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게 사는 것과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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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게 사는 것과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정의(正義)롭게 사는 것과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정의롭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면 -정의에 벗어남이 없이 올바르다-이다. 그럼 ‘정의’의 사전적 의미를 찾게 되는데 정의란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이다. 그렇다면 정의롭게 산다는 것은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에 벗어남이 없이 올바르게 산다는 것인가? 사전적 의미만 가지고 이 단어를 삶 속에서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사마천의 백이숙제열전 중에서 사마천은 백이와 숙제처럼 어진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한 착한 자들이 굶어죽는 반면에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잔인한 짓을 하며 살았으나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은 춘추시대 말기 도적 도척(盜)과 같이 악한 자들이 오히려 잘 사는 것을 비판하였다. 나는 사마천이 이러한 사회 속의 부정의((不正義)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하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사마천이 타인들의 삶을 정의롭고 정의롭지 않다는 것으로 비교하고 판단하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없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모르고 살아 갈 순 없다. 그렇지만 일부러 자신의 삶과 비교를 하고, 또는 타인의 삶끼리 비교를 하면서 왜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너무나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삶의 ‘비교’자체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준이라 어떤 삶 또는 행동이 의롭고 정당한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어려운 것이 그 이유이다. 소설 라쇼몽의 ‘노파’는 송장의 머리카락을 뽑으면서 그 송장이 생전에 사람들을 속이던 행동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더 너그럽게 보여 질 것이라고 말한다. 노파의 이야기를 들은 ‘하인’ 또한 의로운 행동은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단지 살아남기 위해 노파의 옷을 훔치게 되고 결국 상황은 악순환이 된다. 노파와 하인의 행동을 통해 의롭고 정당하게 살면 손해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롭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의로우면 ‘손해’란 생각보다 정의로운 사람은 정의롭게 살아가고 정의롭지 않은 사람은 정의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의라는 것 자체도 어떤 것이 정의인지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삶이 정의로운지에 대해 확정할 수 없다. 결론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한 정의에 따라 행동하며 ‘정의롭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수많은 사람들의 각각의 삶이 의로운지, 정당한지 따지기보다는 현재 자신이 선택한 삶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이냐는 물음에 답해보자면 첫째, 나는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살지 않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설사 위의 사마천과 같이 비판하고 싶은 상황이 닥쳐도 마냥 의문을 갖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사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밝을 영(瑩), 지혜 지(智). 세상을 밝고 지혜롭게 살라는 뜻으로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내 이름이다. 이 이름의 뜻처럼 생각이나 태도를 분명하게 하고 사물의 이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며 지혜롭게 살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나를 믿고 그 일을 수행할 것이고, 간혹 그 일이 옳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을 때는 빨리 뉘우치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 것이다.
의롭고 정당하게 살면 손해라는 생각이 퍼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 역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텔레비전에서 탈세, 성범죄, 절도, 강도 등 각종 많은 사건들을 볼 때 우리의 반응이 어떤지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자들을 향해 욕하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우리가 의롭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일을 싫어하며 이러한 범죄들이 마땅히 손가락질 받아야 되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의롭고 정당하게 살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의롭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에게 손가락질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의롭고 정당하면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세금을 성실히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탈세를 범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탈세를 범한 사람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성실히 세금을 내던 사람들이 탈세를 범한 사람의 세금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롭고 정당하게 살았을 때 얻는 이득은 없는 것일까?
의롭고 정당한 행동을 했을 때 우리의 기분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자. 아마 대개는 뿌듯하거나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을 것이다. 의롭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는 얻을 수 없는 기분인 것이다. 나 자신이 떳떳하고 당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의롭고 정당하게 살아야 함을 알고 있으며 최대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과연 우리는 의롭고 정당할 수 있을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에서 하인은 일자리를 잃고 굶어죽을 위기에 처해있었다. 굶어죽지 않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하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굶어죽지 않기 위해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든다는 노파의 말을 듣고 결국 강도가 되고 만다. 분명 강도가 된 하인의 행동은 의로운 행동도 아니며 정당한 행동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한 행동이기에 우리는 무조건 덮어두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의롭고 정당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대한 의롭고 정당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이 완벽한 성인처럼 나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가며 의롭고 정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의롭고 정당하게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보다 의롭고 정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값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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