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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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전후 1950년대 사회는 뚜렷한 방향성을 상실한 채 혼란에 빠져있었다. 또한 남·북 전쟁은 개인의 삶을 뿌리 채 흔들어 놓는 결과를 낳았고 표적을 상실한 채 목적성을 잃고 비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만들었다. 이에 오발탄은 전쟁 당시 무심결에 쏜 총알 한 발로 인해 1950년대 아픔과 시련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철호와 영호, 아내, 어머니에게 나타나는 문제들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모순이라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철호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목적성을 상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피로 변해 버린 잉크와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을 보는 정신분열증과 같은 모습에서 생각과 오감이 빗나가는 오발탄이 발사된 것이다. 그리고 이 오발탄은 전후 남한에서 쏘아진 것이 아니라, 이미 전쟁 중 고향을 상실한 그 순간 총성을 울린 것이다. 철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오발탄처럼 보인다. 딸의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이 송장처럼 보이고, 아내의 모습은 동물처럼 보이게 된다. 이는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내부적 갈등과 고향 상실 후 괴물로 변해버린 자아의 외부적 갈등으로 인해 생겨난 사고이다. 즉 이러한 사고의 결핍은 내부와 외부에서 오는 전후 오발탄의 충격 때문이다. 철호가 사회를 보는 시각은 언제나 판잣집에서 시작된다. 어둔운 밤거리를 밝히는 타락과 부패의 네온사인 밑에서 50년대 사회를 즐기지 못하고 이질적인 시선을 보내며, 그러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도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절호의 오발탄은 총구에서 발사된 순간 힘을 잃고 흙 속으로 묻혀버린 총알이다.
영호는 1950년대 현실을 직시하고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 블랙홀 속으로 뛰어든 인물이다. 넥타이를 매고, 양담배를 피는 보습에서 가장 시대에 걸 맞는 인물이라 할 수 있지만 반면에 시대적 오류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도덕과 법률, 양심이 통하지 않는 부조리한 사회라고 해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존재한다. 하지만 영호는 그것 자체도 부정하고 있다. 만약 최소한의 법률과 양심을 지켰다면 50년대만이 인정하는 성공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야릇한 웃음을 통해 혈육의 생각과 사회의 모습을 부정하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오발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호는 내면으로는 이렇게 변해가는 자신과 가족들의 모습에 씁쓸해 하고, 멈출 수 없는 자동차와 같은 자신의 행동에 고통스러워한다. 영호의 눈물과 긴 한숨, 권총 강도로 변해버린 그의 모습에서 억누르고 있었던 슬픔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영호가 형에게 주장한 용기는 표적이라는 목적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막무가내 도전이다. 이미 이탈한 오발탄은 역주행하여 표적을 맞출 수 없고 외로이 끝까지 날아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호의 총알은 무거운 총성과 함께 발사되었지만 역시 표적을 이탈한 채 방향을 상실했고 결국은 50년대라는 강철을 뚫지 못하고 좌절한 것이다.
철호와 영호의 갈등은 ‘신발에 발을 맞출 것인가?’, ‘발에 신발을 맞출 것인가?’하는 문제에서 시작된다. 즉 ‘분에 맞게 살 것인가?’, ‘운명의 굴레를 벗어날 것인가?’하는 생각의 차이 때문인데 이는 당대 사회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잘 살아보기 위해 뛰쳐나왔지만 현실은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고, 사회에서는 그들을 쓰레기처럼 여기고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판잣집 동네에서 네온사인의 거리로 내려왔고, 월남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현실과 꿈에서 뜻 모를 ‘가자, 가자’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어머니의 모습은 분단의 상처로 인한 고향의 상실이라는 선물을 지닌 50년대 어머니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하지만 오발탄의 어머니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순수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삶에 대한 아쉬움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오발탄의 어머니는 후자에 가깝게 느껴지는데, 고향의 이미지를 상상하기 보다는 지주로 홍치마를 입던 시절만 떠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어머니와 아들의 오발탄의 대비는 전통적 생활의식과 현실의 모습의 대비로 이어진다. 어머니는 전쟁전의 모습으로 회귀를 아들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면 현실의 안주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도 아리다운 숙녀 시절을 근본적으로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내의 오발탄도 근본적으로 모순된 50년대 사회의 부조리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두 아들과 남편을 사회에서 받아주고, 이로 인해 그들은 해방촌에서 해방 시켜줄 수 만 있었다면 그들의 오발탄은 발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50년대 사회에 존재한 ‘자유의 허상’이 그들을 속이지 않았다면 그들의 삶의 공간은 판잣집의 윗방과 아랫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명숙이는 양공주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는 것처럼 숙명처럼 여긴다. 그리고 그 원망의 화살은 50년대 사회를 만든 전쟁에게 돌아간다. 이처럼 그녀들의 화살을 언제 갈지 모르는 어머니의 말처럼 평생 어디에도 착지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오발탄과 같다.
이들의 오발탄은 한 가정 내에서도 한 발은 흙바닥으로, 한 발은 철판으로, 한 발은 떠돌이로 각자의 방향으로 쏘아졌다. 그리고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오발탄은 전쟁과 전후 50년대라는 사회적 오발탄에서 시작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딸아이의 오발탄은 어떤 것인가? 먼저 딸애는 오발탄을 지니고 있지 않다. 전쟁에 대한 아픔과 시대의 고통을 느껴보지 못한 순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철호가 아니라 딸아이 이다. 영호가 사준 50년대 물질의 상징인 ‘신발’은 딸아이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물건이다. 그리고 딸아이는 신발에 편집증적인 애정을 쏟으면서 50년대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철호와 아내는 딸아이에게 만큼은 자신들의 시대적 고통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신발에 대한 애정을 저지하지 않는다. 즉 오발탄은 시대적 아픔을 지닌 자들의 고통과 그렇지 않는 자의 순수를 대비시키면서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패, 빈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오발탄과 같은 존재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을 보내지 않는다. 오발탄과 같은 존재에게 걸린 하루는 택시기사가 첫 손님을 여자로 태운 것을 불운이라 느끼는 사회의 관념처럼 여기고 있다. 또한 사회는 신호등의 파란불처럼 열심히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가는 동안에도 오발탄들의 아픔은 보지 않고 오히려 상처를 주려하고 끝까지 그들은 상처를 받는다.
오발탄은 빗나감, 어긋남, 표적(목적)의 상실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살펴본 인물들도 전쟁과 당대사회의 고통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는 어긋나고 시대를 살아가는 목적을 상실한 채 오발탄이 되었다. 그리고 오발탄의 철호는 충치라는 병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평소에는 고통이 드러나지 않지만, 아내의 죽음과 영호의 수감으로 인해 찾아오기 시작한다. 즉, 행복은 하나하나씩 인간에게 찾아옴으로써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지만 고통이라는 것은 한 번에 닥쳐옴으로써 인간을 파멸시키기도 한다. 철호 역시 전쟁과 50년대 사회의 고통에 충치가 함께 닥쳐옴으로써 끝내는 좌절하고 만다. 어쩌면 참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참이 되는 시대에서 표적에 정확이 명중하는 탄알이 올바르고 바른 것이 아니라 영호의 오발탄처럼 어긋난 것이 진리일지 모른다.
오발탄의 아픔은 전후 50년대를 살아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가의 흥망이 닥치는 순간, 뉴스에 상류층의 비리가 고발되는 순간 각 지역의 판잣집,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오발탄이 생긴다. 자신의 계급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언제나 좌절하는 자들은 표적을 정확이 겨냥하지 못 한 것이 아니다. 시대가 그들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의 아픔을 지닌 자들은 자신의 오발탄이 멈추는 순간만을 기다리지 말고 서로의 오발탄이 날아간 방향을 일러주면서 개인과 개인, 사회와 개인이 화합하는 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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