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들 - 낙타들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 비 장르 영화의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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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들 : 낙타들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 비 장르 영화의 경향.
드라마는 장르속에 포함되지 않지만, 흔히 드라마라고 구분되어지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람이 사는 모습을 담은 형태의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영화는 드라마로 결부될 수 있는데, 이러한 사람이 분류해 놓은 장르속에 편입되지 않는 영화들이 종종 있다. 그러한 영화 중, 필자는 ‘낙타들’을 분석하면서 구분되어진 장르속에 쉽게 편입되어지지 않는 영화의 경향과 흐름을 알아보고자 한다.
박기용 감독의 ‘낙타들’은 흑백디지털 영화로 카메라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형식과 내용의 조화, 그리고 실험적인 정신이 돋보였다는 이유로 각국 영화제 (로테르담, 베를린, 프리보그)에 초정되었다. 이 영화는 9,800만원의 저예산으로 50억원대에 육박하는 국내영화제작비의 새로운 대안으로서도 의미가 깊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박기용 감독은 ‘낙타들’ 을 연출하면서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았고, 대안적인(대안적 헐리우드)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서사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현실이 아니라 서사를 만드는 사람(작가)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관객) 모두에게 알려진 어떤 규칙이나 약호를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낙타들’은 일단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 재연의 방식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큐멘터리장르에서 많이 나오는 재현의 방식으로 이끌어 나간 것도 아니다.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고 호흡을 길게, 인물들의 분위기를 잡아내었다고 해서 리얼리즘의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의 움직임과 긴 호흡에는 분명히 연출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낙타들’은 현재의 사건을 배경(1박2일의 짧은 스토리 타임)으로 하며 이것을 보는 관객들, 특히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40,50대 관객들의 경험과 영화는 직접적으로 연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들, 호흡, 앵글은 그 둘의 심리를 그럴 듯하게 묘사하고 스케치 하듯이 그려냈으며, 각 인물들의 심리를 깊게 파고드는 느낌의 카메라 침입도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는 무엇일까. 화면 안에서 나오는 분위기, 즉 영화 프레임안에 미장센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들, 사운드(현장음을 그대로 사용), 조명(설정등을 이용한 낮은 조명), 배우의 연기(너무나 일상적인 대사와 대화), 카메라 앵글(그들을 관찰하는 듯한 f/s 위주의 앵글- 중간중간 도그마의 규칙들이 떠오르기도 했다)등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톤을 설명해준다. 이런 분위기를 선택한 연출의 의도를 가늠해 보자면 일단 내용적인 면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시나리오는 비장르 사실주의 서사영화 구조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럴듯한 플롯을 가지고 있지 않고, 느슨하다.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와 같이 체험한 세계를 탐험하거나 기록한 것 같은 느낌의 분위기도 자아내고 있다. 이런 구조와 형식은 굉장히 느슨한 이야기 안에서 인문들의 심리를 부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야기의 내용은 30대 여자와 40대 남자가 만나서 하루 동안 불륜을 하고 각자의 현실로 돌아간다는 간단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는 비단, 대사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것이 모두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심리상태라면 보이는 대로 일 것이다. 이 영화는 엄청난 사회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인물의 복잡한 심리상태나 욕망을 보여주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외로운 사람들끼리 하루 만나서 어설프게 즐기고 어설프게 일탈을 하고, 어색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영화 내내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 분위기를 분명히 연출을 했을 것이다. 남자의 1차원 적인 욕망(성욕)과 여자의 욕망(성욕과 함께 외로움을 공유하고 싶은)이 일치가 되는 거 같으면서도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연령대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가정, 직장등등)에 대한 미련이 개인적으로 내적갈등을 일으킨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재밌는 포인트 중에 하나는 개인적으로, 성별의 차이도 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잠시 동안은 감정적으로 또한 순간적으로(약하지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여자는 그 여자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놓지 않으려고 이성과 감정의 지점을 잘 지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잠자리를 한 후에도 느껴진다. 비약하자면 그런 것들이 그 시대의 한국여성이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여성의 욕망표출은 21세기가 되어서도 금기시 되어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들이나 그들의 현 생활들은 그들의 대사에서 담담하게 표현되고 현 사회의 중년층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한 부분을 보여 준다.
다음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의 의도에 대해서 알아보자. 앞에서 언급 했듯이 카메라는 움직임이 거의 없고 위치 역시 그들을 관찰하는 듯 한 느낌의 앵글이 자주 나왔다. 그 지점과 시점이 약간은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 둘의 심리를 카메라의 침투와 움직임으로 보여주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카메라는 감독(작가)의 설명적인 매개 없이도 의미를 기록해서 (의미를 기록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 말은 즉, 카메라의 시점이 3인칭이 되어 그들을 관찰하는 듯이 보여주고, 시공간적 연속성을 유지시켜 주며 각 시퀀스들을 카메라의 앵글(반복적인 프레임 구조)로서 통합했다는 느낌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시작과 끝은 차안에서 그들의 뒷모습만을 보여주는 수미상관의 형식이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촬영은 영화 전반적으로 호흡이 긴 롱 테이크로 이루어 졌는데 먼저 디지털 장비로 찍을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긴 호흡의 촬영 방식이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긴 호흡의 촬영방식은 선택했을까. 이 영화는 둘 사이의 침묵(마)이 많이 등장한다. 이 침묵은 1차원적으로, 그 인물들의 관계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어색한 관계를 리얼하게 잡아내고자 긴 호흡과 긴 텀을 요구했겠지만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혹은 감독 스스로가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그들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까지 침묵 안에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통 헐리우드영화나 상업영화에서는 배우들 간의 마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에서 등장하지 않는 장면만 골라서 찍었기 때문에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사나 분위기만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 감상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필요한 대사만 듣고, 필요한 장면만 본다. 마치 사진전을 감상하는 기분이며, 배우와 관객간의 계약적인 관계인 것처럼 느껴진다. 스크린 뒤에 벽이 있고 프레임 바깥부분에도 분명히 영화적인 요소와 미장센이 존재 하듯이 배우들의 연기와 침묵에는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카메라로 잡아냈고 그 분위기를 일정한 리듬과 호흡에 따라서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그 침묵과 긴 호흡의 카메라형식은 그들의 일상적인 외로움이 뿌리박혀 있는 것을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의 내면의 욕망이 침묵을 하는 동안 수많은 말들이 마음과 마음으로 오고갔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즉, 그 침묵과 긴 호흡의 카메라는 그들의 감정과 욕망을 영화적 언어로 표현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평균 5초만에 숏이 바뀌는 빠른 편집은 단순하게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표정, 대사, 행동)것들만 파악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마치 그들과 40년을 함께 해온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뿌리박힌 외로움과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한 욕구를 대사가 많지 않아도 그 침묵과 긴 호흡 그런 형식으로 낮게 갈아 앉는 공기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다음으로는 이 영화가 왜 디지털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흑백으로 작업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한 고민을 위해 잠깐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를 인용하겠다.
앙드레 바쟁 - ‘영화란 무엇인가’ 시각과 언어 제 2판 2001년.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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