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허구와 서사의 자기갱신 민비 명성황후 의 서사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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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허구와 서사의 자기갱신
-민비(명성황후)의 서사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 역사의 허구성
역사라는 것은 흔히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그렇기에 역사는 절대적 권위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의 절대적 권위는 사회에서 지배적이며 우월한 담론으로 사람들에게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를 나타내는 역사기술을 면밀히 살펴보면 역사에는 분명 관점의 문제가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E.H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통해 사관, 혹은 관점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카가 말한 ‘과거’는 사료 즉 객관성을 담지한 사실을 일컫는다. 그리고 ‘현재’는 사관을 가지고 있는 역사가를 지칭하며 이 역사가는 주관성을 담지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모든 사실이 역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의 역사가는 자신의 관점에 따라 과거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즉 취사선택 된 질문을 과거에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라는 시점은 유동적이고 다변적이기 때문에 고정되거나 옳고 그른 관점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으며 과거와 ‘끊임없는’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역사에는 분명히 관점이 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진리는 없고 진실(사료)만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역사에 관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카의 견해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나는 미셸 푸코의 관점으로 나의 논의를 이어가려고 한다. 미셸 푸코는 역사를 사건의 연속과 발전보다는 역사가의 해석과 관점으로 파악하려 하였다. 여기서 역사가의 해석이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전제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다. 역사가들이 처한 상황도 역사적인 것으로, 당시 맥락에서 넓은 의미의 정치적 해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역사가들은 역사 담론의 경향과 그것에 가해지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마치 경영자가 매순간 시장 진입 방식과 수준을 놓고 고심하고 선택하듯이 역사가들도 역사 담론 공간에 어떻게 진입할지 고심하고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좇을 것인지 비판할 것인지, 현시점에서 어떤 것을 지향할 것인지 역사가들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영남,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 푸른역사, 2007 참조.
이런 푸코의 관점으로 역사와 역사인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어떻게 영웅화되어 현재까지 광화문에 위풍당당한 모습의 동상으로 자리하고 있는지도 이러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은 사실 그가 실존하던 당시대에 크게 영웅화 되지는 않았었다. 인조이후 이순신이 업적을 세운 것은 인정되었으나 실제적으로 지금처럼 영웅으로 영웅화 된 것은 일제시대이다. 일제시대에 식민사관을 벗어나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사관을 가진 역사가들이 이순신을 영웅적 인물로 추앙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일제시대 암울한 현실의 특수한 상황이 이순신을 영웅화한 것이다. 이 이순신의 영웅화는 박정희 정권 시대에도 이어졌다. 박정희는 자신의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인으로 공을 세운 사람을 찾았다. 앞서 말했듯이 역사라는 것은 흔히 절대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자신과 닮은 인물을 내세우는 것은 박정희 정권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박정희가 찾은 인물이 ‘이순신’이었다. 현재 존재하는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다시 요즘 불안한 동아시아의 판도의 영향과 조직체를 잘 이끄는 ‘기업 팀장’의 이미지로 ‘이순신’이 영웅화 되고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사극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역사는 관점과 해석의 문제로 해당 시대의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역사는 허구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성행하고 있는 ‘Faction’ fact +fiction = faction (사실과 허구의 종합체)/ 신경숙 『리진』, 김훈 『칼의 노래』, MBC 사극 드라마 <태왕사신기>등을 들 수 있다.
장르들도 이러한 역사의 허구적 성격을 활용한 문화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러한 전제들을 토대로 본격적인 나의 논의에 들어가고자 한다. 내가 이번 논의에서 text로 삼은 것은 민비(명성황후)의 서사이다. 그런데 내가 이 논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민비를 둘러싼 주장 중 어떤 것이 타당하고 실제에 가까운지가 아니다. 민비(명성황후)의 서사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어떤 관점으로 재구성(갱신)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내가 말하고자 바인 것이다.
2. 민비(명성황후) 서사의 자기갱신
2.1 민비, ‘명성황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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