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사람을 일깨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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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사람을 일깨우는가
1. 죽음 앞에서
만약 우리가 자기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어떠한 행동을 취할까?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초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루게릭 병 때문에 죽어간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던 모리 교수는 죽음이란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는 자기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다고 말했다. (미치 앨봄,『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2007년, 110쪽) 그는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반성했고,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달은 채 최후를 맞이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에서도 항상 자살을 통해 죽기만을 꿈꿔오던 베로니카가 자신이 진짜 죽는다는 진단을 받은 후에,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책에서도 보았듯이, 사람들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곧 죽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과연 모든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초연해져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2. 늙어간다는 것, 죽어간다는 것
우리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입할 때나 대학교를 나와 사회인이 될 때,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면 우리는 부푼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을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죽음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 했던 세계와 전혀 다른 것으로, 그 어느 누구도 죽음 이후의 세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물론,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공포로서 인식하게 되고, 자신도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부인하게 된다. 죽음은 우리가 늙어가면서 맞이하는 최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 자신이 늙어간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오래 살기 위하여 돈을 내면 오래 살게 해주겠다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말에 현혹되어 가산을 탕진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돈을 내면 오래 살게 해주겠다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말에 현혹되어 자신이 지금껏 모은 재산의 일부를 그 종교 재단에 내어줬었다. 하지만 그 분은 그토록 의지하였던 종교로부터 돈을 주고 산 영원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자연의 순리대로 결국 돌아가셨다. 게다가 사이비 종교에 바친 돈은 어디에 쓰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 집단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든 죽음을 피해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을 채우길 원한다.
한편 성취와 경쟁 지향적인 힘을 중심으로 살아온 남성들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능력이 감퇴한다는 것, 특히 성적 능력이 감퇴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젊음이 곧 힘이고 생산성이기 때문에, 젊음의 상실은 생산성이 저하되고 힘을 잃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 이는 남성들에게 불안을 야기하고 스트레스가 되어, 남성들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여성과의 성적 합일을 통하여 젊음을 유지하거나 회복하고 싶다는 무의식적 환상으로 도피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정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그로 인한 강장제 문화 그리고 소위 원조교제나 젊은 여성들과의 성적 관계를 통한 젊음의 과시라는 이상한 성문화가 점차 확산되어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정석환,『목회상담학 연구』,한국학술정보, 2007년)
일부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지나치게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건강염려증’에 걸리기도 한다. 건강염려증이란 사소한 신체적 증세 또는 감각을 심각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려있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고, 여기에 몰두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사람들은 자신에게 심각한 질병이 있는데, 아직 그것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믿으며, 검사 결과가 정상이거나, 또 의사가 괜찮다고 해도 자신은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다는 생각에 계속 집착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죽었거나 중병을 앓았다든지, 환자 자신이 큰 병을 앓든지 하여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나타나기 쉽다고 한다. 이러한 건강염려증은 사람들로 하여금 의사가 처방하지도 않은 약을 필요 이상으로 복용하게 하고, 몸에 좋다는 것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게 만드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보낼 것이다.
이렇듯 어떤 사람들은 늙는다는 것, 결국 죽는다는 것을 외면한 채 살아간다. 죽음이 자연의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으려 애쓰다 세상을 떠난다. 우리는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 속 많은 단어 중 하나 일뿐,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이러한 주제를 접했을 땐, ‘죽음이 당연히 사람을 일깨우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3. 일깨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일깨우는 것이란 무엇일까? 일깨운다는 것의 사전적 의미로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이희승 감수,『민중 엣센스 국어사전』,민중서림, 1996년) 내가 생각하기에 일깨운다는 것은 자신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아니면 자신이 그동안 부정해오던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 생각 속에서만 그치지 않고, 삶 그 자체에 영향을 주어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베로니카의 경우에도 항상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어 지겹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죽기로 결심하였었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에 진정 죽음이 있다고 깨달은 순간, 그녀의 삶에 대한 자세가 바뀌어 하루하루를 소중한 선물로 여기게 되었다. (파울로 코엘료,『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2007년)
4. 죽음은 사람을 일깨우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실감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막연한 미래의 일로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자신이 죽음 앞에 직면했을 때 자신이 삶에 대한 진가를 모두 깨닫고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앞에서 열거한 죽음을 부인하는 여러 가지의 무의식적 행동양식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하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과연 죽음이 모든 사람을 일깨운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죽음을 받아들이든지 그것을 거부하든지,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가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죽음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죽음은 자신을 일깨우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죽음을 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에게 죽음은 그저 삶을 허망하게 만들 뿐이므로 삶에 더 집착하게 만든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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