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서 돈에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분류 요약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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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비문자문화적 사회와 일찍이 전례가 없었을 만큼 밀접히 접촉하게 되었으므로 입으로 하는 말과 글로 씌어진 말의 커다란 성격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부족민에게 편지가 오면, 글자를 읽을 줄 아는 한 남자가 리더격이 되어 다른 멤버를 위해 글을 읽어준다. 그는 그들 편지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않도록 손으로 자기의 귀를 막고 큰소리로 읽어 주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표음 문자가 갖는 시각의 강조성에 의해 함양된 프라이버시의 가치를 중명하는 흥미있는 사례다. 이와같이 하나의 감각을 분리시키는 것과 집단으로부터 개인을 분리시키는 것은 표음 누자의 영향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다. 구어는 개인주의를 확대시키거나 증폭시키지 않는다.
우리의 여러 감각과 신경을 지구의 모든 지역에 걸쳐 확장한 이 새로운 전기 테크놀로지는 언어의 미래에 대해 광범한 함의를 품고 있다. 디지털 컴퓨터가 숫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전기 테크놀로지는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기는 의식의 표현 자체를 전 세계적인 규모로, 전혀 말로 나타내지 않고 확장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집합체적 지각의 상태는 인간의 언어 이전의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확장을 위한 테크놀로지인 언어는 분할하고 분리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터이지만, 이 언어는 인간이 그것을 이용해 최고의 천계를 측정하려고 생각한 ‘바벨의 탑’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컴퓨터는 모든 기호 또는 언어를 다른 기호 또는 언어로 순간적으로 번역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간단히 말한다면, 컴퓨터는 테크놀로지에 의하여 만물의 이해와 통일이 가능해지는 천계가 될 것 같다. 다음의 논리적 단계는 언어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우주의식에 도달하려는 단계이며 그것은 아마 베르그송이 꿈꾼 잡합체적 무의식과 꼭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무게 없는’ 상태는 집단적 조화와 평화의 영속성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스피치 없는 상태와 대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빌론, 마야, 중국 문화에 사용되어 온 그림문자와 상형문자는 인간 경험의 축적과 재경험을 쉽게 하기 위하여 시각을 확장한 것이다. 이들 모든 형태는 구술적의미에 시각적 표현을 부여한다. 따라서 이들은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것으로서 사회 활동의 무한한 자료와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엄청난 기호를 필요로하며, 극도로 다루기 힘든 것이다. 이에 비하여 표음 알파벳은 근소한 문자에 의하여 모든 언어를 망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로서 어의적, 극적인 의미와, 기호와 소리가 분리되었다. 다른 어떤 문제 체계도 이와 같은 성과를 올릴수는 없었다.
표음 알파벳의 특징인 이 시각과 소리와 의미의 분리는 당연히 사회적 심리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다. 루소가 훨씬 전에 말한 것처럼, 문자문화의 인간은 상상적, 정서적, 감각적, 생활의 분리를 겪어야 한다. 오늘날 로렌스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전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문자문화적 인간을 앞지르려는 20세기의 노력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인은 알파벳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내면적인 감수성의 대부분을 놓치고 말았으나, 한편 자기 자신을 당파와 가족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개인이 자유로이 출세도 할 수 있었던 것은 고대의 군대 생활 가운데서 이미 볼 수 있었다. 공화제 로마시대에서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재능에 의하여 자유로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 당시 새로운 문자문화는 동질적이고 유연한 환경을 만들어냈는데, 그러한 환경 속에서 무장한 집단과 야심있는 개인은 똑같은 자격으로 이동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것이었고 실제로 가능한 것이었다.
메시지가 메신저보다 빨리 도착하게 된 것은 전신이 등장한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도로와 글로 씌어진 말은 서로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었다. 전신의 등장과 함께 정보는 돌과 파피루스 등의 고체로부터 분리되었다. 그것은 마치 돈이 짐승의 가죽과 금괴와 금속으로부터 분리되어 마지막에는 종이가 된것과 비슷하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은 전기시대에 정보활동이란 뜻을 갖기 이전에도 이미 도로와 교량, 항로와 하천, 운하 등과 관련하여 널리 사용되어 왔다. 전기시대의 특질을 밝히자면, 먼저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운반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운반이 전기적 수단에 의하여 어떻게 정보로 옮겨 갔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무릇 은유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메타와 페레인, 즉 저쪽으로 나르다. 혹은 운반하다라는 말에 연유된다. 이책에서는 모든 형태의 물품이나 정보의 운반을 모두 메타포나 교환으로서 논하기로 한다. 운반형태에는 단지 나른다는 것 뿐만 아니라,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그리고 그 메시지를 바꾸어 옮기고 또한 형태를 바꾸는 것도 포함 된다. 모든 미디어, 즉 인간의 확장을 이용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감각사이의 배분비율이 바뀌듯이 인간의 상호 관계의 형태가 바뀌어 간다.
정보 이동의 속도가 여러 가지로 달라지면, 조직 속에 다종 다양한 패턴이 생긴다. 따라서 정보이동의 모든 새로운 수단은 어떤 힘의 구조에 대해서도 변화를 준다고 할 수있다. 새롱누 수단이 동시에어디에서나 가능하다고 한다면, 조직은 무너지지 않고 변화할 가능성이 생긴다. 비행기 여행과 육상 여행, 전화와 타이프라이터처럼 속도에 큰 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조직의 내부에 중대한 상극이 생긴다. 현대의 대도시는 이와 같은 상극의 테스트 케이스가 되고 있다. 만약에 속도가 전면적으로 동질인 경우에는 반항도 붕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쇄에 의하여 동질적인 정치 통일이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대 로마에서는 부족 촌락의 불투명성을 깨뜨리는 것, 혹은 그 비연속성을 약화시키는 것은 가벼운 종이에 쓴 사본뿐이었다. 종이의 공급이 끊어지자, 마치 우리가 사는 시대에 휘발류 배급이 끊어진 것처럼 도로는 텅텅 비게 되었다. 이리하여 옛날의 도시국가가 부활하고, 다시금 봉건제도가 공화제도로 대치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산수가 기계학 물리학 기하학 등을 인계 받을수 있었던 것은 미적분학 때문이었다. 무한이기는 하지만, 연속적이고 획일적인 과정이라는 개념은 구텐베르크의 활자테크놀로지의 기반이며, 이것이야말로 미적분의 등장을 초래한 개념인 것이다. 무한의 과정과 순수수학 및 응용수학을 추방하는 것은 피타고라스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즉 획일적이고 선적이며 반복성을 지닌 세분화의 테크놀로지인 인쇄매체를 추방하면 근대 수학은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한하고, 획일적인 과정을 하나의 원주의 길이를 알기 위하여 적용하려고 한다면, 그 원주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의 변의 수를 연속적으로 늘리면 된다.. 이리하여 원주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이 한도에 달하였을 때 그 원주의 길이는 그때 내접한 정다각형의 변의 길이의 총합이 된다. 이리하여 물체의 부피를 측정할 때, 그 물체가 밀어내는 액체를 재는 묵은 방법은 미적분에 의한 추상적이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대치 시킬수 있는 것이다. 길이의 개념에 관한 여러 원리는 면적, 체적, 질량, 회전우력, 압력, 힘, 중압, 치우침, 속도, 가속도 등의 관념에도 적용된다.
무한히 세분화된 작용을 갖는 이 마술은, 비대칭의 것, 위어진 것, 울퉁불퉁한 것, 비시각적인 것 등 전부를 시각적으로 평탄하고 직선적이며, 획일적으로 만드는 수단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표음 알파벳은 그보다 몇 세기 전에 야만인이 가지고 있었던 비연속적인 문화를 침식하여, 꾸불꾸불하고 뭉툭한 특성을, 서구세계의 시각적 문화가 특징으로 삼는 획일성으로 바꾸어놓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합리적 행활의 규범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 획일성과 연속성과 시각적 질서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즉시적이고, 시각이욍의 여라 감각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이 전기시대에 우리는 도대체 합리적이라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조차도 생각한 것이 없으며, 또한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합리성을 어떻게 규정하면 좋은지도 모르면서 당혹해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의복이 우리의 체온과 에너지를 축적하고 조정하기 위한 피부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면, 집은 가족, 혹은 집단을 위하여 같은 목적을 공동으로 실현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몸을 두는 장소로서의 집은 우리 육체의 체온 조절기구의 확장, 즉 집합체로서의 피부 혹은 의복이다. 그리고 도시는 대집단의 요구에 응하기 위한 여러 육체기관의 진보된 확장이다. 최근에 이르러 과선의 개발은 광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저 광선은 강화된 방사에 의한 광선의 증폭이다. 방사 에너지의 집중에 의하여 광선에 새로운 성질이 부여되었다. 레이저 광선은 말하자면, 광선을 두껍게 하여 라디오 전파처럼 변조시켜 인포메이션을 운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강도가 크므로 단일의 레이저 광선이 미국의 모든 라디오, 텔레비전의 전파를 운반할수 있을 정도이다. 이 광선은 시각으로 포착할 수 없으므로 살인 광선처럼 군사적인 목적에 이용될지도 모른다.
금전에 대한 콤플렉스와 인간의 신체와의 관계라는 테마는 현대에 있어서 정신분석 이론의 중핵을 이루는 것이다. 어느 정신분석 학자들이 화폐라는 것은 인간이 유아기에 배설물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충동에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축재는 군중과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으므로 화폐는 그 하나의 특징으로서 자연스럽게 추상적인 숫자를 지향한다. 그리고 군중의 심리적인 패턴과, 부의 축적의 패턴은 극히 가까운 데가 있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에게서 볼수 있는 기초적인 역학은 급속하고 무한한 증대에의 충동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활발한 이와 같은 힘이 부, 혹은 재화의 특색이기도 하다. 사실 현대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재화의 단위는 백만이다. 이것은 어떤 형의 통화에도 적용될 수 있는 단위이다. 백만이라는 숫자는 투기에 의하여 일확천금을 노리는 하나의 목표가 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카네티는 히틀러의 연설에 수가 차차 증대되어 가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야망이 얼마나 뚜렷이 나타나 있는 가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무리나 돈더미는 모두 증대를 향하여 움직이지만, 또한 그것들ㅇ느 분열과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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