말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그런 케케묵은 문서들로 무얼 하려고 쌓아 두려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웬일인지 귀중한 문서들은 어떻게 해서든 보존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비록 보존되는 것보다 폐기되는 것이 훨씬 많은, 하루에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 쏟아져 나오는 문서들이지만, (기록물 보관소의 문서 저장 용량이 몇십 만 킬로미터에 달하는데도 문서를 전부 보존할 수는 없으며, 보존 가치 있는 문서의 평가가 아키비스트의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동일하다. 기억이란 인간이 살아온 길 그 자체였고, 그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이 문서였기 때문이었다. 요즈음은 비단 문자로 기록된 기록물뿐만이 아니라, 고대의 원시적인 그림이나 묘사의 형태로 기억을 보존한 것이라도 ‘문자 이전의 기록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기록을 필요로 하는 여러 학문의 이해가 맞물려 기록물관리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학문이 태동했지만, 아직 이 학문의 입지는 독립적이지 못하다. 워낙 복합적인 학문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의 경우 기록물의 역사나 문화적 가치를, 행정학이나 법학의 경우 문서 생산 기관의 생산 질서 및 정리 방식의 차원에서 기록물의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물관리의 복합성은 기록물관리 전문가들의 교육 커리큘럼에 직결되고 있다.
이 서적은 기록물 관리의 제 문제, 기록물관리 이론, 기록물관리와 기록물보존소, 기록물 관리제도, 기록물관리교육과 기록물관리전문과, 도서관과 기록물보존소, 바티칸 비밀기록보존소의 역사라는 총 7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기록물관리의 기술보다는 기록물 관리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적지 않게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록물과 기록의 개념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은 굉장히 생소하였다. 기록이나 기록물이나, 둘 다 다 같은 기록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체 굳이 구분까지 해서 기록관리학과 기록물관리학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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