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처벌 법안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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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학교폭력’이다. 일진회가 조폭 뺨친다, 학교폭력 갈 데까지 갔다, 일진회는 폭력을 놀이로 여긴다 등 선정적인 보도가 연일 꼬리를 물고 있다. 그야말로 학교는 갈 곳이 못되는 흉포한 공간이,‘요즘 아이들’은 도매 급으로 몹쓸 인간이 돼 버렸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떠들썩한 진단과 과잉 대책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작 주인공인 청소년의 의견을 들어보기나 한건지 심히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잊혀지고 있는 것은 학교폭력의 진정한 원인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당국과 언론이 꼽는 것은 물질만능주의, 향락주의, 유해문화, 가해자의 가정환경, 가해자의 정서 장애 등이다. 그런데 이들은 다른 원인으로부터 비롯된 현상들에 불과한 것이지 본질은 아니다. 폭력 가담 청소년 개인의 잘못은 추궁해도 무엇이, 어떤 사회구조가 그/녀를 그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은 외면한다.
학생들 사이에 늘어나는 폭력은 정확하게 우리 사회와 학교의 정당성이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폭력은 안 된다며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와 학교의 위선에 대한 조롱이자 배운 대로 실천하는 모범적 태도이기도 하다. 힘센 놈에게 당했으면 부질없이 대항하려 하지 말고 나보다 더 약한 놈에게 풀어라!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정당성의 위기를 불러왔는지, 우리 사회가 어떤 관계 질서를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학교폭력 대책의 폭력성
더욱이 학교경찰제도나 교내 폐쇄회로 카메라 설치, 영상물 심의 강화 등 학교폭력 대책이라고 거론되고 시행을 앞두고 있는 안들이야말로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는 학생들을 모두 예비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학내 권위주의적 군사문화를 더욱 강화할 뿐이다. 감시와 검열은 통제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음지로 폭력을 이동시킬 뿐, 외부의 권력자에 의존하여 얻은 일시적 평화는 살얼음판처럼 언제 깨어질지 모른다. 무엇보다 이들 방안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더 위험한 이유는 청소년들 자신의 권한을 약화시킴으로써 폭력에 더욱 취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는 데 있다. (참고자료 1 참조)
게다가 지금 같은 방식의 대책은 어디까지나 성인을 위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청소년 범죄 중 재범률(참고자료 2 참조)은 그들은 이미 성인들의 방식에 대해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으며 교묘히 이용할 줄도 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불면 봐주겠다는 식의 엄포, 노는 아이들 그룹=일진회=조폭이라는 등식, 교사의 학생 고발 유도, 가해자 색출·구속·처벌 강화 등의 대책 역시 또 다른 인권침해를 낳게 될 것이다. 가해자를 찾아내는 학내 조사 과정이나 사법절차에서도 또 하나의 불평등이 잉태된다. 가난과 학대, 무관심과 절망으로부터 주변부적 삶을 강제당하는 청소년은 그만큼 폭력과 범죄의 유혹에 취약하다. 문제가 드러났을 경우에도 부잣집 아이들이 재력이나 잘난 변호사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동안, 가난하고 보호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피해자의 부모를 설득할 재력도 공정한 수사나 재판을 가능케 하는 변호인의 도움도 기대하기 힘든 법이다. 그런데도 처벌의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폭력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청소년들의 교육 환경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OECD(표 1 참조)회원국 죽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2002년 기준으로 한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35.7명 중학교는 37.1명이다. 단순한 수치에 불과하지만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신경 쓸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교사 역시 학생의 인성교육과 사회성 함양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좋은 학교로의 진학과 좋은 학습 분위기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진로’ 이외에 그 시절에 생기는 수많은 고민들을 받아 주고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은 친구들 이외에는 없다. ‘놀지 말고 공부해’라는 말 이외에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는가.
청소년의 권한 강화가 해결의 열쇠
물론 학생 폭력 문제는 있다. 그리고 심각하다. 단 한 명의 청소년에 의해 단 한 번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는 진지하게 다루어져야만 한다. 또 청소년이라고 해서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타자화하고 무력화시키는 방안으로는, 감시와 처벌에 기댄 방식으로는 피해의 예방도 가해자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왜 청소년들 사이에 위계문화가 싹트고 폭력 이외의 문제해결 방식을 알지 못하는지, 여럿이 힘을 합하면 폭력을 막고 중지시킬 수 있는데도 왜 개별화된 방관자로서 남아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을 외면하고, 정작 피해학생을 보호하는 일에는 별다른 대책도 없이 그저 무조건 훈계, 처벌 등을 외치며 어른들은 지금의 청소년 사회를 만들어냈다.
더 이상 청소년 교육을 단지 40명당 한명 꼴로 배정된 교사나, 맞벌이를 하거나 생활 자체로도 고단한 부모들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는 현 상황에서, 학교 내에 CCTV를 설치하거나 퇴직경찰들을 배치하는 ‘감시’위주의 대책으로 범죄의 숫자가 줄지는 않는다. 바르지 못한 매스미디어에 의해 배운 그들만의 행동 가치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이어 군대로 흘러가게 되고 결국엔 사회의 성격마저 바꾸게 되는 재료가 되는 원인인데, 언제까지 ‘못’하게 하고 ‘못’보게 하는 ‘안돼’의 교육으로만 그들을 묶어둘 것인가? 차라리 그들이 분별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난 뒤 권리와 책임을 가르치고 몸소 체험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인을 만들기 위한 더 적합한 대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제 청소년들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할 때가 왔다. 현재 교육환경이 수용해낼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되고 있는 그들의 인권을 생각해본다면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또한 그 규정의 엄정함을 위해서 처벌을 명문화하는 방안 역시 그들이 곧 겪게 되는 진짜 성인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대책은 청소년의 권한을 강화하고 인권문화를 꽃피우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그 예산으로 청소년의 자치활동과 또래중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경찰을 교육시키고 학교에 상주시키는 그 에너지를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에 쏟아야 한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이 가해자에 관한 엄정한 처벌을 포함해야 하며,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치유와 교육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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