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낭만적 사랑과 사회 를 읽고 낭만적 사랑과 사회 감상평 낭만적 사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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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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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낭만적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고.
과거의 어느 날 이후로 ‘된장녀’라는 단어가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그것이 신조어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된장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명품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거리를 거니는 20대의 젊은 여성이다. 허영에 물들고, 사치를 일삼는 젊은 여성,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된장녀’라는 단어는 이제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성을 배우자로 맞이하고 싶어 하는 여성, 그리고 그 이외의 온갖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여성들을 조롱하는 데에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녀들은 과연 지나친 현실주의자들일까, 아니면 지나친 낭만주의자들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답변을 던지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그녀들은 지나친 현실주의자들이며, 그런 그녀들에게서 낭만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고. 그러나 이런 답변은 어떨까. 사실 그녀들은 지독한 낭만주의자들이어서, 그녀들은 자신을 가난이나 어떤 다른 것들로부터 구제해줄 왕자님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사실 이 시대의 젊은 모든 여성들은 딜레마를 겪고 있다. 그녀들은 어릴 때부터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의 동화를 읽고 자라났다. 그 동화에서의 공주님의 역할은 그저 왕자님을 기다리고, 만나서 사랑하는 것이었다. 왕자님은 당연히 공주님만을 사랑했고, 동화의 결말은 늘 ‘공주님은 왕자님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였다. 그런 동화를 읽고 자라난 여성들은 교육을 받고 사회를 겪어 나가면서 자신은 공주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가고, 심지어 이제 사회는 그녀에게 ‘알파걸’이 될 것을 요구한다. 그녀는 더 이상 왕자님만을 기다리는 공주님이 아니며, 동화 속의 공주님처럼 그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도 없다. 여기에서 앞에서의 된장녀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보자. 이 시대의 어떤 된장녀는 그런 사회에 대해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동화 속의 공주님이 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사회에서 조롱하는 된장녀가 되었다.
그렇다면 유리는 어느 위치에 와 있을까. 낭만과 현실, 그 사이에 유리가 있다. 유리는 화려한 팬티가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누런 팬티를 입고 다닌다. 그것이 지금 그녀가 처한 현실이다. 그녀가 만나는 남성은 모두 어떤 점에서 그녀보다 우월한 지점에 있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낭만’을 줄 수 있는 남자를 그녀는 찾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만나는 남자친구들은 사랑을 핑계로 그녀와 잠자리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순결을 지킨다. 말 그대로 ‘고진감래’를 위해 그녀는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의 첫경험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능력 있는 남성을. 그런 식으로 그녀는 많은 남성들과 교제를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순결을 지킨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낭만과 교환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결국엔 그녀가 꿈꾸던 공간인 ‘유리의 성’에서 첫경험을 갖는다. 그녀는 이를 통해서 부유한 집의 막내아들인 남자와 함께 할 수 있게 되고, 그가 그녀를 그녀가 꿈꾸던 진정한 성으로 데려갈 왕자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깨어진 유리는, 게다가 이미 이전에 깨어져버렸을 것 같은 유리는 더 이상 그에게 그 만큼의 가치가 없다. 그에게 깨어진 유리는 이제 루이뷔통 가방 하나의 가치 밖에 되지 않는다. 유리는 진짜 루이뷔통 가방을 손에 넣었지만 그녀가 손에 쥔 어떤 것의 진위여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며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라고 생각하며 불안감을 해소시키려 한다.
상대적으로 유리보다 그 내막을 자세히 알 수 없긴 하지만 유리의 남자친구, 혹은 혜미의 오빠로 대변되는 남성들의 낭만 역시 존재한다. 비단 여성들만이 낭만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 남성들의 낭만은 바로 ‘여성의 순결’이다. 이러한 남성의 낭만의 뿌리는 과거로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지금 현재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모든 남자는 유리와 성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며, 동시에 그 이면에는 유리가 순결하기를 바라는 욕망이 존재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순결한 유리를 바라면서, 동시에 그 순결을 깨트리고 싶은 이중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낭만을 꿈꾸는 유리는 이를 이루기 위하여 그런 남성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다. 쉽게 몸을 허락하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낭만을 완성시켜줄 남성에게 대가로 또 다른 의미의 낭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브 앤 테이크, 완벽한 자본주의적 이념이다.
유리는 낭만적 사랑을 꿈꾸며 그만큼 낭만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나’이며, 동시에 ‘그녀’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 ‘나’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동시에 소설 밑에 달린 짧은 각주에서는 ‘그녀’로 유리를 타자화 시킨다. 깨끗하고 맑으며 아름다워 보이지만 깨어져 버리면 너무도 쉽게 그 가치가 소멸되어버리는 ‘유리’는, 그녀 자신이기도 하고, 그녀의 친구 혜미, 혹은 이름 모를 또 다른 여성이기도 하며, 낭만적 사회를 살아가는 어떤 이이기도 하며, 동화 속에서만 아름다운 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는 앞서 이야기한 어떤 된장녀의 전형이다. 환하고 슬픈 아침에 어둠침침한 계단을 한발한발 걸어 올라가며 멀어져 가는 유리의 성을 바라보고 척박한 세상에 맞서는 그녀는 그래서 낭만을 꿈꾼다. 지나친 낭만주의자 유리는 너무나 낭만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슬프다. 같은 사랑에 대한 어떤 낭만을 지닌 줄 알았던 친구 혜미에 대한 연민은 그녀가 어깨에 둘러멘 오리지널 샤넬 백에서 뉴비틀의 원격 무선 조종기를 꺼내면서 깨끗이 사그러든다. 7-8만원의 가치를 지닌 ‘진짜 짝퉁’을 지닌 유리는 결국 그녀와 같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순간 같은 낭만에서 다른 현실로 돌아온다.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강한 여성이 되어야 하는 낡은 팬티를 입은 그녀는 그래서 더욱 낭만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자가 된다. 확실히 그녀는 오늘의 비판의 대상인 ‘된장녀’에 속한다. 그러나 소설 제목은 ‘낭만적 사랑’이 아닌, ‘낭만적 사랑과 사회’이다. 작가는 사회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녀를 동정하고 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낭만적인 사회가 낭만주의자를 양산하고 있다. 낭만주의자들에게 낭만주의를 끝없이 주입하지만 결국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오늘의 사회는 그래서 더욱 그들에게 낭만적으로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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