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바이올렛을 읽고

신경숙, 그녀와의 재회가 이렇게 큰 깨달음을 줄줄은 몰랐다. 더 이상 그녀는 나에게 어려운 바이올렛이 아니었다. 물론 바이올렛과 풍금이 있던 자리가 못 쓴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평가를 할 자격과 능력이 나에게 없을뿐더러 단지 ‘엄마를 부탁해’를 모두 읽고 난 뒤에야 앞서서 읽었던 두 권의 책들 속에서 작가가 자기 자신과 어머니에 대해서 말 하고자 한 바를 조금은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누구나 살아계실 때

신경숙의 소설에선 처음부터 독자를 휘어잡아야 한다거나 도중에서 독자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나 잔 꾀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신경숙의 소설은 느릿느릿 사소하고 아름다운 것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한테까지 한 눈을 팔며 소요하듯 따라가게 만든다. 짜임새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쓴 것 같은 데 읽고 나면 바로 그 점이 이 작가만의 구성의 요였구나 싶어 못내 감탄을 하게 된다. 나에게 신경숙 문학의 매력은 식물이 주는 위안과

바이올렛」에서 오산이의 비극적 생애는 아버지의 부재, 버림받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며, 그녀가 극단적으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러나 신경숙의 가족은 가족구성원들과 도시 체험을 공유한 데서 얻어진 연대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신경숙이 이야기하는 모성이란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키는 대안으로써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의미를 가지므로 이를 기존의 평가대로 ‘모성’이나 ‘전통적 여성상’, ‘가족 이

신경숙의 글쓰기는 삶과 무관하게 지어낸 이야기여서는 곤란하겠다고 하듯이, 작가 삶의 이야기의 연속인 것이다. 이것은 그의 문체 속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문체는 따로 개발되고 생성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한테나, 심지어 글쓰기를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기 표현방식이 있다고 믿어요. 단지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아직 그것과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요. 습작은 나에게 가장 친숙하고, 내가 무슨 마음을 표현하고자 할 때 나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과 분위기에 따라 변하는 것이사람 마음이던가. 소소하고 자잘한 일상의 숨이 죽고 오직 밤하늘엔 흐린 달만 떠있는그리 맑지도 흐리지도 않는 밤에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고야 말았다.그리고서 오래 전에 보았던 친구들의 옛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비교해보았다.창가에 비친 턱없이 늙고 수척해진 얼굴이 나를 마주하고 있다.달이 수시로 모습을 바꾸는 것처럼 부침 많은 우리 삶에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