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어학 운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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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영 전
1. 서론
운영전은 <최치원>, <금오신화>로부터 시작되어 <위경천전>, <상사동기>에 이르는 애정소설의 흐름을 이어받은 17세기에 창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애정전기소설이다. <운영전>은 애정전기 소설의 전통과 닿아 있으면서도 전기소설 변화의 여러 가지 지표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여성이 직접적인 서술자로 등장하고 있고, 궁녀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전기소설은 17세기에 들어서 현실적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이러한 현상은 이전 시기의 작품에 내재된 현실성을 강화하고 발전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전기소설에서 두드러지는 환상성은 인간 존재의 기이함을 찾아 나섰다가 환상과 조우한 형태의 것으로 <운영전>의 몽유체험, 궁녀와 선비의 사랑, 비극적 결말등은 전기소설다운 소재로 보여 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전기소설의 전형적 특징 중 하나인 ‘닫힌 시공’을 무덤에서 찾지 않고 궁에서 찾았다는 점과 귀신이 아닌 궁녀와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것은 현실성이 전면적으로 부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운영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여러 측면에서 많은 시각차를 드러낸다. 역설적으로, 이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깊이 있는 논의와 성과들이 축적된 것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운영전>을 ‘숨김의 미학’이 담긴 작품으로 보고 이 점에 대해 신재홍 선생님의 논고를 바탕으로 하여 발표 하고자 한다.
2.본론
2.1 이본문제
이제까지 이루어진 <운영전> 작가논의는 대곡삼번의 작가 추정과 송정애의 이본대비가 있다. 근래의 많은 논자들이 작자 미상설을 따르고 있으나 우리가 참고한 논문에서는 유영 창작설이 몽유록 작가 중에는 작중 몽유자인 경우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유영 창작설이 적합한 것이라 논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이본 문제를 간략히 언급하려 한다. <운영전>에 대한 근래의 연구방향은 <유영전>을 최고본 내지 최선본으로 보고 있는데 한글본 1종(이재수 소장 <운영전>)과 한문본 3종(국립중앙도서관 소장 <雲英傳 全>, <유영전 즉 운영전>, 장서각본 <운영전>)을 비교해 본 바로는 이러한 연구경향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운영전>의 한글본일 경우, 여러 연구자들이 지적한 대로 한문본을 확대, 부연한 이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부분의 한글본은 한글로 번역한 문체가 매우 유려하고 묘사를 구체화 하였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란의 형상을 확대하다가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는 등의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한글본은 김기동 소장의 <운영전>과 국립 도서관 소장의 <유영전>, 영남대도서관 소장의 <운영전>이 있다.
한문본일 경우에도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영전>의 경우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는데 이로 인해 <유영전>을 최고본 내지는 최선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예를 들면 안평대군을 소개한 후 10명의 궁녀가 선발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궁녀를 가리키는 표현에 ‘첩등’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단어보다는 장서각본과 한글본에서 쓰인 ‘궁인’이라는 단어가 문맥에 맞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등장인물의 대화에서 중추절 완사를 틈 타 운영이 김진사를 만날 계책을 알려준 자란이 완사장소로 소격서동을 결정하자 부용, 보련, 금련이 이를 반대한다. 이를 들은 자란은 일이 잘 되지 않을 줄 알고 일어나려는데 비경이 그녀를 잡아 앉히면서 운영을 위해 눈물로 호소한다. 이 말의 끝부분이 국도본, 장서각본, 한글본 모두 비경의 말로 서술된 반면 <유영전>에서는 소옥이 끼어든 말로 바뀌어져 있다. 또한 비경의 말임이 분명한 중도에서 일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등이 <유영전>은 뒤이은 소옥의 말과 비경의 말 끝부분을 합쳐 표기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하자는 완사를 다녀온 날 저녁 소옥이 시를 짓고 비경, 금련, 보련, 부용 등의 궁녀가 차운하며 운영이 김진사를 만난 것을 기록하고, 후에 소옥과 비경이 서궁을 찾아와 운영을 기롱한 것을 사과하는데 <유영전>에서는 자란, 비취, 옥녀가 소옥에 시에 차운한 것으로 되어있다. 자란, 비녀, 옥녀는 운영과 같은 서궁의 궁녀들이므로 이것은 문맥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본 세가지 이유로 <유영전>을 원본에 가장 가까운 이본으로 보는 견해는 재고되어야 하겠으며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유영전>의 하자를 국도본 <운영전>이 보완해 주기는 하지만 국도본 <운영전>도 궁녀 10인의 이름에 부용을 빠뜨리고 대군의 말이 잘못 생략되어 김진사의 말에 붙는 등의 잘못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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