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사랑의 뒤안길 - 운영전 - 17세기 운영의 적극적인 사랑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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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거침없는 사랑의 뒤안길 - 운영전
- 17세기 운영의 적극적인 사랑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
창작연대의 설정
운영전의 창작연대설정문제는 이후에 전개되는 글의 전제 구실을 하게되는 중요요소이다. 그러므로 작품의 창작연대 상정문제는 세부적으로, 또한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할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골집으로 떠나는 막차가 단 몇 시간 뒤에 서서 나를 애태워 부르는 관계로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 보편적인 결론만을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운영전」은 작중인물 유영이 막 병화-임진왜란과 정유재란-를 겪은 수성궁을 만력 신축년(1601년, 선조 34년)에 돌아보고, 안평대군 시절의 궁녀 운영과 그녀의 애인 김진사의 혼령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되어 있는 만큼 1601년 이후의 작품임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작 연대의 하한선이다. 필자는 앞에서 「운영전」이 포함되어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심방요로기』가 「운영전」의 저작 연대 구명에 중요한 열쇠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말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1641년의 필사본으로 여겨지는 바, 현재로서는 이 연도가 그 하한선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 「운영전」은 박기석이 추정 박기석, 「‘운영전’ 재평가를 위한 예비적 고찰」, 『국어교육』37. 서울사대 국어교육연구회, 1980.
한 바와 같이 17세기 전반 곧 1601년-16041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고소설연구」 국어국문학회. 태학사. 1998.
거침없는 사랑. 궁녀 그리고 여자.
시대가 제시되었으니 본격적인 작품내부로의 탐색이 있으시겠다. 에헴.
전란이 끝나고 안평대군이 거처하는 수성궁에는 운영을 비롯한 열명의 궁녀가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안평대군에 의해 마치 새장 속의 새나 화원 속의 화초처럼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평대군의 부름으로 김진사가 궁에 오게되면서 김진사와 운영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무서운 감시와 엄격한 단속속에서 바깥사람들과의 만남은 물론, 바깥사람들이 궁녀의 이름만 알아도 그 죄를 죽음으로 씻으라 하는 안평대군의 유교적 보수성 앞에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란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다. 결국 거침없는 이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종결되지만 그 비극이 진실을 내포하고 있는 비극성이라는데, 즉 ‘비극의 진실성’을 표현하고 있다는데 운영전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이는 후에 논의하기로 하자.
김진사와 운영의 만남에서 죽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볼 때 단연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도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될 그녀의 적극적이고, 거침없는, 사랑을 쟁취하려는 행동성이다. 운영의 이러한 행동은 조선사회의 보수적 도덕윤리하에서 억압당하고 유린된 궁녀의 인권을 보상받기 위한 행위의 절규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있어 가장 본능적인 사랑에 대한 희구마저 철저히 차단당한채 젊디젊은 청춘의 생을 궁궐안에서 정을 억제하고 살아야 하는 비극적인 그녀들의 생애, 바로 자신들에 대한 탄원이며 이러한 사회적 관습에 대항하여 일어서려는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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