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민속의상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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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내용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역사적 인연이 깊은 만큼 그 우여곡절도 길다. 많은 영향 관계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 양국은 각각 판이하게 다른 발전상과 문화적 이질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계적인 경제 대국, 2002년 월드컵, 대중문화 개방, 35년 식민통치.... 때론 문화를, 때론 전쟁을 매개로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 왔고, 지난 시절의 감정들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강한 반감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대국으로서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이 가로 놓여있다. 역사·지리·문화적으로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밀접한 일본이지만, 일본에 가보면 처음에는 분명히 다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점과 사고 방식, 문화, 습관 등등의 많은 차이점 때문에 놀라게 된다. 여기서는 우리의 한복과 일본전통 의상인 기모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한복은 쭉 뻗은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조화를 이룬 우리 나라의 전통 의상이다. 여성은 짧은 저고리와 넉넉한 치마로 우아한 멋을 풍겼으며, 남성은 바지저고리를 기본으로 조끼와 마고자로 멋을 냈다. 백의민족답게 기본색은 흰색이었으며 계절에 따라, 신분에 따라 입는 예법이나 소재, 색상이 모두 달랐다. 결혼과 같은 특별한 예식에는 평민들도 귀족이 입는 화려한 빛깔의 옷과 장신구로 한껏 멋을 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한복의 장점에 실용성을 가미한 개량 한복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복은 둥글고, 조용하고, 한국의 얼을 담고 있다. 실크나 면, 모시로 주로 만들어졌으며, 고름의 색상이나 소매통 색상이 여자의 신분을 나타낸다. 또한 나이와 사회적 지위, 계절에 따라 색상에 변화를 줄뿐 옷의 모양은 시골 아낙이나 대통령부인이나 모두 똑같다. 18m의 원단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입기 쉬운 점이 한복의 장점이다. 그리고 명절과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주로 입혀진다. 우리의 한복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전통의상은 「和服(わふく)」라고 해서 구별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옷을 가리켜 기모노라고 한다. 이 기모노는 원피스형의 「長着(ながぎ)」와 그 위에 덧입은 짧은 「羽織(はおり)」, 그리고 허리띠에 해당하는 「帶(おび)」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서 볼 만한 것은 허리에 감아 등에 보따리처럼 묶고 다니는「帶(おび)」이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 쓸모 없는 것 같은 이 띠는 작은 일본인의 체구를 상하로 나누는 악센트 구실을 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또, 성(性)문화가 독특한 일본에서 옛날 여인들이 요 대신 이 「帶(おび)」를 사용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자주 접하기는 힘들어졌지만 아직도 설날(お正月;おしょうがつ)이나 결혼식(結婚式;けっこんしき),성인식(成人式;せいじんしき) 등 각종 전통 행사에는 다채로운 색깔과 문양의 기모노를 차려입은 여성들로 북적댄다. "기모노"는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평상복으로 입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나(부인 및 노인층) 지금은 평상으로 입는 사람이 거의 없다. 활동적이지 못하고 입는 방법이 복잡하여 바쁜 현대 생활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성인식이나 결혼식·설날·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만 입는 것으로 됐다. 한 나라의 민속 의상은 그 옷을 만들어 낸 풍토와 어우러지면 그 어느 옷보다 아름답다. 치마저고리와 기모노 두 나라 옷은 다 아름답다. 의상학적으로도 소매가 몸체와 직선으로 연결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허리의 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춘다는 것도 닮아 있다. 그러나 흐트러짐 없이 절제된 긴장으로 몸을 감싸는 일본 여인의 기모노와 달리 한국의 치마저고리는 자유로움과 여유를 그 기본으로 한다. 그 옷의 선이 흘러가는 것을 보아도 선명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수직 수평의 직선을 기본으로 하는 기모노와는 달리 치마저고리는 자유로운 곡선이다. 그리고 체형을 드러내지 않게 풍성한 양감으로 몸을 감싼다. 한복의 아름다움의 하나이다. 외씨 버선발이 드러날 듯 치마폭을 차면서 대청마루 위를 끌릴 듯이 나아가는 스란치마의 아름다움은 여인들의 품격이며 고아함이다. 한복과 비교할 기모노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걸음걸이를 부자연스럽게 할만큼 몸을 감싸는 옷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몸에 붙인 옷에 또 오비로 허리를 조여 붙인다. 그러나 한복은 옷을 몸에 감싸지 않는다. 젖가슴 밑에서부터 여유 있게 퍼져 나가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치마의 풍성함과 기모노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젖가슴 위를 감싸서 입는다고는 하지만 치마저고리는 무엇보다도 몸을 압박하지 않는 옷이다. 그러므로 앉는 자세도 그 넓은 치마폭 안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기모노는 다르다. 붙일 수 있는 한 몸에 꽉 붙여 입기 때문에, 몸을 조이고 숨막히게 한다. 입는 사람의 자제를 요구하는 옷이다. 한복의 헐렁함과 여유가 자유를 지향한다면 기모노는 입는 사람의 긴장과 자제를 필요로 하는 옷이다. 그렇지만, 기모노에도 그 팽팽한 긴장감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있다.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 입는 "후리소데(길고 넓게 옷소매를 늘어뜨린 기모노)"가 그것이다. 물건을 넣기도 하는 "다모토(소매)"가 길게 늘어져서 장식적인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이것도 다만 소매의 변형일 뿐 몸을 조이기는 마찬가지다. 풍성함을 넘어서서 한복은 사이즈로 보자면 프리 사이즈이다. 키만 어중간히 맞으면 입을 수 있는 옷이 한복이다. 누구나가 명절 때나 겨우 입어 보는, 자기가 갖고 있는 한복을 보아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복 바지는 입는 사람 말고 또 한 사람이 들어와도 충분하게 허리며 바지통이 넓다. 그러므로 그걸 언제나 접어서 허리띠로 묶어서 입어야 한다. 옷의 품(폭)만이 이렇게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길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발에 밟히는 바지를 올려서 대님을 매어 입는다. 이처럼 노동과 무관하게, 비활동적인 옷이 있을 수 없다. 이 옷을 입고 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정도이다. 바지저고리의 이 풍성한 여유는 역으로 활동적인 기능을 그만큼 제한하고 있다. 기모노는 몸에 옷을 붙이는 것만이 아니다. 옷의 밑 가장자리를 접어 넣어 무게를 줌으로서 옷의 선을 아래로 향하게 한다. 옷의 모든 선이 직각에 가깝게 바닥을 향하고 있다. 몸에 조여 붙이면서 어깨와 히프의 폭을 따라 직선으로 흘러내리는 기모노의 선은 그렇게 땅으로 향한다. 이 모습은 입은 사람을 보다 꼿꼿이 선 느낌이 들게 하면서 지면(地面)과 옷을 직각으로 만나게 한다. 긴장감이나 단정한 느낌은 여기서 온다. 땅을 향한 옷인 것이다. 그러나 한복은 땅과 직각으로 만나는 옷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 옷이다. 한복은 무엇보다도 흩날리는 옷이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몸에 붙여 입어야 하는 기모노는 바람이 불어도 날리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한복은 다르다. 그 풍성한 치마폭이 바람에 쏠리고 옷고름이 날린다. 여자의 옷만이 아니다. 두루마기 자락을 날리며 표표히 걸어가는 우리 선조들의 모습은 날아갈 듯싶은 갓 밑으로는 갓끈이 날린다. 상승 지향, 즉 하늘을 향한 옷인 것이다. 일본의 옷이 착지성이라면 한국의 옷은 향일성이다. 같은 농경민이었으면서도 섬나라라는 일본인의 고립과 그 땅에 대한 집착이 옷의 형태를 그렇게 만들게 했다면 한국인은 반도에서의 사이에서 언제나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다. 침략의 통로이기도 했지만, 대륙으로 향하는 길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가능성일 수 있었다. 일본의 전통의상인 기모노의 역사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 보면, 3세기경부터라고 할 수 있다. 벌써 이 때부터 중국의 역사책에 일본의 기모노에 대해 쓰여 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일본 사람들은 큰 천에 구멍을 뚫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고 있었다. 그리고 3세기부터 7세기까지의 토룡인형(옛날 귀인의 묘 주위에 묻었던 사람이나 동물의 상) 여러 가지 투피스 형식의 옷을 입고 있는데, 이것이 당시의 일본 사람들이 입었던 옷인 "하카마"라고 한다. 그리고 8세기초엔 관리들이 입던 복장이 법률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 옷의 모양이 옛날우리나라나 중국의 옷과 비슷하다고 한다. 헤이안 시대의 일본 궁정의 부인들은 아름다운 옷들을 많이 겹쳐서 입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쥬니히토에"라고 한다. 그리고 카마쿠라 시대 경부터 속옷인 "코소데"를 평상복으로 입었다고 한다. 이 "코소데"는 그 이후에는 소매가 좁은 평상복이나, 아니면 소매가 넓은 예복 안에 받쳐입게 되었다. 또, 무로마치 시대에는 정식복장으로 "코소데"를 입었다고 한다. 여기서 이게 더욱 발전한 것이 기모노이다. 이렇게 기모노는 발전되어 가면서 일본 사람들의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고, 또 일본 특유의 기후에도 맞게 바뀌었다. 그렇지만 소매와 옷자락이 길어서 평상시에 입기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우리도 "한복"이라는 고유의 옷이 있지만 평상시에 생활하면서는 그다지 잘 입지는 않듯 이것과 마찬가지로 일본고유의 "기모노"도 특별한 날에만 입고, 평상시엔 양복을 입는다 .우리의 한복과 기모노... 어떻게 보면 많이 닮아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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