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사회학 - 쟁점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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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비판사회학 : 쟁점과 문제점(Anthony Giddens)
개인적으로 한문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어렵기도 하지만, 다른 언어들과 다르게 잘 외워지지가 않았다. 이처럼 한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4자 성어(고사성어)에 함축되어 있는 인생이나 철학은 어렸을 때부터 꽤나 관심을 두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4자성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군맹무상(群盲撫象)이였다. 각각의 장님이 서로 하나의 코끼리를 보고 다르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성어이지만, 나는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면 사회학에 적용된다고 보았다. 장님까지는 아니라도, 코끼리를 사회에 비유한다면 각자가 볼 수 있는 시각이 제한되어 있어 스스로가 자신이 본 부분을 가지고 이론을 정립하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대로 갖다 붙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장님은 사회학자(연구자)가 될 수 있고, 코끼리는 연구하고자 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기든스를 예로 들면, 서두에 기든스는 다른 사회학자들과는 다소 다르게 역사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려 했다고 했으니, 역사라는 시각을 통해 코끼리를 보려 했다는 것이 될 수 있겠다.
사실 사회학을 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는 사회학과에 와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토론하는 것들은 상당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이질적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 사회과목에 대해 상당한 흥미를 느꼈었다. 처음 고등학교와 대학입학 시에는 이공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관련 분야(사회, 정치, 지리, 역사 등) 모든 부분이 흥미로웠다. 뒤늦은 대학교 복학으로 사회학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정의와 분석, 그리고 비판은 나에게는 다른 측면의 시각으로 코끼리를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책에서 언급했던 자본주의, 가족, 세계화 모두들 많이 듣고 사용하는 말이지만, 이것에 대한 심오한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은데 말이다. 하나의 현상을 다른 이면으로 바라보는 놀라운 능력,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작에 대해 기든스처럼 다시 논리적인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것에(그저 감탄만 하는 나의 수준과 차원을 넘어서는) 대단함을 느꼈다. 나는 전혀 생각할 수 없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되고, 기존에 알고 있던 여러 생각들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이런 재정립을 통해 나의 시각을 조금이나마 다르게 보며 사회현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완벽한 사회학 이론은 존재하지 않듯이, 나의 시각도 완벽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점차 이러한 비판과 이론의 심화를 통해 점점 사회를 볼 수 있는 시각을 넓히면서 좀 더 코끼리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때로는 코끼리를 보고 항아리라 하고, 돌이라 하는 것처럼 각자의 시각에서 보는 하나의 현상이나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하나의 현상이나 명칭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서, 그것을 코끼리라고 부를지 고끼리, 혹은 코기리라고 정의할 지도 논쟁거리가 되지만 기든스가 말했던 것처럼 토론이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전되는 것이 사회학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했듯 사회전체를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사회학이론은 없기 때문에 토론과 논쟁을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면이 있는데, 친구와 밥을 먹다 제주도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한 적이 있었다. 그 중 영리병원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나는 반대의 입장에 있었고 내 후배는 찬성의 입장에서 있었다. 나는 내 주장은 펼쳤지만 영리병원 찬성에 대한 입장에 논리적으로 잘 반박하지 못함을 창피하게 느꼈었다. 상대가 잘 모르고 있다고 공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버렸다. 하지만 이내 다른 의견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편협함을 느껴 내 자신이 매우 창피해 졌다.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 없이 내 의견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대의 의견을 무시했던 것이다. 사회학 이론도 마찬가지라 본다. 서로 다른 시각에서 여러 쟁점과 문제점을 볼 수 있고, 비판도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이론 또한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약 200년이 지난 마르크스의 이론을 배우고, 뒤르켐, 베버의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닐 까 싶다. 이들의 말했던 것은 약 200년전 이라 조금은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았던 시각은 현재 우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상당히 넓혀주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다소 어려워 정독을 요하고 다시 읽어야 하긴 했지만, 역사를 통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는 흥미로웠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바라보았던 일련의 사건들(프랑스혁명, 산업혁명)이 현대사회에 와서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기폭제가 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였다. 혹은 하나의 사건이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 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생각하면서 이러한 사건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을 띄고,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순서에 따라 열거되면서 다시 한번 다른 측면의 면을 바라보았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사회학도로서 잊고 지내던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다른 많은 부분이 있었지만, 나는 다렌도르프와 밀리반드의 자본주의에 관한 쟁점을 유독 흥미롭게 읽었다. 읽으면서 다렌도르프가 말한 기업가적인 정신도 상당부분 맞기는 하지만, 밀리반드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하지만 다렌도르프의 평등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에도 불구하고 밀리반드의 견해로 더욱 더 쏠리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최상층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다른 나라나 다른 사회에서 보다 많이 희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또한 내가 이 부분을 흥미롭게 읽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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