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혈의 누 에 나타난 근대의 육체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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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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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 인물의 특성을 대변하는 육체적 특징
2. 죽음에 대한 인식과 의존적 육체
3. 과학기술 - 의학에 대한 맹신과 그 차별적 적용
4. 아버지
-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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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의 누 에 나타난 근대의 육체 인식 -
들어가며
소설에 나타난 ‘사회전반의 분위기’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들 주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보편적 인식에 가까운 유사성을 갖는다. 따라서 ‘혈의 누’에 나타난 사회 전반의 분위기, 이미지는 이인직의 것이라기보다는 당대 보편적인, 특히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이리라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상은 서술자의 직접적 서술과, 보여주기, 그리고 무의식적인 단어의 선택 등에 따라서 드러난다. ‘신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이런 변화의 시기의 흔적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신소설에서 드러나는 육체에 대한 인식은 기존의 봉건적 질서와 육체적 질서가 충돌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라 말할 수 있다.
당대 사회에 나타난 육체인식 또한 그렇다. 근대의 접점에서 봉건적 유교 질서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바뀌던 혼란의 시기에는 ‘몸’을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상당히 변화한 것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육체 인식은 서양의 근대적 질서의 기본인 합리주의적, 과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논문과의 대조와 실제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당대인들의 육체 인식을 몇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1. 인물의 특성을 대변하는 육체적 특징
과거의 전통적 인물들의 특성이 신분이나 직업, 직책 같은 상징적 가치들로부터 만들어졌다면, ‘혈의 누’는 겉모습 - 육체적 특징에 기반하여 인물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논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더 이상 복식 같은 상징적인 지표로 신분을 구별할 수 없게 된 당대의 사회상을 대변한다. 이러한 특성은 신소설의 인물의 정체성을 외양적 특성의 묘사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소설이 희곡과의 장르적 구분이 모호하던 시기에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양식이라는 점에서, 연극의 등장인물이 육체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을 통해 자신이 누군가를 알려주듯이 신소설은 희곡의 ‘보여주기’ 기법을 통해 인물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
평양성의 모란봉에 떨어지는 저녁 볕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저 햇빛을 붙들어 매고 싶은 마음에 붙들어 매지는 못하고 숨이 턱에 닿은 듯이 갈팡질팡하는 한 부인이 나이 삼십이 될락말락하고, 얼굴은 분을 따고 넣은 듯이 흰 얼굴이나 인정 없이 뜨겁게 내리쪼이는 가을 볕에 얼굴이 익어서 선앵둣빛이 되고, 걸음걸이는 허둥지둥하는데 옷은 흘러내려서 젖가슴이 다 드러나고 치맛자락은 땅에 질질 끌려서 걸음을 걷는 대로 치마가 밟히니, 그 부인은 아무리 급한 걸음걸이를 하더라도 멀리 가지도 못하고 허둥거리기만 한다.
분을 따고 넣은 듯한 흰 얼굴이란 묘사는 본디 신분이 미천하지 않음을 독자로 하여금 유추하게 한다. 그러나 그 얼굴이 익어서 선앵둣빛이 되고 옷차림은 흐트러졌으며 몸가짐은 불안정하다는 묘사는 그녀에게 어떤 불행한 사건이 진행 중임을 독자들에게 암시한다.
옥련이 일본에서 만나게 되는 정상 부인에 대한 묘사를 보자.
부인의 나인 삼십이 될락말락하니 옥련의 모친과 정동갑이나 아닌지, 연기는 옥련의 모친과 그렇게 같으나 생긴 모양은 옥련의 모친과 반대만 되었다. 옥련의 모친은 눈에 애겨가 있더라. 정상 부인은 눈에 살기만 들었더라. 옥련의 모친은 얼굴이 희고 도화색을 띠었더니 정상 부인의 얼굴이 희기는 하나 청기가 돈다, 얌전도 하고 쌀쌀도 한데, 군의의 편지를 받아 보면서 옥련이를 흘끔흘끔 보다가 병정더러 무슨 말도 하는 것은 옥련의 마음에는 모두 내 말 하거니 하고 단정히 앉았는데 병정은 할 말 다 하였는지 작별하고 나가고, 옥련이만 정상 군의의 집에 혼자 떨어져 있으니 옥련이가 새로이 생소하고 비편한 마음뿐이라.
위에서는 정상 부인을 옥련의 모친과 반대이며, 눈에 살기가 들었다고 묘사해 악역임을 암시하면서도, ‘희기는 하나 청기가 돈다.’, ‘얌전도 하고 쌀쌀도 하다’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나타내 그녀가 단선적이거나 진부하지 않고 입체적이며 개성적인 캐릭터임을 드러낸다.
또, 미국에 처음 도착해 서양인의 모습을 옥련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옥련의 키로 둘을 포개 세워도 치어다볼 듯한 키 큰 부인이 얼굴에는 새그물 같은 것을 쓰고 무 밑둥같이 깨끗한 어린아이를 앞세우고 지나가다가 옥련의 말하는 소리 듣고 무엇이라 대답하는지, 서생과 옥련의 귀에는 바바…… 하는 소리 같고 말하는 소리 같지는 아니한지라.’
라고 묘사하며 외국문화와 인종에 처음 접한 옥련의 심정을 그들의 판이하게 다른 겉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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